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개발하고 단백질을 탐색하며, 분자를 추적해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생체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됐다.
이 방법은 특히 유전자를 편집하지 않고도 단백질을 변형해 생물의 기능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앞으로 연료, 식량, 의약품 개발 등 여러 부문에 응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단백질에 연결하는 강력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0일자에 발표했다.
‘산화 환원반응 활성화 화학적 표지작업’(ReACT : redox activated chemical tagging)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기술은 기본적으로 화학 물질과 표지가 특히 단백질 같은 생체 분자에 부착되는 과정인 생체 결합 (bioconjugation) 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창(Christopher Chang)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연 발생하는 인체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메티오닌 같은 단백질에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화학적 다용도 스위스 칼’을 발명했다”며, "이 ReACT 방법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다른 도구로 통합할 수 있고, 시약을 혼합해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 박사와 버클리 랩 동료 연구자인 딘 토스티(F. Dean Toste) 박사는 UC버틀리대 교수로 버클리 랩 화학 연구부에서 추진하는 촉매 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연구를 주도했다.

새로운 단백질에 편승하기
토스티 박사는 생체결합 과정을 픽업트럭 뒤쪽에 걸어놓은 화물 트레일러에 비유했다. 픽업트럭은 단백질이고,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걸쇠는 이번에 개발한 ‘화학적 스위스 칼’이다.
그는 “이 화물은 여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암세포에 약물을 전달하거나 트럭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모니터로도 쓸 수 있고 트럭을 개조해 구급차로도 바꿀 수 있는데, 이 같은 변경은 트럭을 새로 만들거나 새로운 연결장치를 더하는 등의 여러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체결합은 전통적으로 반응성이 높은 아미노산 시스테인을 사용한다. 시스테인은 황을 함유한 두 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서 산-염기 화학 반응 앵커를 제공하고 쉽게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종 표지(태그)와 화학 그룹의 부착지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스테인은 가끔 단백질의 실제 기능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거기에 ‘걸쇠를 걸면’ 불안정해지고 고유 기능이 방해를 받는다.
이 같은 이유로 과학자들은 시스테인을 비켜가는 방법을 찾아왔고, 자연스럽게 다른 황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메티오닌은 황에 여분의 탄소원자가 부착돼 있어 대부분의 경우 걸쇠가 부착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연구진은 화학적 산화-환원 공정을 사용해 새로운 걸쇠를 개발함으로써 여분의 탄소가 여전히 부착된 상태에서 메티오닌에 ‘화물’을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적 스위스 군용 칼’의 잠재력
메티오닌의 큰 장점은 상대적으로 희귀한 아미노산으로서 부작용이 거의 없이 생체분자에 충격도 덜 주면서 연구자들이 선택적으로 이를 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ReACT를 생물학적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약물 결합체를 합성해 ReACT를 시험했다. 또 신진대사 효소인 에놀라아제(enolase)가 잠재적인 암 치료 타겟이라는 것을 식별해 냄으로써 이 도구가 새로운 신약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이 생체결합 도구가 다음과 같은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나노기술 – 단백질 결합이 독성을 줄이면서 공기 및 물과 양립할 수 있는 나노 재료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재활용이 가능하고 안정성이 뛰어나며, 화학적인 단백질 변형을 통해 활성과 선택성이 개선된 인공 효소의 생산
● 합성생물학 – 선택적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거나 기존 단백질의 기능을 보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창 교수는 “이 방법은 유전자 편집에 의존하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를 만들지 않고도 자연 단백질을 직접 변형해 안정성과 활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생물체의 기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생물학적 환경 정화뿐만 아니라 연료와 식량, 의약품의 지속 가능한 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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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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