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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리포터
2025-05-07

‘열’ 오른 전자장치, 新냉각 기술이 필요해 차세대 전자기기용 매니폴드-모세관 기반 2상 칩 냉각 기술, 기존 대비 105배 효율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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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기 ‘열’과의 전쟁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가 점점 더 작아지고 강력해지는 시대, '열'은 가장 집요한 적이다. 

AI 프로세서, 전기차 전력 모듈, 고성능 GPU와 같은 최신 전자기기는 짧은 시간 동안 막대한 연산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밀집된 회로를 통과하며 저항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은 장치의 성능과 수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집적 반도체일수록 열이 좁은 공간에 집중되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러한 '핫스팟'은 반도체의 동작 속도 저하와 오류 발생, 수명 단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냉각 기술은 고성능 장치에서 필수적인 연구 과제였다. 최근 몇 년간 구글, 엔비디아, 삼성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칩 내 냉각 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고집적, 고성능 칩에서 발생하는 열은 기존의 단일상 냉각(single-phase cooling)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이에 대안으로 부상한 2상 냉각 역시 유동 불안정과 압력강하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에 '열'은 가장 집요한 적이다. ⒸGettyimagesbank

고성능 AI 칩과 반도체에 '열'은 가장 집요한 적이다. ⒸGettyimagesbank


안정적인 냉각 기술의 등장?

이러한 난제 가운데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냉각 시스템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도쿄대학교 마사히로 노무라(Masahiro Nomura) 교수 연구팀은 매니폴드 구조와 모세관 효과를 결합한 새로운 임베디드 2상 냉각 시스템을 소개하며 칩 냉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의 단일상 냉각 방식은 물의 비열을 이용해 열을 흡수하고 외부로 방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고출력 전자기기의 열 밀도가 높아지면서 단일상 냉각만으로는 충분한 열 제거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물이 기화할 때 발생하는 잠열(latent heat)을 적극 활용하는 2상 냉각 기술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2상 냉각은 열원이 가열되면서 액체 냉매가 증발하고 이 과정에서 대량의 열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어 열전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액체와 증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2상 유동(two-phase flow)은 유동 패턴이 불안정하고, 급격한 압력강하와 국소적인 건조를 유발해 열전달 성능이 고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좁은 마이크로채널에서는 증기의 급격한 팽창과 흐름 막힘이 열 제어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2상 냉각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은 그동안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아 있었다. 

도쿄대학 연구팀은 이런 2상 냉각(two-phase cooling) 구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임베디드 냉각 기술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 기존 기술보다 수백 배 높은 COP 105(성능지수: Coefficient of Performance)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위 전력당 냉각 효율이 놀랄 만큼 향상된 수치로 차세대 고열 집적 전자기기용 냉각 솔루션의 새 장을 열 것으로 예상된다. 

매니폴드-모세관 구조는 얇은 액체막과 안정적인 증기 코어 형성을 통해 기존 2상 냉각 기술 대비 임계열유속과 에너지 효율(COP)을 획기적으로 동시에 향상시켰다. ⒸCell Reports

매니폴드-모세관 구조는 얇은 액체막과 안정적인 증기 코어 형성을 통해 기존 2상 냉각 기술 대비 임계열유속과 에너지 효율(COP)을 획기적으로 동시에 향상시켰다. ⒸCell Reports


매니폴드와 마이크로필라의 혁신적 결합

연구팀이 제안한 솔루션은 두 가지 구조의 결합이다. 

첫째, 매니폴드 분배층은 냉각수를 병렬 마이크로채널로 고르게 분배해 유속을 낮추고 압력강하를 줄인다. 

이렇게 하면 물이 특정 구역에만 몰리지 않고 균일하게 흐르면서, 유속이 과도하게 빨라지거나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부 구간이 과열되거나 액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드라이아웃 현상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덕분에 임계열유속(Critical Heat Flux)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 마이크로채널의 측벽에 설치한 마이크로필라(micropillars)는 모세관 효과를 유도하여 얇은 액체층(thin-film)을 유지한다. 

이 미세 구조는 모세관 효과를 일으켜 냉각수가 벽을 따라 얇게 퍼지도록 돕는다. 이렇게 얇은 액체층(thin-film)은 증발이 매우 잘 일어나기 때문에 열을 빠르게 빼앗아갈 수 있으며, 동시에 증기와 액체를 구분 짓는 역할도 수행한다. 

마사히로 노무라(Masahiro Nomura) 도쿄대학교 교수는 "마이크로필라가 유도하는 얇은 액체층 덕분에 국소적인 열건조가 억제되고, 불규칙한 증기 흐름이 정돈되었다. 이는 매우 안정적인 열전달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매니폴드와 모세관 효과를 결합한 설계는 기존 2상 냉각 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고열 밀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성능의 냉각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마이크로채널 층과 매니폴드 층을 결합한 마이크로유체 디바이스냉각 장치). ⒸCell Reports

마이크로채널 층과 매니폴드 층을 결합한 마이크로유체 디바이스냉각 장치. ⒸCell Reports

 

AI칩부터 전기차까지, ‘열’ 잡는 기술될까?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고성능 AI 칩과 GaN 및 SiC 기반 전력 반도체, 고집적 메모리 등 차세대 전자기기 전반에 널리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의 파워 컨트롤 유닛이나 데이터센터 서버와 같이 발열량이 크고 안정적인 동작이 필수적인 분야에서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 교수는 "현대의 전력 반도체와 AI 칩은 점점 더 많은 연산과 출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열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 시스템이 고발열 소자들이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열 관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기술이 저전력 마이크로펌프와 결합할 경우 기존 냉각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고발열 전자장치의 냉각 문제를 해결한 차세대 표준 기술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5-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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