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로드니 루오프 단장 연구팀은 기존 합성 흑연보다 1만배가량 큰 ㎜(밀리미터) 크기 결정을 가진 고품질 흑연 필름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탄소로 이뤄진 흑연은 전기와 열이 잘 통하며 이방성(특정 방향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특성)을 가져 배터리 음극재를 비롯해 촉매, 원자력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결정 크기가 작고 표면이 거친 특성이 있어 더 큰 결정립과 매끄러운 층상 구조를 갖는 인공 흑연을 합성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값싼 흑연을 활용해 1천도 이상의 고온 조건에서 금속 기판 위에 얇은 흑연 필름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흑연 필름에 부착된 금속 기판이 급속히 수축하면서 흑연에 주름이나 변형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니켈-몰리브데넘 합금 용융물을 만든 뒤 가열을 통해 니켈만 선택적으로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다공성 구조의 금속 기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판은 스펀지와 같은 형태로 듬성듬성 흑연에 달라붙기 때문에 금속이 수축하더라도 흑연에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흑연에 주름이 생기거나 접히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초당 6.2층의 원자층을 만들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흑연 성장 속도가 20배 빠르다.
이번에 합성한 흑연 필름을 기계적 테스트한 결과, 탄성계수(힘을 가했을 때 저항 정도)와 인장강도(끊어질 때까지 잡아당길 때 견디는 힘)가 각각 969GPa(기가파스칼·단위 면적당 100㎏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 1.29GPa로 최고 수준의 강도를 기록했다. 이는 단결정 흑연의 이론적 한계에 근접한 값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대면적 합성 흑연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큼 높은 열 전도도와 우수한 전기 전도도를 보였다.
AI 칩 등 고출력 전자 장치의 열 관리 소재,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센서용 부품, 차세대 배터리 음극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공동 교신저자인 성원경 연구위원은 "고품질 흑연 필름의 대면적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산업 분야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이날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8-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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