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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5-06-19

가벼운 소재도 변형 가능한 '프레스' [인터뷰] 강재훈 기계연 광응용기계연구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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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자동차의 요건 중 하나는 소재의 경량화다.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과 같이 무게가 가벼운 소재들이 미래형 자동차 소재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 소재의 경우 복원력이 뛰어나고 파단이나 균열이 쉽게 발생되기 때문에 성형 시 프레스 기술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강재훈 기계연 광응용기계연구실 박사 ⓒ 기계연
강재훈 기계연 광응용기계연구실 박사 ⓒ 기계연

사람만큼 똑똑한 ‘쎄다 프레스’

스마트 프레스를 일컫는 다른 이름인 ‘쎄다 프레스(SEDA, Smart and Ecological Dual servo motor driven Advanced mechanical press)’. 강재훈 기계연 박사팀은 기존 프레스의 단점을 보완한 ‘쎄다 프레스’를 개발했다. 힘은 50배 높아지고 동작은 자유로운 조절이 가능하다.

‘쎄다 프레스’는 기존에 사용되던 일반 프레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프레스란 금형을 위한 성형가공 기계로, 기기 안에 금속 또는 비금속의 가공재를 넣은 후 강한 힘으로 압축시켜 압축과 절단, 굽힘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프레스는 전반적인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종입니다. 하지만 다른 공작기계에 비해 여전히 단순하고 낙후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시대가 변하는 만큼 프레스 기술도 더 이상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계속 대두되고 있는 미래형 자동차는 에너지 절감 극대화를 필요로 하고 있고,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은 자중을 감소해야 한다는 요건이 붙고 있어요. 하지만 기존의 프레스로는 이러한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소재들을 감당할 수 없었죠. 미래형 소재들은 가볍잖아요. 소재가 가벼워졌다는 것은 예민하고 유연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저희팀은 신개념 프레스인 ‘쎄다 프레스’를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속은 변형된 후에도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지닌다. 이를 막기 위해 프레스가 가압력으로 금속을 누르고 있어야 하지만 기존의 프레스는 이 기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운동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깊은 형상의 성형을 시도하기 위해 한 구간에서 반복 동작을 이어가면 재료에 균열 현상이 발생해 불량물이 나오곤 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적용하지 못한 첨단 신소재까지 다룰 수 있고, 비숙련 작업자도 용이하게 조작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프레스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적은 동력으로도 큰 힘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강재훈 박사팀이 개발한 50톤급 기계식 서보프레스 ⓒ 기계연
강재훈 박사팀이 개발한 50톤급 기계식 서보프레스 ⓒ 기계연

무거운 1개의 모터 → 가벼운 2개의 모터

이를 위해 강재훈 박사팀이 주목한 것은 모터였다. 기존의 프레스는 한 방향으로 단순 회전 운동 할 수 있는 일반 모터가 사용됐다. 가격이 비싸면서 크고 무거운 서보 모터 1개를 이용했기 때문에 프레스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모터 무게가 무거우므로 상부가 무거운 ‘가분수 구조’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력이 낮은 2개의 서보 모터(Servo Motor)를 사용했어요. 2개의 서보 모터를 마치 사람의 팔 같이 좌우 대칭 형태로 배치함으로써 누르는 힘의 크기를 높은 효율로 키울 수 있도록 고유 메커니즘을 개발했습니다. 서보 모터는 단순 회전 운동하는 일반 모터와 달리 회전 속도와 방향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최대 50배 이상 프레스 가압력을 내는 걸 확인했죠.”

일반모터를 사용한 기존의 프레스는 사용자가 운동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없어 경량 소재 성형에는 곤란했다. 그러나 서보 모터가 사용된 프레스는 회전 방향이나 속도를 임의로 변환할 수 있어 위치와 지연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그 결과 성형이 이뤄진 후에도 원래대로 복원되지 않도록 가압력으로 누를 수 있었고, 이는 곧 얇고 가벼운 경량 판재들을 정밀하게 성형하는데 적용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프레스 성형 후 좌우 양 끝 처짐과 변형이 9㎛ 이내가 되도록 능동제어 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에요. 결국 서보 프레스 국산화율을 높이는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세계적인 공작기계와 관련한 국제 전시회를 여러번 참관했습니다. 기기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기존의 고정 관념을 과감하게 탈피한 형태, 작업자 친화형의 조작 운영 디스플레이 패녈, 인간을 닮은 지능화된 제어부,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친근감을 나타내줄 수 있는 기계 외형 등으로요. 프레스라는 기계도 더 이상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구나, 싶었죠. 그 대열에 저희 연구팀도 합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이고요.”

물론 해결해야 활 과제들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에코 인증 제도의 도입과 규격 설정이 시급하다. 강재훈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공작기계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에너지와 자원 절감, 이에 따른 경제성 제고를 추구하고자 하는 에코 인증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강 박사는 “국내도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유업 시장 등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의 수출이 막히게 될 것이 극명하다”고 이야기 했다.

“프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독일과 일본 등 관련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코 인증화 도입을 위한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지속적인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에 대한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 향후 세계적인 시장 동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선도 기업들이 프레스 시장을 점유하는 가운데 국산 기술로 첨단 프레스를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국내 기술이 세계 일류 기술의 대열에 합류한 계기를 만들었죠. 제조 단가도 기존의 약 70% 대까지 낮출 수 있게 된 만큼 신규 수출의 장을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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