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발언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데일리 미러’ 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론 사용을 철저히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4세가 넘더라도 저녁식사 시간부터 잠잘 때까지 휴대폰을 사용치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침대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수면 시간에 충분한 잠을 잘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게이츠의 이런 교육관은 그와 이름이 같은 아버지 빌 게이츠가 쓴 저서 '게이츠가 게이츠에게(Showing up for life)'에 담겨있다. 변호사였던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TV를 보지 않도록 하고 책 읽는 시간을 늘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기르게 하려고 애썼다.

스마트폰, 자녀에게 약인가 독인가?
빌 게이츠가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게이츠 가문의 교육법에 따른 것이다. 아버지의 교육법을 아들이 받아들인 셈이다. 스마트폰을 만든 고 스티브 잡스의 자녀교육 방식 역시 빌 게이츠와 흡사했다.
10년 전 잡스 생전에 뉴욕타임스의 테크블로거인 닉 빌튼 (Nick Bilton)이 잡스와 대담을 가진 적이 있다. “아이들이 아빠가 개발한 아이패드를 애용하고 있냐?”고 묻자 잡스는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잡스는 또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패드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집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세계의 두 거장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역시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의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자녀들의 디지털 중독이다. 일상생활이 곤란할 만큼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디지털 홍수에서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자는 캠페인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유럽 등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디지털 중독을 막기 위한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디톡스 운동은 세계적인 현상
교육계에서도 이 운동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실행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 간에 큰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로부터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s)과 액스박스(Xbox)를 몰수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인터넷을 통해 논쟁이 발발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게임에 빠져 밤잠을 자지 않아 낮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라며 학교 측의 강력한 조치에 지지를 표명했다.
많은 부모들 역시 학교 측 처사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수업 시간이 정상화될 때까지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계속 압수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게임기기를 압수당한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학교 측의 폭력적인 처사에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충돌은 일상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영국의 디지털 관련 조사 기관인 ‘HHC(Digital Awareness UK and the Headmasters' and Headmistresses' Conference)’이 11~18세 아이들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6%는 가족 모임 자리에서 부모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6%는 부모님이 아이들의 요구를 아예 무시했다고 응답했다.
44%는 역정을 냈으며, 나머지 10%는 "스마트폰을 보는 거는 다 네 걱정해서야"라고 말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디지털기기를 가운데 놓고 부모와 자녀들 간에 큰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15세의 한 소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때때로 스마트폰을 들고 외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녀가 부모를 걱정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17세의 한 소년은 자신의 어머니가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계, 디지털기기와의 공존 모색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기기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 써리에 있는 라이기트 문법학교(Reigate Grammar School)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학교에서는 디지털기기와 관련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그리고 11~18세 학생들이 스스로 디지털기기 사용을 통제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이 성공을 거두면서 성공사례가 영국 전역으로 전파되고, 많은 사람들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 학교를 다니는 17세의 학생 고야 베러티(Goya Verity) 군은 “나를 비롯해 많은 또래들이 디지털 중독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유용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중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기기의 유용성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몰수 논란을 벌이고 있는 비디오 게임기의 경우 다른 한쪽에서는 학습용으로 개발돼 학습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집중력 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학습에 적용할 경우 집중력이 높아지고, 학생 참여율도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시급한 것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관계자들은 학습 현장에서 디지털기기를 절절히 활용하면서 또한 어린 학생들이 디지털 중독에 빠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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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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