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민·군기술협력 성과발표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KINTEX)에는 주말을 맞아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레이저를 이용해 3D 프린팅이 가능한 금속 직접 조형기술과 실내에서 분대단위의 모의전투 훈련이 가능한 착용형 혼합현실 기술, 감시정찰 센서 네트워크 등 군·산·학·연 간의 다양한 연구 성과물들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융합연구그룹 민군실용로봇사업단(박상덕 소장)에서 선보인 다족 견마로봇은 특이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산악지대나 바윗길에서도 이동하고, 무거운 짐도 운반하는 다족형 견마(犬馬)로봇은 현재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다.
이날 설명을 맡은 생기원 민군실용로봇사업단의 김진탁 연구원은 “다족형 견마로봇은 열악한 지형조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동력전달이 가능한 구동 및 센서시스템으로 이뤄진 로봇”이라고 설명했다.선형 2차 제어(LQR) 기법을 이용한 로봇다리의 다중입력 유압시스템 제어를 통해 속도가 바뀌어도 관성이나 토크(회전력) 등에 대해 균형 조정 능력을 갖고 있다. 또 유압시스템을 통해 제어되는 액추에이터(Actuator)는 피스톤을 왕복 운동시키기 위해 서보 모터가 회전운동을 일으켜 구동된다.
각각의 다리에 가해지는 힘은 센서에 의해 정밀 측정된다. 중앙제어장치는 각 센서들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보 모터로 유체의 압력을 조절하고 이 유압의 힘은 액추에이터를 통해 다족 로봇의 4개의 다리를 정확히 움직인다. 이 치밀한 알고리듬과 유압력이 산악이나 빙판길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갈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다족 견마로봇의 활용성은 무거운 물건을 지고 높은 산악을 오르내리는 짐꾼의 역할이다. 특히 군용 견마로봇의 경우, 박격포탄과 같은 무거운 탄약을 지고 아군 보병부대가 지키는 높은 고지에 오르내리는 운반수단으로서 향후 그 활용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60킬로그램 짊어지고 산길 행군 거뜬
이날 전시된 다족 견마로봇의 이름은 진돗개와 풍산개의 앞 글자를 딴 ‘진풍’이다. 진풍은 2행정 가솔린 엔진이 주동력원이며, 중앙제어장치가 탑재된 PC와 시동장치 전원용 배터리팩, 유압장치, 4개의 유량제어용 센서, 피스톤 길이를 재는 센서, 각종 밸브, 다리를 직접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등으로 구성된다.
김 연구원은 “진풍은 차량이 다닐 수 없는 길이나 높은 산악지역에 짐을 옮기기 위해 개발됐으며, 개발 주체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지만 현대 로템, 성균관대, 한양대 연구소 등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진풍은 100퍼센트 국내 개발한 것으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개발됐다. 현재 진풍은 60킬로그램의 짐을 짊어지고 산악 길을 걷는데 큰 무리가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김 연구원은 말했다. 그 이유는 라이벌격인 미국의 빅독(Big dog)과 알파독(Alpha Dog)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우리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의 빅독이며 진풍은 빅독의 80퍼센트의 기술 수준이다”고 밝혔다.
‘빅독(Big Dog)’이란? 지난 2009년 미국의 군수업체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다족 견마로봇. 이 빅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매우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옆에서 사람이 발로 차도 중심을 잡고 걸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짐을 싣고 산악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론 안된다. 이후 빅독은 황소만한 크기의 ‘알파독’에 관심을 빼앗겼다. 엔진이 더 커진 알파독이 빅독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180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32킬로미터나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큰 엔진과 강한 유압장치만이 다족 견마로봇에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진풍은 60kg의 짐을 싣고 산길을 갈 수 있다. ⓒ ScienceTimes
큰 엔진, 강한 유압 오히려 장에
소프트웨어 쪽인 김 연구원은 이 진풍의 개발에서 보행 알고리즘을 담당했다. 그는 개발 시에 가장 힘든 점을 진동으로 꼽았다. 다족 로봇은 돌을 밟거나 울퉁불퉁한 지형을 다녀도 넘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자체 동력으로 항공유를 연료로 하는 2행정 가솔린 엔진을 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진동을 심하게 발생시킨다.
군에 정식으로 채택되려면 소음은 절대로 곤란하다. 전투 중에 소음이 나면 적에게 아군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독이 알파독으로 넘어간 이유 역시 이 엔진 소음 때문이라는 설명.
그는 “이 진동이 로봇에서 자세제어를 담당하는 IMU 센서에 영향을 미치고, 이 잡음/진동을 걷어내는 필터링 작업이 매우 지루하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유압은 큰 힘을 내는 데는 유리하지만 보행시, 높낮이가 불특정한 지면에서는 오히려 로봇의 자세를 망가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대책으로 로봇의 발 모듈에 스프링을 달어주거나 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댐퍼(damper)를 달아주었다. 현재 알파독이나 진풍의 다리에는 각종 흡음 및 진동 방지 장치가 달려있다.
그렇다면 진풍은 어떻게 알아서 길을 찾아갈까? 김 연구원은 “활용은 4가지 측면에서 연구되고 있다. 첫째로, GPS 좌표를 미리 입력시켜놓고, 나무나 바위, 절벽 등은 자체 센서로 피해가는 방법이다. 둘째로 사람이 멀리서 원격조종(RC)하는 방법이다. 셋째로 인도자가 앞에 가면 센서에 의해 다족로봇들이 그 사람만을 따라가는 방식 등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진풍이 사람들 앞에 걸어 다니려면 좀 더 정교한 알고리듬, 소음, 방탄, 주동력의 배터리 전환 등의 문제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미국은 거의 30년에 걸쳐서 개발한 걸 우리나라는 7년 동안 이뤄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알파독을 능가하는 다족 견마로봇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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