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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안현섭 객원기자
2023-11-08

단 한번의 촬영으로 섬유 판독 인공지능과 결합된 특수 모듈 개발로 손쉽게 소재 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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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정에서 수집된 헌옷이나 의류 폐기물의 양은 176,200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에는 헌 옷 수거함이 아닌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또한 재활용 가치가 충분함에도 그 분류 및 판별 절차가 복잡하면 다시 폐기되는 일도 많아 자원 재활용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IMPS(Fraunhofer Photonic Microsystems) 연구소가 개발한 '섬유 직물에 특화된 스펙트럼 분석 장비'는 이러한 한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의 핵심 하드웨어 요소인 근적외선 분광기(NIR)는 유기물을 비파괴 형태로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측정 장비이다.

연구팀이 성능 개발에 집중한 것은 바로 가시광선 스펙트럼에 가까운, 950-1900나노미터 구간의 파장에서 작동하는 근적외선 분광 기법으로, 직물을 식별할 때 높은 신뢰성과 정확성을 보여준다. 이 기술의 장점은 사용이 간편하고 응용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섬유를 분석하는 방법

스마트폰 또는 소형 디바이스에 탑재 가능한 보통의 카메라 모듈은 우선 의류의 이미지를 캡처한다. 이 때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스펙트럼 분석기 모듈에서 전체 이미지 중 특정 스팟을 선택한다.이 때 직물에서 반사된 빛은 분광기 모듈에 인식된 이후 특수 거울을 통해 평행 광선으로 변환되고 다시 그리드에 투사된다. 이 때 그리드에서 반사된 빛은 스캐너 거울을 통해 빛을 전기 신호로 포착하는 감지보 모듈로 이동된다. 특수 변환 모듈이 이러한 신호를 다시 디지털로 변환하고 신호 프로세스로의 분석이 이뤄진다. 이렇게 생성된 직물 분광 프로파일은 참조용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되어 어떤 섬유로 만들어졌는지 판별해 준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스펙트럼 분석기가 의류의 원단을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고, 올바른 세탁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프라운호퍼 IMPS

이 시스템의 광학 판독 단위는 10 나노미터라고 한다. 이러한 높은 해상도는 근적외선 분광기가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폴리에스테르와 면 소재가 섞인 혼합섬유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소형 장비는 10mm × 10mm에 두께 6.5mm에 불과하여 표준 스마트폰에 장착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자원 재활용, 재사용을 위한 손쉬운 분류

연구진은 의류 재활용과 관련하여 인공지능 기반 근적외선 분광기가 많은 역할을 할 것임을 기대하고 있다. 가령 중고 의류 재활용 업체는 수거된 옷들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분류할 수 있다. 별도의 수선이 필요하지 않아 충분히 입을만한 옷이라면 세탁 후 중고물품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손상되어 있는 직물은 재활용 목적으로 분류되며, 린넨, 실크, 면, 리오셀 같은 섬유는 목적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하다. 가령 오염이 많이 된 직물은 소각처리하지만, 사용 가치가 있다면 처리 후 단열용 매트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적외선 분광장비는 인간이 손과 눈으로 하는 분류 작업보다 정확하고 빠르다.

 

소형화를 통한 다양한 응용 가능

근적외선 분광기가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탑재된다면 일상 생활에도 사용 가능하다. 혼합섬유의 형태로 짜여진 직물도 안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서 옷을 구매할 때 직물 종류를 알려주거나, 옷에 맞는 세탁 방법을 찾는 방법, 중고 의류를 올바르게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일 등에 두루 사용될 수 있다.

▲매우 작은 크기의 근적외선 분광기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탑재 가능하다. ⓒ프라운호퍼 IMPS

그렇게 되면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스마트폰 촬영만으로도 실크 스카프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고, 고가의 드레스가 대체 직물을 활용한 위조품인지도 그 자리에서 즉시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청소 지침이 적인 라벨이 떨어지거나 낡아져서 읽기 어려우면 더 이상 곤란해 할 필요가 없이, 한 번의 스마트폰 촬영 만으로도 적절한 세탁 주기 및 세탁 방법(온도, 세제, 섬유유연제 사용 여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프라운호퍼 연구진은 적용 분야를 섬유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분광기가 장착된 미래 스마트폰은 마트에서 과일, 채소 등 식료품에 대한 품질 정보를 확인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피부과에서 진료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스마트폰 촬영 만으로도 건성, 지성 부위를 식별할 수도 있으며, 흑색종으로 의심되는 피부 부위를 검사하는데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연 소형화다. 연구진은 MEMS 기술을 통해 대형 실험실이나 산업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어 오던 근적외선 분광장비를 가능한 작게 만들어 모바일 환경에서도 적합하게 만들어 놓은 셈이다. 기존에 특수 목적으로 존재하던 수많은 장비들이 지금은 손바닥 사이즈의 스마트폰 속에 몽땅 통합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일상생활에 무한한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안현섭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3-11-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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