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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리포터
2026-02-12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특집] 봅슬레이, 0.01초를 가르는 과학의 힘 빙판의 F1, 마찰·공기저항·조향 각도의 과학… 코르티나 트랙에서 검증되는 ‘빙판 위 기술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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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이탈리아 알프스를 배경으로 막이 올랐다. 1956년 코르티나 대회 이후 70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자, 밀라노의 도심과 알프스 설원 경기장이 하나의 무대로 엮이는 첫 대회다.

이번 대회는 메달 경쟁만큼이나 ‘어떻게 더 빠르고 안전하게 탈 것인가’를 둘러싼 기술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피겨·알파인 스키·스키점프 같은 전통 강세 종목들 사이에서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같은 슬라이딩 종목들은 새로운 트랙과 장비 규정, 안전 기준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특히 ‘얼음 위의 F1’로 불리는 봅슬레이는 0.01초 단위로 승부가 엇갈리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도, 수 톤에 달하는 원심력이 오가는 트랙 위에서 성적을 가르는 건 근육과 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썰매 러너와 얼음 사이의 마찰, 공기저항, 조종 각도 같은 변수를 정밀하게 계산해 내는 스포츠과학이 메달 색깔을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대회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 대회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동계올림픽의 대표 종목, 봅슬레이

봅슬레이는 1924년 1회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동계올림픽의 대표 썰매 종목이다. 현재는 2인승과 4인승, 여자 모노봅 등 세부 종목으로 나뉘며, 이탈리아 코르티나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1,730m 길이, 16개 곡선으로 구성된 트랙에서 경기가 치러진다. 

트랙 위의 경기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출발 직후 약 50m 구간은 선수들이 썰매를 밀어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리는 ‘스타트’가 전개되고, 썰매에 탑승한 이후에는 중력과 얼음 위 미끄러짐, 조종 기술만으로 속도를 유지·증가시켜야 한다. 이 때 순간 최대 속도는 시속 140~15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봅슬레이의 중량과 구조는 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IBSF) 규정에 따라 엄격히 제한된다. 4인승의 경우 썰매와 선수의 총중량 상한이 정해져 있고, 각 팀은 이 범위 안에서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추고 공기저항을 줄이는 설계를 택한다. 탄소섬유를 활용한 차체, 스텔스기처럼 각을 살린 외형, 컴퓨터 유체역학(CFD)을 이용한 풍동 실험 등이 봅슬레이 설계에 적극 도입되는 이유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된 한국 봅슬레이 썰매는 공기저항 최소화와 무게중심 최적화를 통해 기록 단축을 노린 설계가 적용됐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된 한국 봅슬레이 썰매는 공기저항 최소화와 무게중심 최적화를 통해 기록 단축을 노린 설계가 적용됐다. Ⓒ연합뉴스


0.01초로 갈라지는 승부, ‘마찰의 스포츠’

봅슬레이 경기의 묘미는 기록 차이가 지나치게 미세하다는 점이다. 세계 정상급 대회에서는 1위와 10위의 합산 기록 차이가 1초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한 번의 커브에서 벽을 몇 센티미터 더 긁었는지, 러너가 얼음과 이루는 각도가 몇 도 어긋났는지가 그대로 0.01초, 0.001초 차이로 환산된다. 특히 코너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러너에 실리는 하중이 급격히 늘고, 러너가 얼음 표면을 누르고 긁어 가며 미세한 수막과 얼음 파편, 열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마찰 조건 자체가 계속 바뀌게 된다. 즉, 빙판 트랙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코너를 연속 통과하는 동안 기록을 결정하는 건 단순히 공기저항만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무조건 마찰을 줄이는 게 전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러너와 얼음 마찰이 너무 낮으면 썰매가 트랙 위에서 미끄러지기만 해서 조향이 불안정해지고, 코너에서 라인을 놓치기 쉽다. 반대로 마찰이 너무 크면 썰매가 얼음에 붙잡혀 속도를 크게 잃는다. 결국 봅슬레이 팀이 풀어야 할 과제는 트랙과 주행 스타일에 맞춰 얼마나, 어디에서, 어느 정도까지 미끄러질지를 적정 수준에 맞추는 일이다. 이 균형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바로 0.01초를 가르는 승부의 핵심이다. 

썰매가 코너에서 옆으로 조금만 미끄러져도, 러너에 실리는 힘이 커질수록 마찰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Tribology International
썰매가 코너에서 옆으로 조금만 미끄러져도, 러너에 실리는 힘이 커질수록 마찰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Tribology International


마찰은 속도·횡미끄럼·하중의 함수

이러한 봅슬레이 승부 전략의 복잡성을 다룬 연구가 지난해 「Tribology International」 저널에 실렸다. 중국 시안교통대학교(Xi’an Jiaotong University) 콩 시앙러 교수 연구팀은 봅슬레이가 실제 트랙에서 겪는 조건을 염두에 두고 마찰값을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봅슬레이 경기는 곡률이 다른 코너를 통과하고 속도와 진동이 계속 바뀌며 얼음 표면 온도도 일정하지 않은 조건에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마찰을 고정값으로 놓고 시뮬레이션하는 건 현실과 거리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러너-얼음 마찰이 속도(velocity), 사이드 슬립 각(side slip angle), 얼음에 작용하는 하중(load)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반영한 다이내믹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코너에서 썰매가 살짝 옆으로 밀릴 때 생기는 횡방향 마찰(lateral friction)이 속도 손실과 라인 이탈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수식으로 드러낸 것이 핵심이다. 그 결과 곡선 구간에서 러너 각도가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마찰이 비선형적으로 확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수치적으로 드러났다. 선수 눈에는 “조금 흔들렸다” 정도로 보이는 동작이 시계에는 0.01초 손해로 찍히는 이유가 증명됐다. 

한편, 연구진은 자신들이 제시한 마찰 모델이 실제 경기 데이터를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통계적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결정계수(R²)가 0.967과 0.94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에 가까울수록 모델이 현실을 정확히 설명한다는 뜻으로, 연구팀은 해당 모델이 실제 봅슬레이 경기 조건을 상당히 정밀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봅슬레이 러너와 얼음 사이의 마찰력을 실험 장치·수학 모델·데이터 피팅·결과 분석 단계로 정량화한 ‘러너–얼음 접촉 특성 측정 및 동역학 모델링’ 개념도. ⒸTribology International
봅슬레이 러너와 얼음 사이의 마찰력을 실험 장치·수학 모델·데이터 피팅·결과 분석 단계로 정량화한 ‘러너–얼음 접촉 특성 측정 및 동역학 모델링’ 개념도. ⒸTribology International


스타트와 바람, 봅슬레이의 속도를 쥐고 있는 것들

봅슬레이에는 엔진이 없다. 스타트에서 얻은 속도와 이후 중력·마찰·공기저항 사이의 싸움만으로 기록이 결정된다. 

실제로 스타트 구간에서 0.05초를 줄이면 전체 기록은 0.15~0.20초까지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은 현장에서 상식처럼 통한다. 그래서 봅슬레이 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100m 단거리 선수 못지않은 스프린트와 웨이트로 시작한다. 하지만 스타트만 좋다고 끝까지 빠른 건 아니다. 일단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중력으로 얻는 속도와 마찰·공기저항으로 잃는 속도의 균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한편, 썰매 설계와 직결되는 축이 공기역학이다. 2018년 평창을 앞두고 국내 팀이 자동차 회사와 함께 공기저항 시뮬레이션과 풍동 실험을 진행해 곡면 위주였던 기존 썰매 대신 스텔스기처럼 일부 직선을 살린 차체와 더 낮은 무게 중심을 채택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차체 위 공기 흐름이 정돈되면서 같은 힘으로 밀어도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는 선수들 사이에서 ‘기술적인 코스’로 불린다. 초반 코너에서 라인을 놓치면 이후 구간에서 속도를 회복하기 어렵고, 몇몇 코너의 작은 실수만으로도 전체 기록이 무너질 수 있다. 코너에 진입할 때 차체를 얼마나 기울이고, 몸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공기가 맞닥뜨리는 면적이 바뀌고, 이 변화가 곧 공기저항과 안정성에 동시에 영향을 준다. 속도를 살리면서도 썰매가 불안정해지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 그 ‘적정 공격성’을 조율하는 일이 공기역학 측면의 핵심 기술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심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심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팀 코리아, K-봅슬레이를 응원합니다

2026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는 2월 13일 여자 모노봅 1·2차 런을 시작으로, 14일 3·4차 런(메달 결정), 15~16일 남자 2인승, 19~20일 여자 2인승, 21~22일 남자 4인승 순으로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김진수가 이끄는 남자 4인승과 2인승, 김유란이 출전하는 여자 2인승·모노봅을 필두로 역대 최다 인원인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 10명이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이미 2025~2026시즌 IBSF 월드컵 코르티나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트랙 메달권’ 가능성을 증명한 만큼, “평창의 기적”을 다시 쓰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빙판 위 0.01초 싸움에 도전하는 대표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응원으로 함께 썰매를 미는 힘이다. 팀 코리아 파이팅.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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