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신소재·신기술
이강봉 객원기자
2016-09-13

책을 펴지 마라, 덮은 채로 판독한다 '테라헤르츠 방사선' 카메라로 두꺼운 책 투시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매우 오래된 책을 발견했을 때 당혹한 것은 그 책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누렇게 변한 종이들이 자칫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책을 덮은 채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미징 시스템이다.

CBS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 주요 언론들은 13일 보도를 통해 책을 덮은 채로 그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이미징 시스템(imaging system)을 개발한 곳은 MIT와 조지아공과대학 공동연구팀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종이의 파손 우려로 책장을 넘기기 어려운 고 책자와 문서들을 해독할 수 있다. 때문에 고고학자 등 오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일반 서지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백과 잉크 성분 분석해 문자 해석 

새로운 이미징 시스템을 개발한 MIT 미디어랩의 바르마크 헤쉬마트(Barmak Heshmat)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카메라를 활용할 경우 책을 펼치지 않은 채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정확히 판독할 수 있으며, 어떤 책이든 문자 해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손 우려 때문에 박물관 등에서 덮인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두루마리, 책자 등 고문서를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카메라가 개발됐다. MIT, 조지아공대가 공동 개발한 이 카메라는 테라헤르츠 방사선을 이용,  책 속에 들어 있는 정확한 글자 분석이 가능하다.  ⓒsmithsonianmag.com
파손 우려 때문에 박물관 등에서 덮인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두루마리, 책자 등 고문서를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카메라가 개발됐다. MIT, 조지아공대가 공동 개발한 이 카메라는 테라헤르츠 방사선을 이용, 책 속에 들어 있는 정확한 글자 분석이 가능하다. ⓒsmithsonianmag.com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지난 10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새로운 이미징 시스템은 테라헤르츠 방사선(terahertz radiation) 혹은 줄여서 티-선(T-ray)이라고 하는 전자파 방사선(electromagnetic radiation)을 활용하고 있다.

파장이 가장 짧은 감마선에서부터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그리고 전파까지의 파 영역에서 나타내는 모든 방사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C. Maxwell, 1831∼1879)이 전자기파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견한 바 있다.

이어 1887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가 인공적으로 전자기파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이 전자기파의 성질을 자세히 연구함으로써 맥스웰의 이론을 현실적으로 입증했다.

계속된 연구를 통해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유도하고, 같은 방법으로 자기장은 전기장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장이 같이 발생하면서 전자기파를 구성하게 된다.

헤쉬마트 박사는 “이 방사선을 활용할 경우 잉크로 인쇄된 종이 표면에서 잉크로 덮여있는 부분을 제외한 빈 공간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종이 양면에 들어가 있는 글자 모양들을 일일이 해독할 수 있다.

탐지한 책 속의 정보들은 글자 해독용 알고리듬을 통해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 박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책 안에 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신기한 카메라의 이름을 ‘테라헤르츠 카메라’라고 명명했다.

컴퓨터 등에서 투사 영상 재현 가능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박물관, 서지 연구가들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박물관 안에는 책을 펼치지 못해 서고에 쌓여 있는 책자들이 쌓여 있는데 이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수 천 년 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고문서 해독이 가능하다.

그럴 경우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고고학은 물론 학계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박물관은 물론 역사, 종교, 문학 등 고문서를 다뤄야 하는 일반 학계에서도 이 신기한 책 리더기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책 안을 투사할 수 있는 이미징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일부 과학자들은 엑스선을 이용해 파손이 우려되는 고대 두루마리를 해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두터운 두루마리나 책자들을 해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엑스선이 두터운 책자를 투사하기는 하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학자들이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판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테라헤르츠 카메라’를 이용할 경우 어떤 고문서든지 그 안에 있는 화학적인 성분 내용을 빨아들을 수 있다.

그리고 잉크 성분과 공백 간의 비교분석을 하면서 정확한 글자 해석이 가능하다. 헤쉬마트 박사는 “테라헤르츠 기술이 이전의 엑스선 기술보다 보다 더 안전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고고학, 서지학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는 디지털 쪽이다. 특히 컴퓨테이셔널 이미징(computational imaging) 기술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버클리 대학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연구하고 있는 로라 월러(Laura Waller) 교수는 “그동안 광학기술로 볼 수 없었던 사물의 영상들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적용 방식에 따라 새로운 이미징 기술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카메라 기능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9쪽의 분량을 한꺼번에 해독할 수 있지만 테라헤르츠 방사선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 30쪽의 분량을 해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9-13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MAIL: sciencetimes@kosac.re.kr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