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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12

천연가스 사용하는 연료극 소재 개발 [인터뷰] 김건태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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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요소가 고체로 이뤄져 있어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소재가 저렴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 전해질의 손실 및 보충과 부식의 문제가 없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해당 전지는 복합발전능력과 효율이 높아 학계와 현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의 연료극으로는 일반적으로 니켈 서멧(Ni cermet) 소재가 사용됐다. 이는 세라믹스와 금속의 합금 소재로, 연료가 산화될 때 높은 촉매 활성을 갖는다. 하지만 천연가스와 메탄, 프로판, 부탄 등 탄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연료가 완전히 산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연료에 포함된 탄소가 연료극 표면에 침적되고 연료에 포함된 황 불순물의 피독으로 인해 장기간 연료전지의 작동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곤 했다.

탄소침적, 황피독 등 기존 문제점 극복한 소재

김건태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 ⓒ 김건태
김건태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 ⓒ 김건태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탄화 수소계 연료를 사용할 경우 출력 성능을 장시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에 대한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SOFC의 문제점을 극복한 소재를 개발했다. 김건태 UNI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천연가스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극 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는 수소 또는 탄화수소연료를 공기와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발생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입니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배출열까지 활용한다면 발전 효율이 95% 이상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죠.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뛰어난 효율이니까요. 하지만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대부분 탄화수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비싸고 저장이 어려워요. 때문에 천연가스와 메탄 같은 탄화수소를 직접 연료전지에 사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이번 저희팀의 연구에서는 탄화수소(천연가스, 메탄, 프로판, 부탄 등) 연료를 직접 사용했을 때 안정성과 높은 성능을 갖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의 연료극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수소 혹은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기존에 보고된 전극 소재보다 뛰어난 출력 성능과 안정성을 보여줘 천연가스와 LPG 등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직접 사용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김건태 교수팀은 탄화수소를 연료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중층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double perovskite) 물질을 개발했다. 이를 새로운 연료극에 적용해 탄소 침전 및 황 피독과 같은 기존 연료극 소재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기존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탄화 수소계 연료를 사용할 때 출력 성능을 장시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연료극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중층 구조의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개발했어요.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이온반경이 큰 희토류 등의 원소와 원자반경이 작은 전이금속, 그리고 산소이온으로 구성된 8면체 물질입니다. 이온반경이 큰 원자 일부를 치환해 원자 크기의 차이를 만들어 층을 만든 물질로 산소이동도와 표면특성이 우수하죠.”

개발된 전극소재는 700℃에서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할 때 탄소 침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며 500시간 이상 연료전지 작동시에도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현재 고체산화물연료전지의 연료극으로 주로 사용하는 금속산화물 전극(Ni-YSZ)은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 수 시간 이내에 전극에 탄소가 침적돼 전극이 파손되므로 탄화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개발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연료극 물질은 탄화수소(천연가스, 메탄, 프로판, 부탄 등) 연료를 사용했을 때 안정성과 높은 성능을 가집니다. 저희팀이 개발한 전극 소재의 성능을 시험한 결과 700℃에서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탄소 침적이 일어나지 않았고 500시간 이상 안정성 평가를 한 결과 전압 또는 전류의 강하가 전혀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세계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850℃에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했을 때 1.7 W/cm2의 출력을 보였고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1.3 W/cm2의 출력을 보여 기존에 보고된 전극 소재보다 뛰어난 출력 성능과 안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천연가스, LPG 등의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직접 사용 할 수 있음을 확인했죠.”

탄소침적 문제 해결 위해 시작한 연구

단일 페로브스카이트(좌하)에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우상)으로 상변화 그래프 ⓒ 한국연구재단
단일 페로브스카이트(좌하)에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우상)으로 상변화 그래프 ⓒ 한국연구재단

김건태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지난 10년 간 연료전지 분야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오랜 시간 연구를 진행한 만큼 연료전지의 한계점과 극복돼야 할 부분을 잘 알고 있던 그는, 그 중 한 가지인 탄소침적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번 연구도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진 고체산화물연료전지의 연료극 물질을 개발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바로 여기서부터 연구에 속도가 붙어 전체 연구를 진행했죠. 이렇게 연구를 완성하는 데 약 1년 남짓 걸린 것 같아요.”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은 아무래도 상업화의 시기였다. 연료전지의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시장은 더욱 효과적인 소재의 빠른 사용을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료전지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 원으로, 연평균 85%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연료전지 분야 사업은 LG와 두산,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이 제조 분야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죠.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화 및 발전 시스템 적용 검증 등 앞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스텍 단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협력한다면 머지않아 개발한 연료극 물질을 적용한 SOFC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실험실 규모에서 진행된 연구인 만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대면적 전극 제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10년 이상 작동 시에도 안전하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이고요. 사실 연구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에요.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공기 중에 있을 때는 일반 페로브스카이트로 존재하지만 수소로 환원 하게 되면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로 상이 변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연료극 물질로 사용할 때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로 상이 변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당 연구결과는 연료전지 개발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국내 기술력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탄소 침적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다양한 탄화수소 연료를 사용해 높은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연료극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또한 개발한 새로운 연료극 물질로 인해 5천억 원 이상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제조원가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게 된 만큼 실용화와 산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기대다.

“연구라는 것은 그 결과가 크던 작던 다음 연구 및 다른 연구자들을 위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 최고 저널에 게재함으로써 학계에 인정받게 됐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또한 연료전지 분야 연구에 일조 할 수 있다는 점이 보람되기도 해요. 앞으로 이번 연구로 만족하지 않고 연료전지 연구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선도할 수 있도록 연료전지 연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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