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산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자원이 부족한 오지에서는 일상용품인 전기 콘센트나 배터리도 사치에 속할 수 있다.
이런 지역의 의료종사자들은 종종 진단장치를 가동할 전력이 떨어지거나, 상업용 배터리가 너무 비싸 애를 먹곤 한다. 이 때문에 여전히 값싸고 휴대 가능한 새로운 전력공급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256차 미국화학회(ACS) 연례학술대회 및 전시회에서는 뉴욕주립 빙엄턴대 한인과학자인 최석흔[Seokheun (Sean) Choi] 부교수(생물전자공학 및 마이크로시스템 연구실)가 종이로 제작되고 박테리아로 구동되는 새로운 형태의 전지를 발표해, 전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손쉽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공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화학회는 세계 최대의 과학 학술단체로, 오는 목요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광범위한 과학 주제에 대해 1만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베스트 솔루션은 종이 기반의 배터리”
최교수는 “종이가 바이오센서 재료로서 독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저렴하고 일회용으로도 쓸 수 있고, 유연하고 넓은 표면적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교한 센서들은 전원 공급이 필요한데, 시중에서 파는 전지들은 너무 낭비적이고 비싸서 종이 기판용으로 쓸 수가 없다는 것. 어쨌든 가장 좋은 솔루션은 종이 기반의 바이오-배터리라는 것이 최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전에 주변 환경에서 오염물질을 검출할 뿐 아니라 값싸고 편리하게 질병과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종이 기반의 일회용 바이오센서들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이런 도구들은 색깔 변화에 따라 결과를 나타내나 종종 감지율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감지율을 높이려면 바이오센서에 전원공급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최교수는 이같은 일회용 도구에 쉽게 통합시킬 수 있는, 박테리아로 구동되는 값싼 종이 전지 개발을 구상했다.

최교수와 뉴욕주립 빙엄턴대 동료연구팀은 종이 표면에 금속과 다른 재료로 만든 얇은 층을 인쇄한 종이 배터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종이 위에 동결 건조된 ‘엑소일렉트로겐(exoelectrogens)’을 입혔다. 엑스일레트로겐이란 자신의 세포 바깥으로 전자를 전달하는 특별한 형태의 박테리아다.
전자는 이 박테리아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때 생성돼 세포막을 통과해 나가게 된다. 세포막을 통과한 전자는 외부에 있는 전극과 접촉해 전지에 전원을 공급한다.
종이 배터리 4개월 수명, 더 늘리는 연구 중
연구팀은 배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물이나 타액을 추가해 봤다. 그러자 2분 안에 용액이 박테리아에 활기를 불어넣어 발광 다이오드와 계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전자를 생산해 냈다.

연구팀은 또한 산소가 이 장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종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산소는 박테리아가 만든 전자가 전극에 도달하기 전에 이를 흡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산소가 비록 전력 생산을 약간 감소시켰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은 박테리아 세포들이 종이의 섬유질에 단단하게 붙어있어 산소가 중간에서 전자를 가로채기 전에 신속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 배터리는 현재 4개월 정도의 수명을 지니고 있다. 최교수는 전지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해 동결 건조 박테리아의 생존과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최교수는 “모든 실제 응용물에 쓰이기 위해서는 전지의 전력 성능을 1000배 정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이는 여러 개의 종이 배터리를 쌓아 연결시킴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교수는 이 종이 배터리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고, 상용화를 위해 업계 파트너를 찾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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