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를 이용해 암 환자의 체내 조건과 같은 환경에서 배양할 수 있는 인공 종양 조직(암세포)을 만들고, 이 조직을 통해 예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태은·강현욱 교수팀과 서울아산병원 명승재 교수팀은 실제 암 조직의 고경도·저산소 환경을 재현하는 인공 암 조직 'Eba-PDO'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인공 암 조직의 모양을 AI로 분석하면 대장암 예후를 예측하는 주요 표지 유전자의 발현 여부를 99% 정확도로 맞출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져 정상 조직보다 딱딱하고, 산소도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다.
기존 인공 암 조직은 실제 환자에게서 떼어 낸 세포로 만들어져도 이러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해 암세포 성장 양상이나 약물 반응이 왜곡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암 환자에게서 떼어 낸 암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암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이를 바이오 잉크와 섞어 구슬 형태로 정렬한 후 프린팅해 새로운 인공 암 조직을 개발했다.
바이오 잉크는 젤라틴과 세포외기질 성분을 섞어 암이 자라는 딱딱하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인공 암 조직은 실제 암 환자 조직에서 떼어 낸 암 조직과의 유전자 발현 유사도가 기존 70% 수준보다 향상된 90%를 기록했다. 환자 간 5-플루오로우라실(5-FU) 항암제 반응성의 차이도 정확하게 재현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현미경 사진만으로도 CEACAM5 유전자 발현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CEACAM5는 대장암을 비롯한 고형암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로, 전이 가능성과 항암제 내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암 조직에서 이 단백질이 과발현하면 세포 간 결합이 약해져 암 조직이 덜 조밀하고 균형이 무너진 형태를 띠는데, AI는 이러한 모양의 변화를 학습해 유전자 발현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훈련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제 암세포의 성장을 체외에서 재현해 분석하는 이 방식을 통해 보다 정밀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면역세포나 혈관 구조까지 통합되면 더욱 정교한 인공 암 모델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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