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안전은 에어백이 책임져 준다. 그렇다면 선박에 승선한 사람들의 안전은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 것일까. 선박은 자동차처럼 충돌하거나 추돌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물에 가라앉게 되는 2차 피해가 생긴다. 따라서 선박 사고는 충·추돌 보다는 침몰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유럽연합의 과학자들이 선박이 좌초되었을 때나 충돌했을 때, 조기에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선박용 에어백’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시스템이 상용화된다면 지금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선박 사고를 대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전 확보는 물론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어
선박이 사고로 부력과 균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경우, 사고 선박은 침수와 침몰 위기에 노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무원과 승객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부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선박에 장착해 사고가 난 선체를 인위적으로 안정화 시키는 것이다.
선체에 부력을 제공하는 장치가 개발된다면 해양이나 해변이 기름 등으로 오염되는 사고를 막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꿈같은 장치의 개발을 위해 유럽연합은 지난 2013년 까지 선박 안전의 보루가 될 수 있는 선박용 에어백 개발 프로젝트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수-사이(Su-Sy, Suirfacing System for Ship Recovery)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강화섬유로 만든 풍선이 부풀어 오르면서, 선박을 수직으로 세워 물 위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최근 그리스의 칼키다(Chalkida) 항구에서 낡은 유조선을 동원해 실시한 테스트에서 수-사이 시스템은 침수위험이 있는 선박을 성공적으로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하여 테스트 작업을 주도한 독일 밸런스(Balance)사의 라인하드 알레르(Reinhard Ahlers) 상무이사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신속하게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작은 카트리지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생산하는 것 이었다”고 술회했다.
수-사이 시스템은 신속하게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을 포함한 부양시스템을 선박에 설치하는 기술이다. 사실 이 시스템에 사용된 기술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기술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수-사이 시스템은 매우 튼튼한 케블라(Kevlar)로 된 튜브와 압축가스 봄베로 구성되어 있다. 케블라는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파라계 방향족 폴리아마이드 섬유로 황산용액에서 액정방사된 고강력 섬유다. 강도와 탄성, 그리고 진동흡수력 등이 뛰어나 진동흡수장치나 보강재 및 방탄재 등으로 사용된다.
케블라로 된 에어백은 선박 어느 곳에든지 설치할 수 있지만, 가장 적절한 장소는 이중 선각(double hulls)과 선박 평형수탱크(ballast water tanks) 사이라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장비의 기본 구조는 위성용 탈출 장비인 블로우아웃(Blow out) 시스템이나 해양 구난장비와 흡사하다. 즉 외부에서 작동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에어백을 부풀려 추가적으로 부력을 얻는 것이다.
찬반양론 분분
신속하게 풍선을 팽창시키기 위한 재료로는 화약에 사용되는 질산칼륨과 에폭시 수지, 그리고 산화제이철을 함유하는 카트리지를 이용한다. 비상사태 발생 시 카트리지가 초기화되면 화약은 에폭시 수지를 산화시켜 풍선을 부풀게 만든다. 또한 산화제이철은 폭발 프로세스를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화약은 폭발하면서 열을 생성시킨다. 그리고 폭발 시의 고열은 풍선의 플라스틱 표면이나 비화염성 화물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의 엔지니어들은 열 교환 장치가 부착된 두 번째 용기를 제작했다. 열 교환 장치는 화약 폭발 시 차가운 공기를 주입시켜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수-사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먼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는 네덜란드 와게닝대 해양연구소의 에그베르트 이프마(Egbert Ypma) 연구원은 “이중 선각에 풍선을 위치시킨다고 가정하면, 선박 건조가 더욱더 어려워지고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검사와 유지관리도 거의 불가능해진다”라고 밝히며 “조만간 수-사이 시스템은 신뢰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에 수-사이 프로젝트 파트너사 중 하나이자 해양 및 우주항공분야 생존 기술 전문기업인 서비테크(Survitec)사의 알레르(Ahlers) 연구원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어느 누구도 이 시스템이 즉시 구매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에어백의 팽창 속도를 좌우할 재료만 최적화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해양 구조물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웨덴 차머스공대의 조나스 링스버그(Jonas Ringsberg) 교수도 “수-사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선박 평형수 탱크에 에어백을 장착한다는 아이디어는 해양 안전을 향상시키는 한 단계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면서 “이 시스템이 추가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선박 내 공간에 커다란 에어백들을 위한 여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해운업체나 조선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경제적이지 못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건조비용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유지·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안전과 그에 투자되는 비용으로 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무작정 비싼 시스템이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엔지니어들은 수-사이 시스템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제도적으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들도 수-사이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이끌어 내려면 보다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안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풍선을 부풀리는 가스배출의 조정이 용이하도록 개선하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미래의 대형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넣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07-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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