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수정궁에는 높이 35m, 길이 70m 규모의 기중기가 전시됐다. 수세식 화장실, 재봉틀은 당시 첫선을 보인 발명품이었다. 1878년 파리에서는 ‘노래하는 기계’ 축음기와 백열전구가 관람객을 압도했고, 1889년에는 프랑스와 서구문화의 아이콘인 에펠탑이 등장했다. 그리고 1893년 시카고에 기와를 구워 만든 작은 전시실이 세계에 대조선(Korea)을 알렸다.
짐작했겠지만, 모두 세계박람회의 명장면이다.
1851년 첫 박람회 개막식에서 영국의 국서 앨버트 공은 “박람회는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을 진보시키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의 평화와 유대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고 한 개막사처럼 세계박람회는 지난 170년 동안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며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루어냈다.

유치 실패, 그러나 도전은 계속된다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는데 그쳐 개최지는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확정됐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부산시 유치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인 TF를 가동해 10년간 박람회 유치를 준비해 왔지만 고배를 마셨다.
비록 개최지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 역시 투표 결과는 아쉽지만 2035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다시 나설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에 올랐던 로마도 국내외 상황과 약점을 정비하면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세계박람회 효과?
세계박람회 유치에 세계 각국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파생되는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역시 경제적 파급효과다. 개최 도시 시민들은 낡은 도시를 리모델링하고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준비 과정부터 직접적인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증대, 생산유발 효과 등 경제적 이득을 따져보면 또 다른 메가 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에 비해 월등히 크다. 실제로 개최국이 BIE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가 중국 전체 GDP의 2%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밀라노 세계박람회도 4,3조 원 투자로 63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고, 약 15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알려진다. 올해 도전한 부산시 역시 유치 성공 시 약 61조 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예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준비, 유치, 개최하는 전 과정이 도시의 마케팅과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개최 계획 수립부터 범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주제로 선정한다. 2030 리야드 세계박람회의 주제는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미래를 위해 함께 (The Era of change Together for a Foresighted Tomorrow)’다. 하위 주제로 내세운 ‘다른 내일(A Different Tomorrow)’은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기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조치와 인류가 상상하는 미래를 공유하겠다는 뜻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엑스포 유치가 석유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 다변화를 꾀하는 ‘사우디 비전 2030’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국가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정체성을 내세우고 이를 국내외로 알릴 수 있는 도시마케팅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다. 이 주제에 따라 2030년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석유’가 아닌 지속가능한 내일을 견인할 혁신적인 과학기술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박람회, 과학기술 발전의 바로미터
1851년 런던 세계박람회는 최초의 과학 발명품 전시장이었다. 이후에는 개최국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세계박람회는 인류가 이룩한 과학기술의 발전상과 미래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이었다. 세계박람회를 과학기술 발전의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이유다.
초창기 엑스포는 산업발전에 방향성을 둔 기술을 선보였다.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기중기, 기관차 등 산업용품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도 이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박람회의 정체성인 과학기술 진보가 인류에게 부메랑이 됐다는 부정적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개최되기 시작했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 인류에 봉사하는 과학기술,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주제와 기술이 강조됐다.
이후 1970년대 이후 개최된 세계박람회의 관심은 생태, 환경으로 쏠렸다. 1974년 스포캔 엑스포(인정 엑스포)에서는 ‘내일의 신선한 환경제전’을 주제로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1994년 BIE 총회에서 엑스포가 지구적 과제 해결에 공헌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후 열린 세계박람회는 인류와 환경에 대한 관심, 자연과 인류가 공존 가능한 기술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앞으로 개최될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30 리야드 엑스포, 이어 부산시의 재도전이 전망되는 2035 엑스포까지 인류 공통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으로서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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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2-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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