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애플을 떠나있었던 스티브 잡스가 다시 돌아왔다.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잡스는 애플의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은 ‘다르게 생각하라’는 뜻의 ‘싱크 디프런트(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이 켐페인은 TV 광고와 인쇄광고, 옥외광고 등을 통해 진행됐다.
흑백 화면 속에서 무하메드 알리, 아인슈타인 등 다양한 분야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중 영화배우 리처드 드레이퍼스(Richard Dreyfuss)의 대사가 압권이다. ‘미친 자들에게 건배를(Here's to the crazy ones)’로 알려진 시적인 문장이 흘러나온다.
매출전망치 하향 조정, 주식시장에 충격
잡스는 이 광고를 통해 혁신적인 애플 브랜드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자 했다. 그리고 아이맥(iMac), 아이포드(iPod), 아이폰(iPhone)으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잡스는 직원들로부터 ‘iCEO’로 불렸다. 그리고 이 혁신적인 CEO를 통해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주식시장이 애플 주가로 인해 요동을 치고 있다.
28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29일 발표될 애플의 실적 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주식 시장에 미치는 애플의 파급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
지난 2일 팀 쿡 애플 CEO는 중국 내 아이폰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12월 분기 매출 전망치를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약 5% 하향조정했다. 8년 전 팀 쿡이 잡스를 계승한 이후 매출 전망치를 낮춘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20여 년 간 지속된 애플의 신화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갖가지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 측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의 위축이 애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를 이어받은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애플의 아이폰 사업규모는 470억 달러에서 1667억 달러로 성장했다. 반면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들이 창출한 이익은 다른 기업들의 공장까지 모두 합쳐도 20억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황금시기가 이미 지나갔고, 시장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극적으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근거로 애플은 최근 미‧중 간의 무역분쟁을 이유로 애플의 쇠락을 추측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많은 평론가들이 그동안의 애플 실적과 최근 동향을 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결과라며 애플 위기설을 일축하고 있다.
중국 비중 크지 않아, 서비스 분야 집중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팀 쿡이 어떤 식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예상되는 하나의 시나리오는 또 다른 아시아의 거대 시장 인도 진출이다. 그동안 애플은 충격 완화를 위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 동남아 등지로 옮기기 위한 수요‧공급 조절계획을 검토해왔다.
이번 발표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 애플이 어떤 전략을 추구해나갈지 그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행보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은 서비스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애플은 온라인 뮤직 스토어로 시작한 ‘아이튠즈(iTunes)’에 동영상, TV 프로그램, 팟캐스트(Pod cast) 등을 추가하면서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IT 관계자들은 잡스를 계승한 팀 쿡 CEO가 ‘다르게 생각하는’ 애플의 전통을 살려 서비스 분야에서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서비스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2011년부터다. 이후 스마트홈과 웨어러블 분야에서 174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스마트시계 ‘애플 워치(Apple Watch)’는 2015년 4월 출시 이후 2분기 400만 대, 3분기 450만 대, 4분기 51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을 70% 전후로 끌어올렸다. 삼성, 구글, MS 등 다른 기업들이 해내지 못한 실적이었다.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애플TV, 애플 홈패드(Apple Homepad)의 경우 경쟁업체인 구글을 누르며 홈키트(HomeKit), 헬스키트(HealthKit), 카플레이 2(CarPlay 2) 등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의 자신감과 여유는 경쟁사와의 협력 관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TV에 비디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이튠즈 무비&TV쇼’를, 구글 안드로이드 폰에는 ‘아이튠즈 뮤직’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애플이 이처럼 서비스 사업에 집중할 경우 애플TV와 같은 하드웨어 사업이 축소돼 소멸되지 않겠느냐고 의문을 제시할 정도다.
애플 행보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것은 그동안 사업 규모가 너무 커져 과거처럼 센세이션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 사업을 혁신하는데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IT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서비스 분야에서의 혁신은 ‘다르게 생각하라’는 애플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9일 예정인 팀 쿡 CEO의 실적발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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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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