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그래피티(graffiti)’라고 한다.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생겨났는데 유럽에서는 '거리 예술(street art)'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그래피티는 1960년대 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콘브레드(Cornbread)’와 ‘쿨 얼(Cool Earl)’이라는 서명(tag)을 남긴 인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Keith Harring) 같은 예술가들이 나와 예술의 한 장르로 발전시켰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얼굴 없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유명한 익명의 작가 ‘뱅크시(Banksy)’다. 영국의 거리예술가로서 자신의 신원을 숨긴 채 분쟁지역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파격적인 주제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뱅크시’는 브리스톨 시의 로빈 거닝햄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 궁금증을 과학자들이 해결했다. 영국 퀸 메리 대학 연구팀이 ‘지오그래픽 프로파일링(geographic profiling)’이란 기법을 사용해 이 익명 작가 신원을 밝혀냈다고 5일 ‘인디펜던트’ 지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은 경찰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사용해오던 기술이다. 범죄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 범인의 행동 혹은 심리적 특성을 추론해 범죄 용의자로서 확률이 높은 인구통계적 특성, 단서를 도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 경관이기도 했고 범죄학으로 학위를 받은 미국 텍사스 대학의 킴 로스모(Kim Rossmo) 박사로부터 이 기술을 전수받은 퀸메리대 연구팀은 익명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분포, 활동 반경 등을 분석한 후 그가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도 140개를 작성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지도가 런던과 브리스톨 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도에 표시된 지점이 집중된 것을 중심으로 뱅크시의 거주지 가능성을 좁혀 나갔다. 그리고 실제 아티스트로 추정되고 있는 인물을 찾아냈다.
영국 예술가, 로빈 거닝햄(Robin Gunningham)이었다. 2008년 이후 줄곧 뱅크시의 실제 인물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스티브 르 콤버(Dr. Steve Le Comber) 박사는 “최종적으로 작성한 모든 지도들이 거닝햄이 살고 있는 장소를 지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퀸 메리 대의 콤버 교수는 지난 201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생한 말라리아의 데이터를 사용 이 질병을 퍼트린 모기들의 발생지 추적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에도 ‘지오그래픽 프로파일링’ 방식을 적용해 300㎢의 65%가량만 조사하고도 모기의 발생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익명의 예술 활동, 위축될 전망
콤버 박사는 “‘지오그래픽 프로파일링’ 기법을 사용할 경우 좁은 지역만을 찾아보고도 찾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로 계산하면 몇 분이 안 걸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작업 시간 역시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의 작가 ‘뱅크시’는 그동안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Art Terrorist)'라고 호칭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파격적인 내용의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대영박물관에 잠입해서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시켜놓은 적도 있다.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줄 모른 채 관람할 만큼 작품 수준이 높았다. 이외에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도 같은 행적으로 보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 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난민들을 주제로 심각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익명이지만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영국 온라인 뉴스 사이트 ‘가디언 언리미티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74년생이며, 14살부터 낙서화를 시작했다고 했다. 백인이고,브리스톨시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퇴학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던 익명의 예술가 ‘뱅크시’의 신분이 거의 밝혀짐에 따라 향후 뱅크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오그래픽 프로파일링’에 따른 검색 추정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다른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는 중이다.
‘지오그래픽 프로파일링’은 각국 경찰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기법이다. 그러나 최근 전염병 추적은 물론, 테러범 색출작업에 활용되는 등 그 사용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파일링 기법이 더욱 진화할 경우 익명의 작가들의 예술 활동 역시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6-03-07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