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호주 공영방송 ABC는 퀸스랜드 대학 생물의학연구소(IHBI)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공장기 시술 연구를 집중 조명했다. 줄기세포 배양, 3D 프린터 등의 방식들을 활용해 인공장기를 만들어 사람 인체 망가진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
특히 연구팀에서 제작 중인 ‘바이오패브리케이션 머신(biofabrication machine)’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 머신은 생체조직을 제조한다는 ‘바이오패브리케이션(biofabrication)’이란 단어에 ‘머신(machine)'이란 단어를 추가한 용어다.
쉽게 말해 생체조직을 제조하는 기계를 말한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미우 우드러프(Mia Woodruff) 박사는 “이 기계에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은 섬유질 원료를 투입해 플라스틱 인공구조체(scaffold)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퀸스랜드 대, 생체조직 즉석 시술 실험 중
연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장기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올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정밀 스캔해 '바이오패브리케이션 머신‘으로 대체 장기를 제작한 후 손상된 부위와 바꿔놓겠다는 것.

공상과학소설(SF)에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머신을 통해 사람의 줄기세포 조직과 거의 유사한 인공구조체를 만들고 있다. 우드러프 박사는 “인체 내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는 인공장기를 만들기 위해 매우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패브리케이션 머신’ 상용화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많은 병원들이 이 머신 구입을 희망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모든 병원이 생체조직을 만들 수 있는 머신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퀸스랜드 대학 생물의학연구소(IHBI)의 휴마셔(Dietmar W. Hutmacher) 교수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연구진과 함께 심장 판막 조직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들 연구진은 이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저널을 통해 손상된 유방을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연구진은 3D프린트로 만든 마이크로 화이버 골격과 부드러운 감촉의 하이드로 겔을 새롭게 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들이 만든 복합체는 탄성과 강도에 있어 무릎 관절 조직과 필적할 정도다.
또 인체 안에 있는 연골 세포의 성장과 서로 연결되는 결합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손상된 유방 복원과 심장 조직 공학을 포함한 연골 조직 공학 연구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은 인공으로 사람 물렁뼈 줄기세포와 유사한 생체조직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휴마셔 교수는 “인공구조체를 만드는데 있어 다양한 재료들을 기계공학적 방식으로 융합해 새로운 생체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70년대 ‘600만불의 사나이’의 꿈 실현
최근 생체조직 연구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브로츠와프 의대 의료진은 영국 과학자들과 함께 2010년 흉기에 등을 찔려 신체가 마비된 불가리아인 다렉 피디카의 코 후각세포에서 떼낸 후각초성세포(OEC)를 척수에 이식했다.
OEC는 후각 시스템의 신경섬유가 계속해서 재생될 수 있는 경로 역할을 하는 세포로, 코의 신경세포는 계속해서 손상되고 재생되는데 이 과정에서 OEC가 신경 섬유가 다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점을 이용해 코에서 떼넨 OEC를 배양한 뒤 2주 후 흉기에 찔린 척수의 상처 부위 위와 아래쪽에 주입해 신경섬유가 자라면서 양쪽이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척수 재생이 가능해졌다.
영국의 플린(Flynn)이라는 이름을 가진 80세 한 남성은 지난 6월 영국 맨체스터 시 로열 아이(Royal Eye) 병원에서 생체공학 눈(bionic eye)을 이식 받아 일부 시력을 일부 회복했다. 그는 노인성황반변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었다. 안경에 있는 미니카메라에 의해 포착된 영상을 작은 전기적 펄스로 전환시킨 후 망막 안에 이식한 전극을 통해 뇌로 보내 빛 패턴을 판독하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 TV를 통해 인기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가 방영된 적이 있다. 사람 안에 인공구조체를 이식해 초능력을 가진 인간이 탄생하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스토리다. 당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인조 인간을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꿈으로 사라졌던 인류의 소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 세브란스 병원은 불치병인 척수 장애를 고치기 위해 뇌조직에서 분리한 신경줄기세포를 통해 척수 신경을 회복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생체공학 눈을 이식받는 사례도 늘어나 실명된 눈을 고친 사례가 벌써 수십 건에 달하고 있는 중이다. 40여 년 전 ‘600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품었던 꿈이 지금 실현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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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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