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신소재·신기술
정회빈 리포터
2025-12-31

노화 세포만을 콕 집어내는 DNA 압타머 기술 노화 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파이브로넥틴 변이 형태를 DNA 압타머가 선택적으로 인식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노화 세포(senescent cells)의 축적은 다양한 노화 질환의 원인 중 하나이다. Ⓒ Getty Images
노화 세포(senescent cells)의 축적은 다양한 노화 질환의 원인 중 하나이다. Ⓒ Getty Images

우리 몸의 세포들는 일정 횟수의 분열을 마치면 스스로 소멸함으로써 다른 젊은 세포들로 교체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세포들은 분열만 멈출 뿐 죽지 않고 남아서 주변 조직에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러한 세포들을 노화 세포(senescent cells)라고 부른다. 암, 퇴행성 신경질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노화 질환의 배경에는 이 노화 세포들의 축적이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노화 세포들을 정확히 찾아내고 제거하려는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며, 세포 주기를 억제하는 p16, p21과 같은 단백질이나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 베타 갈락토시데이즈 활성 등이 노화 세포의 지표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 지표는 특정 상황에서는 정상 세포에서도 발현될 수 있으며 살아 있는 조직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건강한 세포와 노화 세포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노화 세포만 특이적으로 찾아내는 기술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메이요 클리닉 의과대학 연구진은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DNA 압타머(aptamer)를 개발하여 에이징 셀(Aging Cell) 저널에 발표하였다. 압타머는 수십~수백 염기 가량의 합성 핵산(DNA, RNA)으로, 3차원 구조를 이루어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에 높은 친화도로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수십조 개 이상의 무작위 DNA 서열로 이루어진 거대한 압타머 라이브러리에서 노화 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달라붙는 DNA 염기서열을 찾아내고자 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SELEX(Systematic Evolution of Ligands by EXponential enrichment)라는 실험 기법을 사용했는데, SELEX는 표적 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압타머를 시험관 내에서 선별하고 증폭시키는 화학 기법이다. 우선 마우스에서 채취한 피부세포를 배양하면서 DNA 손상을 일으키는 약물을 처리해 인위적으로 노화 세포를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된 노화 세포와 정상 세포에 방대한 양의 DNA 압타머 라이브러리를 노출시킨 후 반복적인 선별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노화 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DNA 압타머를 최종적으로 확보하였다.

수십조 개의 DNA 압타머 중에서 노화 세포에만 결합하는 압타머를 선별하였다. Ⓒ Aging Cell
수십조 개의 DNA 압타머 중에서 노화 세포에만 결합하는 압타머를 선별하였다. Ⓒ Aging Cell

 

변형된 노화 파이브로넥틴에 결합하는 DNA 압타머

그렇다면 이 압타머들은 노화 세포의 어떤 특징에 특이적으로 결합했던 것일까? 분석한 결과 이 압타머들은 파이브로넥틴(fibronectin)이라고 하는 단백질과 결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파이브로넥틴은 세포와 세포의 사이 공간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서, 세포 접착과 이동, 분화, 상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파이프로넥틴은 정상 세포에도 다수 존재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특이한 구조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매우 작은 변화라서 기존의 항체 염색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이 선별한 DNA 압타머는 이 미묘한 변이를 정확히 감지하여 노화 세포에만 있는 변형된 파이프로넥틴을 특이적으로 구분했던 것이다.

노화 세포를 검출하는 DNA 압타머의 표적 단백질은 파이브로넥틴이었다. Ⓒ Aging Cell
노화 세포를 검출하는 DNA 압타머의 표적 단백질은 파이브로넥틴이었다. Ⓒ Aging Cell

흥미로운 점은 이 압타머가 마우스 노화 세포에는 결합하지만 인간 세포에서는 반응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선별 과정(SELEX)에서 마우스 세포만 활용되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마우스와 사람의 파이브로넥틴은 발현 형태나 변형 양상에 차이가 있고 그만큼 압타머의 높은 특이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발견한 DNA 압타머가 생체 환경에서도 노화 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노화 상태가 서로 다른 마우스의 폐 조직에 압타머를 염색한 결과, 어린 마우스 조직에서는 형광 신호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지만 나이든 마우스 조직에서는 밝은 형광 신호가 나타나 노화 세포가 모여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더 나아가, 노화 세포를 제거하도록 설계된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약물 처리를 통해 노화 세포가 제거되자 압타머 신호가 거의 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DNA 압타머가 조직 단위에서도 노화 세포를 정확히 찾아내어 표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화 세포가 제거된 마우스에서는 DNA 압타머에 의한 노화 세포 검출이 줄어들었다. Ⓒ Aging Cell
노화 세포가 제거된 마우스에서는 DNA 압타머에 의한 노화 세포 검출이 줄어들었다. Ⓒ Aging Cell

 

대학원생 간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연구

이번 연구는 거창한 국가 프로젝트나 대형 기획이 아닌 대학원생 둘의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메이요 클리닉 의과대학에서 압타머를 연구하고 있던 키넌 피어슨은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서 노화 세포를 연구하고 있던 사라 야킴과 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압타머로 노화 세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자킴은 노화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피어슨은 앱타머 기술에 익숙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를 지도교수들과 상의했는데, 피어슨의 지도교수인 제임스 마허 박사는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학생들의 아이디어라서 반가웠고 연구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곧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연구는 두 대학원생의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 Getty Images
이번 연구는 두 대학원생의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 Getty Images

두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번 연구는 노화 질환 극복을 위한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노화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여 건강 기능을 회복시키고 치료하려는 전략을 세놀리틱스(senolytics)라 부르는데, 압타머에 세포 사멸 약물을 붙이면 노화 세포에만 전달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마우스 노화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같은 선별 기술을 인간 세포에 적용한다면 인간의 노화 세포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압타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원생의 대화에서 출발한 이 기술이 노화 관련 질환 치료의 문을 어디까지 열어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An Unbiased Cell-Culture Selection Yields DNA Aptamers as Novel Senescent Cell-Specific Reagen, Pearson et al., 2025, Aging Cell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5-12-3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