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대형화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현대중공업이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 'CSCL 글로브'호를 완공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으로 무려 축구장 4배 크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 선박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후 2013년에 인도한 머스크 라인사의 맥키니 몰러(MC-KINNEY MOLLER)호가 세계 최대의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기록은 다시 우리 조선기업에 의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CSCL 글로브'호를 완공한 현대중공업의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계가 연료비와 운항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컨테이너선 생산기술과 설계능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컨테이너를 수송하기 위해 전용 선창을 갖춘 컨테이너선(Container Ship)은 1988년 4300TEU급의 포스트 파나막스(Post Pamamax)급이 도입되고, 1996년에는 6000TEU급 선박이 취항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형화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선형이 3000TEU급에서 6000TEU급으로 두 배 커지는데 무려 24년이 걸렸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술의 발달로 2003년부터 8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굴지의 국내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5년에 이미 “컨테이너선의 크기가 1만2000TEU급 이상이면 경제성이 없어서 한계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1만2000TEU급 이상이면 속력 유지를 위해 대형선박용 엔진을 2개나 장착해야 하는데 이는 연료 및 비용 등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오고, 항만 접안도 힘들고, 짐을 여러 차례 옮겨서 수송하는 등의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 컨테이너선은 계속 대형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는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성 향상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세밀한 밸브 개폐로 연비 높여
최근 건조된 'CSCL 글로브'호의 경우 길이 400m, 폭 58.6m, 높이 30.5m로 축구장 4배의 크기다. 이 세계 최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움직이려면 7만7200마력의 엔진이 필요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엔진이 바로 운항 속도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를 조절하는 전자제어식엔진(ME엔진)이다. 이 엔진의 1TEU당 연료소모율은 기존의 컨테이너선보다 20%가량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최첨단 ME엔진은 연료분사 및 밸브개폐를 전자유압제어방식(Electro-hydraulic servomechanism)으로 개별 실린더 별로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가장 큰 문제점인 연비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존의 캠축 제어식 엔진을 대체하고 있다.
기존의 선박용 디젤엔진의 경우, 크랭크축에 연결된 캠 구동장치를 조정, 시동공기 분배기에 의해서 연료를 분사하고, 출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이 캠식 엔진에 비해 전자제어식 엔진은 각 실린더마다 한 개씩 부착된 파일럿 밸브를 시동 순서에 따라 개폐해 주 시동 밸브를 통해 시동공기가 실린더 내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이로써 기존 엔진에 비해 파일럿 밸브와 배기밸브 개폐의 적절한 조절이 가능해 압축 시의 마찰 저항이 적고, 배기밸브의 개폐시기를 조절, 최고압축력을 변화시켜 연소성능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자제어식은 배기밸브를 신속히 열어 과급기(Impeller)에 배기가스를 더 많이 공급시킬 수 있다. 이는 공기를 실린더 내에 다량 공급해 급가 속력을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선박의 연료 효율을 높여준다.
자외선으로 선박평형수 살균
선박의 밸러스트 수(Ballast water)란 선박 운항시 선박의 항행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체 내에 싣는 해수를 말한다. 만약에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밸러스트 수를 싣지 않고, 항해할 경우, 선박의 프로펠러가 수면에 떠올라 헛돌고, 운항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또 큰 배의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좌우 흔들림이 커지고, 이 상태에서 운항할 경우, 자칫 전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선박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량물을 선체에 적재하거나 바닷물로 밸러스트 수(선박평형수)를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매년 50억 톤 이상의 바닷물이 밸러스트 수를 통해 이동하고, 이로 인해 7,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운반됨으로써 새로운 환경파괴 주범이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번식력이 좋은 외래종 '지중해 담치'는 우리나리 고유의 홍합을 몰아내고, 생태계의 왕좌를 차지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가 방류를 엄격히 규제하고 나섰고, 지난 2005년 7월 21일 영국 런던의 IMO 본부에서 발효된 이른바‘런던협약’에는 2012년 이후 건조되는 모든 선박에 밸러스트 수 처리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됐다.
따라서 밸러스트 수 처리장치는 선박의 운항 못지않게 경제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장비로 떠올랐고, 국제조선시장에선 치열한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11월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하이밸러스트(HiBallast)’는 시간당 500∼8000㎥ 규모의 바닷물을 전기분해를 통해 살균하는 장비다. 이는 전극에 특수 코팅을 해, 전력 소모량을 줄인다.
또 여과장치, 자외선(UV) 반응기, 반응기 자동 세척장치, 램프 전원 공급 장치, 제어 캐비닛 등의 총 5가지 부분으로 구성된‘에코밸러스트(EcoBallast)’는 여과 및 자외선 살균방식으로 해수 속의 미생물을 제거한다.
이는 밸러스트 펌프를 통해 유입된 해수로부터 1차 여과장치를 이용해 침전물 및 50마이크로미터(㎛) 이상인 미생물을 분리시키고, 2차로 자외선 살균처리 장치를 이용, 50마이크로미터(㎛) 미만인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살균시킨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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