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의 국영 통신사 ‘신화사(新華社)’는 중국 정부가 안후이성(安徽省)의 성도인 허페이(合肥)에 국립 인공지능 연구소를 오픈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지능기술 국가 실험실(national laboratory for brain-like AI technology)’이란 명칭의 이 연구소는 앞으로 중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연구 결과를 취합하고, 또 새로운 기술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초대 연구소장 직을 맡은 푸단대 완리준(萬立駿) 총장은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사람처럼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초의 국영 인공지능연구소 설립
이 연구소는 지난 1월 중국 국가발전위원회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았다. 중국 과학기술대학(USTC)에 본부를 두고 ‘중국의 구글’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포탈 바이두(Baidu), 선양자동화연구소(SIA), 푸단(復旦)대 등과 협력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국립 인공지능연구소 설립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A.I. 분야에서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불안감을 표명한 바 있다.
한 언론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특히 첨단 머신러닝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분야에서 중국의 급속한 기술력 발전을 높이 평가한 후 미국이 딥러닝 분야 기술 선도국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은 놀라울 정도다. 14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중국 과학기술원(CAS)은 인민폐로 1000만 위안(미화 1400만 달러)을 딥러닝용 칩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칩은 사람처럼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프로세서 칩(processor chip)이다. ‘캄브리콘(Cambricon)’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약 5억 4,100만 년 전부터 4억 8,800만 년 전까지의 고생대(Cambrian period)에서 나온 말이다.
고생대에 수많은 동·식물이 생겨났는데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를 지휘할 사람은 첸 윤지(陈云霁)와 첸 티안쉬(陈天石) 두 형제다. CAS에서 교시직을 맡고 있는 첸 윤지는 35세의 MIT 출신이고, 동생 첸 티안쉬는 캘리포니아공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생 첸 티안쉬는 지난해 3월 캄브리안 테크놀로지(Cambricon Technologies Co.)란 회사를 설립한 후 딥러닝용 칩을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CAS가 이 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민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를 국가 프로젝트로 확대하기 위한 과정인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컴퓨터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강국
시장에 출시된 캄브리안 칩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제 3차 세계 인터넷 콘퍼런스에서 캄브리안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캄브리안 1A(Cambricon-1A)’ 칩의 초당 160억 개의 가상 뇌세포를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1초 동안 신경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2조개의 시냅스를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그래픽 처리를 위한 고성능 처리장치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 성능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컴퓨터 능력 역시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집계하는 톱500(TOP500.org)은 지난해 6월20일 중국 우시 국가슈퍼컴퓨팅센터가 보유한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이 최고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컴퓨터는 1초 당 9경3014조번 덧셈과 뺄셈을 하는 93페타플롭스(petaflops: 초당 1000조회 연산) 성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위인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타이탄과 비교해 5배에 달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이 슈퍼컴 성능을 좌우하는 프로세서를 자국산 제품을 사용해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딥러닝 코어(프로세서)를 리드할 캄브리안 시리즈의 등장은 세계를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두의 기술 책임자이면서 인공지능 분야 권위자인 앤드류 응(Andrew Ng) 씨는 “바이두에서 뇌신경 차원의 언어처리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최근 인간을 능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보다 말 잘하는 딥러닝 이미 개발해
사람보다 대화를 잘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잉(Didi Chuxing),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텐센트(Tencent) 등이 보유한 인공지능 기술수준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최근 중국 텐센트가 발간한 ‘중국 인터넷 미래 5년 추세백서’에서는 중국의 모바일 산업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렀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을 바꿀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할 것이고,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만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선도하며, 기술 판도를 바꾸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투자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중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초조한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기업들이 얼마 안 있어 MS,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새로운 대책을 강구한 바 있다.
실제로 그동안 실리콘밸리에 몰리던 기술 인력이 중국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바이두의 기술책임자 앤드류 응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이전에 코세라, 구굴 브레인 등 딥러닝 회사 공동설립자였다.
그동안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력을 의존해왔다. 그러나 수년간의 노력 끝에 중국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13일 문을 연 국영 인공지능연구소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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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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