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총기 규제를 위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스마트 건(smart gun)'을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반도체 칩을 이용해 총기 소유주의 지문을 인식해야만 발사할 수 있는 총을 ’스마트 건‘이라고 한다.
2일 ‘리코드(Recode)’ 지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법 집행을 위해 이번 주 ‘스마트 건’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가이드라인이 담긴 규정을 연방·주·지방 정부에 배포했다. 발사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이 총기 사용을 통해 사고나 불법 사용을 막겠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의도다.
백악관은 사이트를 통해 현재 미 국방부가 미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건’ 성능 시험에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또 성능이 뛰어난 총기 개발업체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혁신을 촉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자본 ‘스마트 건’에 투자
그동안 총기 사고가 이어지면서 미 정부는 사고방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지금 총기사용을 규제하기보다 반도체 칩을 통해 총기 사용을 감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인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백악관 발레리 자렛(Valerie Jarrett) 상임고문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스마트 건’ 기술로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자렛 고문의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스마트 건’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론 콘웨이(Ron Conway)의 지지는 백악관의 행보를 가볍게 하고 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스마트 건’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총격을 방지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안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기술을 향한 우리들의 도전이 '스마트 건'의 놀라운 미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마땅찮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전미 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바바 행정부의 총기 규제 방침에 줄곧 대립해왔다. 기존의 총기 판매 감소를 우려한 결과다.
그러나 NRA 불괘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마트 건’ 기술혁신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컴퓨터 월드’에 따르면 최근 등장하고 있는 ‘스마트 건’ 들은 대부분 총기 주인의 생체 정보를 인증하는 방식의 ID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방부·경찰, ‘스마트 건’ 도입 전폭 지지
플로리다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이토나 비치(Daytona Beach)'에서 만든 ’스마트 건‘ 안에는 총기 주인의 손바닥을 인지할 수 있는 반지 모양의 칩이 들어있어 사용 권한이 부여된 사람만 그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자태그’ 장치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채용한 경우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독일 기업 ‘아미틱스(Armatix)'에서는 총기가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총기 사용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건‘을 제작했다.
아마틱스에서 개발한 권총은 지문이 인식된 사용자에게 부여되는 ’iP1'이란 이름의 손목시계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 이 손목시계를 통해 권총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다. 시계에서 권총을 제어할 수 있는 무선신호가 나와 시계를 차지 않으면 권총을 사용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 건’에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먼 거리에서 총 손잡이를 조정해 발사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법으로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겠지만 새로운 제어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총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경찰, 군인들은 ‘스마트 건’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 성급한 총기 사용으로 곤욕을 겪은 바 있는 경찰은 ‘스마트 건’을 통해 무리한 총기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방부 역시 부대 내에서 빈번한 총기 사고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막대한 자금을 써가며 ‘스마트 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스마트 건’ 기술이 새로운 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스마트 건’ 기술에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총기 사고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큰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학교에서 총기사용법을 가르칠 만큼 총기 사용이 일반화된 나라다. 세계 총기 수요의 절반 가량을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마트 건’ 사용을 의무화하는 미 행정부 조치는 총기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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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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