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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4-05-02

물방울 이용해 전기 만들 수 있다 [인터뷰] 김연상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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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물방울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김연상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과 전자부품연구원(KETI) 디스플레이융합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불규칙한 물방울의 흔들림을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물방울 움직임 능동형 전력 변환 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이로써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가정 생활용수로 전력을 생산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영국왕립화학회가 발간하는 ‘케미스트리 월드(Chemistry World)’에 소개되기도 했다.

물 한방울로 6볼트 전력 수확

김연수 교수팀과 전자부품연구원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물방울이 전하를 지닌 표면에 접촉할 때 발생하는 전하의 변동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고 회수하는 기술이다. 물 한 방울의 움직임으로 최대 0.42밀리와트 전력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샤워기로 물을 흘려보낼 경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칩 2~3개를 밝힐 수 있는 정도다.

김연상 교수팀은 물방울을 전기로 만들 수 있는 물방울 움직임 능동형 전력 변환 소자를 개발했다. ⓒ 김연상

“이번 연구는 일상생활 속의 물방울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물방울의 다양한 움직임 혹은 물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거죠. 실험 결과 전하를 지닌 표면에 물이 접촉할 때 발생하는 표면전하의 변동을 새로 개발한 에너지 수확소자로 회수해보니 물한방울 (40마이크로리터) 의 움직임으로 최대 0.42밀리와트의 전력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압 6볼트, 전류 70밀리암페어의 전력량이에요.”

해당 기술은 물방울의 상하 움직임을 활용하는 기존 압전 소재 기반 에너지 수확 소자와 달리 흐르는 형태의 움직임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빗방울은 물론이고 가정 생활용수, 수돗물 등을 다양한 ‘물’을 에너지 수확소자로 활용할 수 있어 폭넓은 이용범위가 기대되고 있다.

“기존의 열전소자와 압전소자, 마찰전기 소자의 경우 구조가 복잡하고 제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열이나 외부의 인위적인 물리적인 힘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응용의 한계가 있었죠. 특히 대부분의 에너지수확 소자는 눌리는 특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 또한 주변의 버려지는 에너지를 이용하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연구팀은 물을 이용하면 어떨까 의견을 나눴어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의 경우 대부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잖아요. 이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한다면 좀 더 실용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발한 에너지 수확 소자는 비가 올 때 지붕 위에 설치하거나 버려지는 생활용수, 강물의 흐름, 바닷물의 출렁임 등에 적용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터빈과 같은 기계적 장치 없이 간단한 구조로 다양한 응용분야에 맞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한 장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의 경우 가정에서 버려지는 생활용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아직은 상상의 단계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친환경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본 연구에 사용된 주요 재료가 인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이며 전기를 발생하는 매개체로 물을 이용했다는 점 역시 환경친화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 소자의 경우 낮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요. 값비싼 비용이 요구되는 진공공정 이나 클린룸 등 고도의 정화된 환경이 아닌 곳에서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용액공정만으로 소자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향후 필름기판을 이용한 연속적인 롤투롤(roll to roll)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또한 구조 측면에서도 기존 에너지수확소자와 비교할 때 매우 간단해서 어레이(array) 공정을 이용한 대면적 소자 제작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투명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요. 에너지 발생 비용의 경우도 빗방울, 물줄기, 강물의 흐름, 파도의 움직임과 같은 자연현상을 이용한다면 매우 저렴하겠죠. 때문에 기존 에너지 발생장치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융합연구로 이룩한 쾌거

물방울 움직임을 활용한 전기 에너지 변환 개념도 ⓒ 서울대학교
물방울 움직임을 활용한 전기 에너지 변환 개념도 ⓒ 서울대학교

개발된 소자는 두 개의 분리된 전극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기판 위에 있는 전극을 패터닝 해 원하는 모양으로 형성시키는 공정을 거친다. 이후 두 번의 스핀코팅 공정을 통해 물방울을 대전시킬 수 있는 고분자 막과 물방울을 잘 흐르게 만들어주는 소수성 막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이번 기술에서 필요로하는 과정의 전부다.

“공정과 사용, 원리가 모두 간단해요. 때문에 널리 손쉽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거죠.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와 전자부품연구원이 연구에 대한 방향과 의견이 일치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에너지 발전소자가 갖고 있는 문제점, 예를 들어 복잡한 구조와 유독한 재료, 사용할수록 크랙이 발생하는 점, 투명하지 않은 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데 목소리가 모아졌죠. 더불어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저렴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발전소자를 원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에 흔히 있지만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에너지 발생으로 인해 생겨나는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이번 연구는 처음 초기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으로 완성해 출간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김연상 교수는 “복잡한 공정이나 외부 전력 없이 물의 흐름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은 미개척분야였기 때문에 구체화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연구초기에는 대부분의 공정을 진공 장비를 이용해 진행했어요. 때문에 소자제작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죠. 만들어진 소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정착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물의 흐름을 통해 LED를 밝힐 정도의 전기에너지가 연구초반에는 만들어지지 않아 연구를 계속해야 할 지 말 지 고민도 많았어요.”

해당 연구는 앞으로 다양한 응용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연상 교수는 “현재 발생되는 전기에너지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향후 지금의 소자를 최적화하고 여러 개의 소자를 연결해 전기발생 용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생활주변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해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전기에너지 양을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럴 경우 작은 용량의 전기를 이용한 자가발전 센서, 위치 표시 시스템 및 비상용 전기 장치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외부 전력의 도움 없이 단순히 물방울의 흐름만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어요. LED를 밝힐 수 있을 정도의 의미 있는 전기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거죠. 대단위 전기에너지 발전도 가능하지만 우리 생활주변의 익숙한 다양한 물흐름 현상을 통해서도 작지만 쉽게 에너지가 발생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응용분야가 발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김연상 교수는 앞으로 보강 연구를 통해 상업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로 진화시키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 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경우 소자에 적용되는 소재개발은 서울대학교에서, 이를 응용한 소자공정은 전자부품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측 기관의 장점을 잘 살려 효율적인 연구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해당 기술이 하루빨리 실생활에 응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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