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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4-06-19

해수담수화 플랜트에 쓰이는 그래핀 코팅 [인터뷰] 오일권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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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graphene)은 광학적·전기적으로 우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열전도도가 높고 화학적으로 안정할 뿐 아니라 불투과성을 갖고 있어 전자·전기·기계·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최근에는 그래핀 표면 특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순수 그래핀이나 기판 위에 올려진 그래핀의 '젖음성(Wettabiity)'에 대한 연구는 그 특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핀의 젖음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그래핀을 보다 실용적으로 응용하기 위해 필수단계다.

최근에는 그래핀 젖음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MD simulation), 그래핀 전사기법 등을 이용해 다양한 이론적․실험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리표면 굴곡 살려 그래핀 코팅

오일권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오일권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런 가운데 국제 공동연구진이 구리 표면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 표면을 따라 그래핀을 코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일권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공학부 교수팀과 미국 렌슬러공대 코라트카(Koratkar) 교수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구리표면이 물에 젖지 않도록 그래핀을 코팅하면서 굴곡은 그대로 유지할 수 기술을 만들었다. 해당 연구는 해수담수화장비와 열교환기 등 내부식성이 필요한 장비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그래핀이 가진 우수한 성질들로 인해 이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많은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래핀은 높은 열전도율과 화학적인 안정성을 갖고 있어요. 즉, 온도를 빠르게 잘 전달할 수 있고 소금물이나 높은 온도를 가하더라도 쉽게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죠. 이러한 성질은 그래핀을 표면 코팅제로 응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그래핀의 이러한 특성을 해수담수화 플랜트 장비에 응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어요."

일반적으로 해수를 담수화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을 끓여서 나온 증기를 다시 온도를 낮춰 물방울로 만드는 방법을 이용한다. 해수 담수화 장비는 온도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고온상태에 노출 되거나 소금물에 닿더라도 부식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기존의 장비들은 이러한 요건을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저희 연구팀이 그래핀을 표면 코팅제로 이용하려고 한 거예요. 저희 연구팀은 소수성을 갖는 거친 표면의 구리기판 위에 그래핀을 합성하고 코팅했어요. 소수성이란 물과의 친화력이 작은 표면의 특성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소수성을 가진 표면은 물과의 친화력이 작기 때문에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도 흡수되지 않고 공처럼 둥근 모양을 갖게 됩니다. 둥근 모양이니까 또르르, 하고 표면에서 쉽게 흘러내리겠죠.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소수성을 가지는 표면 위에 그래핀을 코팅해 표면의 열전도도를 향상시키고 내부식성을 향상시켜 해수담수화 장비나 에어컨 실외기, 열교환기, 응축기와 같이 표면에 물방울이 응축되는 장비에 효율성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연구결과, 그래핀이 증착된 소수성 구리 기판은 고온(200℃)의 환경과 소금물 속에서도 5시간 동안 산화와 부식이 일어나지 않고 표면 소수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구리 기판보다 30% 가량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집시킬 수 있었다.

"사실 기존에도 그래핀을 코팅제로 이용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에서는 화학기상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을 이용해 먼저 그래핀 시트를 합성한 이후, 합성된 그래핀을 전사공정을 거쳐 다시 코팅하고자 하는 표면 위로 옮겨야 했습니다. 사실 전사 과정을 거치는 것은 곧 그래핀의 우수한 성능이 감소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전사과정은 먼저 그래핀을 성장시킨 후 코팅하고자 하는 표면 위로 옮기는 작업을 말합니다. 매우 복잡하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과정이죠. 생각해보세요. 그래핀은 원자단위 두께 정도 밖에 안 되는 매우 얇은 필름이에요. 이렇게 얇은 막을 찢어지지 않게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은 결 쉬운 작업이 아니죠."

결국 전사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의 방법은 그래핀에 여러 가지 결함을 만들 뿐 아니라 우수한 성능을 감소시킨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전사공정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기 때문에 이 역시 한계로 지목되곤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일권 교수팀은 화학기상증착기법(CVD)을 이용했다. 이를 이용하면 그래핀 전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합성과 코팅 작업을 할 수 있다. 전사과정에서 여러 가지 결함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이 단계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그래핀의 우수한 성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앞서 언급했듯 전사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작업이에요. 이러한 전사과정이 생략된다면 실제 산업에 적용됐을 때도 경제적·시간적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이 되겠죠?"

융합연구의 산물…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

그래핀 코팅된 소수성 표면을 이용한 대기 중 수증기 응집 모식도. 그래핀 코팅된 소수성 표면의 온도를 주변 환경보다 낮은 온도로 낮추게 되면 대기중에 포함된 수증기들이 표면에 응축되어 물방울로 응축되게 된다. ⓒ 한국연구재단
그래핀 코팅된 소수성 표면을 이용한 대기 중 수증기 응집 모식도. 그래핀 코팅된 소수성 표면의 온도를 주변 환경보다 낮은 온도로 낮추게 되면 대기중에 포함된 수증기들이 표면에 응축되어 물방울로 응축되게 된다. ⓒ 한국연구재단

오일권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의 연구와 비교했을 때 전사과정을 생략하고, 소수성 표면 위에 그래핀을 코팅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표면의 소수성을 유지한 것은 그래핀의 화학적 안정성과 높은 열전도율에 의해 내부식성과 물방울 응축효율향상이라는 효과를 함께 가져왔다.

"이번 연구의 성과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반 구리기판과 비교했을 때 약 30% 가량 높은 물방울 응축효율을 나타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구리기판이나 구리는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열전도율 덕분에 해수담수화 장비나 응축기, 열교환기 장비에 많이 쓰이고 있어요. 이러한 구리기판에 간단하게 전기도금을 이용해 소수성 표면을 만들고 CVD기법을 이용해 그래핀을 코팅함으로써 30%의 높은 효율 향상을 얻어냈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는 소수성이라는 표면 특성과 그래핀 코팅, 두 가지에 기인한다. 일반 구리기판이나 구리관에서 표면에 물방울이 응축되면 물방울이 금방 흘러내리지 못하고 물 막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열을 전달하는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연속적으로 물방울이 응축되는 게 어려워지고 응축효율은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성 표면에서는 금방 물방울이 흘러내리게 되며 이로 인해 표면에 '물방울응축 – 탈착' 과정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쉬워진다. 더불어 표면에 코팅된 그래핀에 의해서 열전달 효율이 향상돼 물방울 응축은 더욱 잘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그래핀이 코팅된 소수성 구리기판이 일반 구리기판보다 30% 가량 더 높은 물방울 응축효율을 가질 수 있게 한 원리다.

오일권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약 1년 이라는 시간을 소요했다. 사실 착상부터 논문 게재까지, 1년을 들인 것은 매우 짧은 시간인 셈이다. 오일권 교수는 "그래핀이라는 소재가 워낙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로 만드는 게 중요했기에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그래핀이라는 소재의 공학적인 응용폭을 넓혀 보고자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래핀은 나노 단위의 소재로써 전극과 센서, 배터리 같이 나노스케일의 전기·화학적인 분야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나노스케일의 그래핀이라는 소재를 해양플랜트나 열교환기와 같은 매크로(Macro) 스케일의 기계적 장비에 응용해 보고자 했죠."

이번 연구는 융합 연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화학분야와 재료, 나노, 기계 등 다양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일권 교수는 "구리기판 위에 전기도금기법을 이용해 나노 입자를 도금한 후 소수성표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그래핀을 합성하는 과정에서는 화학, 재료, 나노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이렇게 합성된 샘플의 표면특성을 파악하고 내부식성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기계분야의 지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연구였기에 기계공학, 화학공학의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더불어 미국 렌슬러 공대 코라트카교수팀과 국제 공동 연구팀을 구성해 연구기간 동안 유기적인 협력을 이뤄냈어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연구한,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죠."

해당 연구는 나노 스케일의 기술을 매크로(Macro) 스케일로 확대해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핀이라는 나노 소재를 단순히 스마트폰, 터치패널, 배터리기술과 같이 나노 크기에서 응용 하는 게 아니라 해수담수화 장비 같은 큰 덩치를 가진 장비에 응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낸 것이다. 오일권 교수는 "나노기술이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좋은 기술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핀이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실용화의 길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향후 몇 년 이내에 그래핀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풍부한 가능성을 지닌 그래핀을 실제 공학과 산업에 응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그래핀 코팅을 이용한 해수담수화 장비 뿐 아니라 저희연구팀에서 연구 중인 액츄 에이터, 배터리기술도 결합해 기계, 전자, 조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래핀이 응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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