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선에서는 어떻게 숨을 쉴까? 인간이 만든 밀폐된 공간 안에서 몇 개월, 길게는 수 년씩 살아가려면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생명유지 장치가 필수적이다. 초기의 우주 비행에서는 압축 가스나 냉각된 액체 산소 같은 저장형 공급원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저장량에 한계가 있으며 화재 발생의 위험이 있었다. 실제로 1967년 모의 발사 연습 중이던 미국의 아폴로 1호는 우주선 내부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순수 산소로 채워진 환경으로 인해 급격히 확산되며 비극적인 화재로 이어졌다. 이후 KO2 카트리지를 사용하여 외부 전력 없이 화학반응만으로 산소를 공급하거나, 고체 물질 형태로 산소를 고농도로 저장했다가 열을 가하면 산소 가스를 공급하는 일명 '산소 캔들'을 쓰는 등 조합이 다변화되었다. 하지만 장기 체류가 일상인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 시대부터는 물을 전기분해하여 산소와 수소를 뽑아 쓰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물 전기분해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탱크 안에 있는 두 전극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물 분자(H2O)가 분해돼 양극에서는 산소(O2), 음극에서는 수소(H2) 기체가 생성된다. 지상에서는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기포가 부력에 의해 위로 떠오르며 기체를 모을 수 있지만, 우주처럼 중력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기포가 뜨지 못하고 전극에 달라붙는다. 전극 표면에 달라붙은 기포는 반응 면적을 가리고 전기가 잘 흐르지 않으면서 전기분해 효율도 낮아진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펌프와 원심분리기(회전식 분리 장치)를 사용하여 물 전기분해로 생성된 기체를 억지로 분리해주고 있다. 하지만 장치의 부피가 크고 복잡하며 전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더 단순하고 가벼우며 효율도 높은 산소 분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자석을 사용하여 우주에서 산소 발생 효율을 높이다
최근 네이처 케미스트리 저널에 물 전기분해로 생성된 산소 기포가 전극 옆에 설치된 자석으로 인해 손쉽게 전극에서 떨어져나가는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었다. 독일 브레멘 대학교의 응용우주기술 및 미세중력센터(ZARM)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영국 워릭대학교 국제 협력 연구팀은 자기장으로 유도한 대류가 미세중력 환경에서 물 전기분해 효율을 크게 개선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연구진은 미세중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20미터 높이의 드롭타워에서 작은 전기분해 장치를 쏘아 올린 후 떨어뜨렸다. 전기분해 장치는 9.3초 간 자유낙하, 즉 미세중력 환경에 놓이는데, 이 시간 동안 전극 옆에 자석을 둘 때와 두지 않을 때를 비교하였다.

물에 인위적인 대류를 만드는 로렌츠 힘
실험 결과, 자석을 전극 근처에 배치하면 물에 대류가 발생하면서 전극에 달라붙어 있던 기포가 빠르게 떨어져 나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왜 전극 근처에 자석을 배치하면 교반기 없이도 물의 움직임(대류)이 발생하는 것일까? 전하를 띤 입자가 전자기장(전기장과 자기장) 내에서 받는 힘을 로렌츠 힘이라고 한다. 물 전기분해 때문에 전극에서 흘러나오는 전류(전기장)가 있고, 근처에 자석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이 있다면, 물(전하를 띤 입자)은 로렌츠 힘에 의해 미끄러지듯 이동하게 된다. 산소 기체 역시 로렌츠 힘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힘을 받지만 자기 민감도의 차이 때문에 물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밀려난다. 그 결과 전극을 덮고 있던 기체들이 한 방향으로 모이며 제거되고, 새로운 물이 계속 전극에 공급되며 반응 속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실제로 전극 근처에 자석이 있을 때는 전류 밀도가 최대 240%까지 향상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위해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하였다. 자석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세라믹 자석은 값이 싸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자력이 약하다. 과학실험 시간에 많이 보던 U자형 말굽자석 역시 세라믹 자석이다. 알니코 자석은 알루미늄, 니켈, 코발트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열에 강하고 온도 변화에 둔감하며 세라믹 자석보다 강한 자력을 나타낸다. 사마륨‑코발트(SmCo) 자석은 비싸지만 고온과 부식에 매우 강하며 강한 자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드롭타워 실험에 사용된 네오디뮴 자석은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뮴과 철, 보론의 합금으로 만들어지며, 다른 자석들과 비교하여 같은 크기에서 매우 강한 자력을 오래 유지한다. 우주선처럼 부피와 질량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작지만 강한 자력을 공급하는 네오디뮴 자석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다만, 네오디뮴 자석은 열과 습기에 취약하므로, 실용화를 위해서는 코팅, 방열, 차폐와 같은 공학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장기 우주 비행에도 적용 가능할까
이번 연구는 자석을 이용하여 무중력 환경인 우주에서 물 전기분해를 통한 산소 공급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산소 발생을 위해 복잡한 펌프 장치나 회전식 분리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어 국제우주정거장의 유지보수 부담을 줄이고,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 우주 비행 프로젝트에도 실용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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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5-09-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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