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은 항암제를 투약 받다 보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잖아요. 탈모(脫毛)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환자들을 위해 스마트가발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가발은 아니에요. 평소에는 가발 내부에 삽입된 센서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고 체온도 감지할 수 있죠. 이를 통해 면역력 정보를 수집해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보호자에게 응급상황을 알리도록 고안됐어요. 더불어 가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스타일 측면까지 강조했죠."
지난 13일 카이스트(KAIST) KI빌딩 로비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가득 모였다. 카이스트에서 주최한 '2014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경진대회' 본선이 진행, 암 환자를 위한 스마트 가발부터 모션인식 내비게이션 깔창까지, 그야말로 입는 컴퓨터의 경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이날 '암 환자를 위한 스마트 가발'로 대회에 참가한 이지훈(성균관대 석사과정 ‧ 30) 씨는 자신이 속한 팀의 작품을 열심히 설명했다. 이 씨 뿐만이 아니다. 충남대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팀, 'ISL'은 머리에 착용할 수 있는 스마트 마우스를 개발했다. 제품 'WYSIWYG' 는 마우스는 영상 처리부, 센서부, 통신부로 구성돼 있다. '영상 처리부'는 영상에서 손을 찾아 움직임에 따른 마우스 동작을 정하고, '센서부'는 영상의 변화가 손의 움직임인지 머리의 움직임인지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통신부'는 PC와 통신에 사용하는 것으로, 연결이 되면 해당 마우스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영남대학교 학생들은 도로 위에서 사고 발생률이 높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해 후방영상을 제공하는 헬멧을 개발했다. 마치 로봇의 헤드를 연상시키는 이 헬멧은 후방을 신경 쓰다가 전방을 주시하지 못해 사고 위험에 노출된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운전자는 헬멧 앞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후방카메라 영상과 휴대폰 내비게이션 영상,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 등을 볼 수 있다.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모션인식 내비게이션 깔창도 눈에 띈다. 성신여자대학교의 '발걸음' 팀은 "길을 찾는 과정은 여행자에게 매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그동안 지도와 스마트폰을 보는 데 할애한 시선과 시간을 여행에 더 집중할 수 없을까 싶어 이 제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제품명은 '15°' 다. 그동안 길을 찾기 위한 도구, 스마트폰 등에 빼앗긴 15°의 시선을 올려보라는 의미에서다.
스스로 착용감을 조절하는 스마트슈즈도 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개발한 해당 제품은 사용자의 보행 현황에 따라 신발 형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의 다기능 신발기 갖고 있던 위치정보와 신발 내 온습도 상태 측정은 물론, 보행상태에 따른 변화를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이 외에도 게임 ESD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된 업적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적절한 운동 및 보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워터탈출넘버원' 팀은 실시간 수심을 체크할 수 있는 구명조끼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물놀이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수심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발한 제품은 실시간을 수심을 체크해 물놀이 시에도 자신이 깊은 물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고, 사고를 예방하게 도와준다. 물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수심정보를 전송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특정 버튼을 눌러 GPS와 네트워크를 이용, 현재위치가 처음에 등록된 번호로 전송된다. 이를 통해 빠른 시간에 구조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세종대학교 학생들의 'PPT 제복'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생들은 현대시대에 중요성이 강조되는 PPT를 더욱 효과적이고 인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의상을 제작했다. 팀 '칠면조' 의 한 학생은 "개발한 제품을 통해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요소에는 감정에 힘을 실어 주고, 언어적 메시지는 의미를 강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청자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인 프레젠테이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NU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 의상을 제작했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버튼으로 제어하는 기존의 기기보다, 학생들이 개발한 입는 PPT 제복 'PT블리'는 다양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청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본선에 오른 제품은 총 15점이었다. 이 중 건강관리 제품이 6점, 오락과 정보제공 제품이 총 9점이다. 무엇보다 이날 대회에서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탄생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대회 위원장인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시계와 안경, 의류 등에 IT기술을 적용한 웨어러블 기기가 주목받고 있다”며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스마트 기술이 융합된 최첨단 웨어러블 기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회의 의의를 전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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