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에서 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전자파를 이용, 콘크리트 벽 너머에 있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29일 미국 CNBC는 새로 개발한 이 기술을 통해 옆방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RF 캡처(RF Capture)’란 이름의 이 기계는 TV 앞에 있는 사람의 신체와 음성을 감지해 TV 화면 안에서 그대로 반영하는 동작 인식게임 키넥트(Kinect)와 비슷하다. 벽 뒤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영상을 통해 빨갛고 파란 빛으로 보여준다.
화면상에 나타나는 사람의 영상은 공항에서 밀수품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열 탐지기 영상과 매우 흡사하다. ‘인터네셔날 비즈니스 타임즈’는 벽을 넘어 사람의 움직임을 판독할 수 있는 이 기계가 산업적으로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연구자는 교수가 아닌 레바논 출신 89년생 연구원 파델 아디브
이 기술을 이용하면 콘크리트나 나무 벽 뒤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금고가 있는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으며, 보석상이 자리를 비울 때도 가게 안에 상황을 실시간 감지하는 일이 가능하다.

의료 분야에서는 산모 뱃 속에 있는 태아의 건강 상황은 물론 여러 사람의 심장박동 수와 호흡을 동시에 체크하는 일이 가능하다. 경찰이 비밀 수사를 할 때도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 관계자들은 특히 미래 가상현실 기술을 비롯 영화의 모션갭쳐(motion capture), 노인이나 병약자 간병을 위한 간접 보호 장치, 다양한 보안 시설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획기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곳은 MIT의 컴퓨터과학 & 인공지능연구소(Computer Scienc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 이하 CSAIL)다. 이곳에서 연구팀은 지난 2013년부터 벽을 뚫고 볼 수 있는 ‘투시 장치’를 개발해왔다.
작동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먼저 기기의 무선신호 송출기가 신호를 발사하면 이 신호는 벽 너머의 사물들에 부딪힌 다음 다시 반사된다. 반사된 신호들은 ‘RF-캡처’의 수신기가 다시 수집하고, 수집한 신호를 통해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를 이끈 인물은 교수가 아닌 레바논 출신의 연구원 파델 아디브(Fadel Adib)다. 1989년생인 아디브는 전란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CSAIL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 과정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을 한 계기도 극적이다. 와이파이 속도를 빠르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을 때 가끔 시스템이 혼선을 일으켜 속도가 급감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3m 거리에서 99.13% 정확도 보여
이유를 조사해보니 복도에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채널이 변경되고 있었다. 아디브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리고 CSAIL 연구팀과 함께 얼마 그 원인을 밝혀냈다.
벽을 향해 무선 신호를 쏘면 상당 부분이 벽에서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고, 신호 가운데 극히 일부는 벽을 통과해 반대편에 있는 물체(사람 등)에 반사된 뒤 처음 신호를 보낸 곳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다.
아디브는 이 같은 무선 신호를 이용하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연구팀을 구성, 이런 현상을 이용해 ‘벽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벽 뒤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하는데 성공했다. 아디브는 “‘RF 캡쳐’를 활용, 벽 뒤에 있는 15명의 사람을 투시한 결과 그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그 변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IT가 공개한 비디오에 따르면 매 순간 인체 움직임의 신호가 ‘RF 캡쳐’ 영상에 떠오르고 있다. 실루엣과 같은 영상이 푸르고 붉은 색을 띠면서 등장해 크고 작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데, 각각의 자세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2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정확도를 측정한 결과 5명의 경우는 95.7%, 15명은 88.2%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 3m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99.13%, 8m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76.4%의 정확도를 보였다.
아디브는 이 기기를 제작하는데 무선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20개의 안테나가 사용됐다고 말했다. 또 X-선보다 낮은 저주파 와이파이(Wi Fi)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브는 “사람이 종이 위에 어떤 글자를 쓰고 있는지 판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가정용 기기들을 개발할 예정이다. 디나 카타비(Dina Katabi) 무선연구팀장은 어린 아이, 혹은 노인과 환자가 있는 방에 이 기기를 설치해 걱정을 더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5-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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