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 덩어리이다. 그런데 이 움직임은 단순한 자발적 근육 운동이 아니라, 전기 신호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리듬에 의해 조절된다. 심장 근육이 규칙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려면 전기 신호가 정확한 순서와 속도로 전달되어야 한다. 병원에서 심장 질환을 진단하거나 상태를 모니터링할 때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도 이러한 전기적 리듬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자동제세동기(AED, 자동심장충격기) 역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도록 돕는 장치이다. 이처럼 심장은 근육의 움직임과 전기 신호가 조화롭게 맞물려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손상된 심장 근육을 되살리는 줄기세포
이 조화로운 리듬이 무너지는 대표적인 질환이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으로 혈액을 보내는 관상동맥이 막혀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기는 질환이다. 혈류가 차단되면 심근 세포가 손상되고,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심근경색은 우리나라에서 암에 이어 전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 중 하나이다. 응급 상황에서는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혈류를 회복시키거나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힐 수 있지만, 한 번 크게 손상된 심장 근육은 스스로 회복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손상된 심장 근육을 되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중 하나로 주목받은 전략이 줄기세포 치료이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손상된 심장 부위에 투여하면 새로운 근육이나 혈관 세포로 바뀌거나 주변 세포의 회복을 돕는 신호물질을 분비할 수 있다. 실제로 초기에는 줄기세포를 심근경색 환자의 심장에 직접 주입해 손상 부위의 재생을 유도하려는 임상시험들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뚜렷한 효과를 내기는 어려웠는데, 가장 큰 이유는 투여한 줄기세포가 심장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대부분 혈류에 씻겨 나가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뛰고 있는 심장에 줄기세포를 직접 주사하는 일은 거센 강물에 씨앗을 뿌린 뒤 그 자리에서 싹이 트기를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를 한곳에 붙잡아두는 하이드로젤과 같은 방법이 시도되어 왔지만, 아직 최적의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저장대학교 연구팀은 전기활성 미세바늘 패치(implantable electroactive microneedle patch, IEMP)라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고하였다. 이 패치는 지름 약 9mm의 둥근 판 위에 12개의 바늘 모양 구조물이 솟아 있는 형태로, 내부에는 약 80mm3의 빈 공간이 있어 줄기세포를 담을 수 있다. 각각의 미세바늘에는 24개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패치 안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와 주변 심장 조직 사이에서 영양분과 신호 물질이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패치는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인 폴리-L-젖산(poly-L-lactic acid, PLLA)으로 만들어져 쉽게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될 수 있다.
줄기세포가 머물 작은 집을 만들다
이 패치의 가장 큰 특징은 압력을 받으면 전기를 만들어내는 압전성이다. 패치의 주성분인 PLLA는 생분해성 소재일 뿐 아니라, 일정한 방향성을 갖도록 배열되면 기계적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준다. 덕분에 이 패치는 외부에서 초음파를 비추는 것만으로도 작은 전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패치 표면에 초음파를 조사했을 때, PLLA가 진동하면서 수 볼트 수준의 미세한 전기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는 일반적으로 전기적 자극을 받으면 심근세포로 분화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주변 세포와의 신호 교환도 활발해진다. 따라서 이 패치는 심장에 이식된 줄기세포가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줄기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해 더 많은 재생 신호를 이끌어 내는 작은 발전 장치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전기활성 패치는 실제로 손상된 심장의 회복을 도울 수 있을까? 연구진은 쥐에게 심근경색을 유도한 뒤, 줄기세포의 한 종류인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bone marrow-derived mesenchymal stem cell, BMSC)를 담은 패치를 심장에 붙이고 외부에서 초음파를 가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만 주사한 쥐에서는 심장 기능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줄기세포를 담은 패치에 초음파까지 적용한 쥐에서는 심장 수축 기능이 눈에 띄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반면 줄기세포 없이 패치만 붙이거나 압전성 필름만 적용한 경우에는 같은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줄기세포를 심장에 오래 머물게 하는 구조적 장치와 전기 자극을 제공하는 기능이 함께 작동할 때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공학과 생명과학의 만남으로 새로운 가능성 제시
이번 연구는 심근경색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요법이 오랫동안 마주해 온 한계, 즉 주입한 세포가 손상 부위에 오래 자리 잡지 못하고 주변 조직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미세바늘 패치는 거센 강물에 씨앗을 뿌리는 대신, 씨앗이 뿌리내릴 수 있는 작은 화분을 심장 표면에 붙여주는 것과 같다. 여기에 초음파를 가하면 패치는 작은 발전소처럼 미세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고, 이 신호는 심장 조직과 줄기세포 사이의 대화를 더욱 활발하게 한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장기적인 안전성과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은 더 검증되어야 하지만, 전기 자극과 세포 치료를 결합한 바이오전자 의료기기로서의 가능성은 매우 흥미롭다. 전자공학과 생명과학의 만남이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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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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