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위의 얼음을 실시간으로 읽다
비행 중 날개에 얼음이 쌓이는 것은 항공 안전의 오래된 위협으로 여겨진다. 날개는 공기의 흐름을 정밀하게 이용해 양력을 만드는 구조물인데, 그 표면에 얼음이 조금이라도 쌓이면 공기의 흐름이 바뀌고 양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보기에 매우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비행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빙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영하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작은 과냉각 수적이 빠르게 얼어붙으면 거칠고 불투명한 착빙(rime ice)이 형성된다. 기포가 갇혀 백색의 결정 구조를 만드는 이 형태는 날개 앞전에 쌓여 공기 흐름을 방해한다. 반면 온도가 영하 10도에 가까울수록, 수적의 크기가 클수록 투명하고 밀도 높은 유리착빙(clear ice)이 생긴다. 유리착빙은 날개 표면을 따라 넓게 퍼지면서 날개의 형태 자체를 바꾼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두 형태가 동시에 쌓이는 혼합착빙이다.
착빙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도 쌓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평 꼬리날개, 조종면, 엔진 공기 흡입구까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헬리콥터에서는 회전 블레이드에 얼음이 쌓이면 각 블레이드의 불균형이 생기면서 기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1994년 인디애나주 로즐론에서 일어난 ATR-72 추락 사고는 방빙 장치 범위 밖에 쌓인 얼음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과냉각 대형 수적에 관한 적합성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
현재 항공기에는 다양한 착빙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날개 앞전을 뜨거운 엔진 블리드 에어로 가열하거나, 고무 부츠를 부풀려 쌓인 얼음을 깨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피토관, 받음각 센서, 조종면 주변에도 개별적인 가열 시스템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 시스템들이 대부분 예방적으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착빙이 예상되는 조건이라고 판단되면 시스템을 가동하고, 조종사는 상황을 직접 모니터링하거나 경고등에 의존한다. 즉, 날개 표면 전체에서 얼음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단은 없다.
결빙이 있다는 것과, 그 결빙이 지금 비행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우표 한 장 크기의 센서
영국 서리 대학교 스타트업 서리 센서스(Surrey Sensors)가 개발한 센서는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한다. 길이 약 3센티미터, 우표만 하다. 항공기 날개 표면에 직접 부착해 착빙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그 착빙이 지금 비행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프로젝트를 이끈 데이비드 버치 박사는 "중요한 것은 결빙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빙이 항공기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양한 감지 방식을 조합하면 기존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극한 환경에서도 훨씬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이 센서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감지 기술을 결합해 작동하며, 캐나다 비행시험 우수센터(Canadian Flight Test Centre of Excellence)와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다.
이를 통해서 조종사가 얻는 정보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는 경보가 아니라 날개 상태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즉, 이것이 있으면 방빙 시스템을 언제, 어떻게 가동할지에 대한 판단을 조종사가 더 정확하게 내릴 수 있다.
헬리콥터에서의 가능성
크기가 작다는 것은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의 착빙 감지 장비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대형 고정익 항공기를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았다. 3센티미터짜리 이 센서는 헬리콥터 블레이드처럼 좁고 구부러진 표면에도 붙일 수 있다.
헬리콥터는 착빙에 특히 취약한 항공기다. 고정익 항공기는 날개 하나에 얼음이 쌓여도 비대칭적인 영향이 비교적 서서히 나타나지만, 헬리콥터는 블레이드 하나에 불균형이 생기면 기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각 블레이드의 착빙 상태를 개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대응이 어려웠던 영역에서 새로운 안전 마진이 생긴다.
연료 절감이라는 부수 효과
서리 대학교는 이로 인한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선 설명처럼 착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건이면 미리 시스템을 켜는 형식으로, 현재 항공기의 방빙 시스템은 대부분 예방적으로 가동된다. 하지만, 엔진 블리드 에어를 사용하는 경우 이 에너지가 연료 소비로 직결된다. 실시간으로 날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방빙 시스템을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며, 예방적 과잉 가동을 줄이고 실제 필요에만 반응하는 방식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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