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다. IT 기술로 통신망과 연결한 자동차를 말한다. 벤츠, 볼보,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애플, 구글 등 주요 IT업체들 간에 미래 커넥티드 카 시장을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커넥티드 카’ 기술개발 경쟁을 불붙인 것은 올해 초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CES 2015'이다. 가전제품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10여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참여해 그동안 개발해온 첨단기술 경쟁을 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언론은 ‘커넥티드 카’가 불과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상반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 기관 JD파워(J.D. Power)의 조사결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소비자 38% 인포테인먼트 기능 외면해
26일 ‘LA타임즈’에 따르면 JD파워는 ‘커넥티드 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정밀 조사한 보고서 ‘운전자의 인터랙티브 차량 체험 보고서(Driver Interactive Vehicle Experience Report)’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커넥티드 카’를 구입한 소비자 중 지난 3개월간 차량 운전 경험이 있는 4200명의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자동차 속을 채우고 있는 첨단 기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넥티드 카’를 구입한 소비자들 중 많은 수가 차 안에 설치된 첨단 기술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육성으로 레스토랑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려주고 예약 등을 대행해주는 기능이 있다. 조사 결과 새 차 구입자의 43%가 이 서비스 이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서비스들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38%는 인터넷 무선연결 시스템을, 35%는 자동 주차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차량 스피드와 주행 관련 다른 정보들을 알려주는 경고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다.
크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기능도 인기를 끌고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을 합성한 ‘인포테인먼트’는 소프트웨어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오락 기능을 추가한 것을 말한다.
조사 결과 소비자의 32%가 온라인 소비자 평가 사이트 ‘옐프(Yelp)', 글로벌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Pandora), 내비게이션 브링고(BringGo)와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에 들어 있는 앱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소비자 성향에 맞는 ‘커넥티드 카’ 개발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소비자들이 첨단 커넥티드 기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거나 마지못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JD파워의 크리스 콜로지(Kristin Kolodge) 전무는 자동차에 설치된 IT기기들이 스마트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커넥티드 카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커텍티드 카 개발에 퍼붓고 있는 막대한 개발자금이 낭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벤츠, 볼보,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애플, 구글 등 주요 IT업체들은 커넥티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많은 자금을 투입하면서 IT와 자동차가 융합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골로지 전무는 올해 안에 약 1400만 대의 ‘커넥티드 카’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약 300만 대는 각국 정부가 구입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한 1100만 대의 차량 중 280만 대는 커넥티드 기술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사실은 ‘커넥티드 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콜로지 전무는 “많은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적용된 IT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에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큰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를 판매하고 있는 딜러들이 ‘커텍티드 카’ 기능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소비자 성향에 맞는 ‘커넥티드 카’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커넥티드 카’가 큰 수난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21일 유튜브에 올라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체로키’의 해킹 동영상은 자동차가 풀숲에 곤두박질치는 장면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커넥티드 기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차량 내 첨단 기술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자동차 사들은 막대한 기술개발 자금을 날리는 꼴이 된다. 자동차업계가 ‘커넥티드 카’ 수난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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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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