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시플레이 산업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 기술 수준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산업분야가 기술적으로 세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은 나노미터 스케일의 초박막에 대한 두께와 형상을 얼마나 잘 제어해 최종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해당 산업분야에서 양질의 최종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박막두께와 나노형상을 측정하는 분광타원계측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등의 제품이 높은 정확성을 요구하는 만큼 이들 계측기 역시 측정 기능이 섬세할수록 유리한데 기존제품의 경우 정밀도가 0.01 나노미터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산업부에서 발간한 ‘신 성장 동력 장비개발 로드맵’에 의하면 2016년도에는 0.008 나노미터 이하의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나노박막 두께 정확도 높여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나노박막두께를 0.02 나노미터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나노측정센터의 제갈원 박사팀이 해당 기기를 개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박막소자 분야에서 박막 두께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생산 라인당 약 20대 이상이 운영되는 핵심 설비인 만큼 제품 생산과 품질검사에 필수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개발한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는 산업분야에서 박막두께와 나노형상을 측정하는데 활용되는 대표적인 측정기 중 하나입니다. 반도체 소자 제조 산업체에서 실리콘 웨이퍼로부터 하나의 CMOS 소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2 나노미터 공정의 경우 약 100번의 나노형상 측정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 중 80번은 다채널 분과타원계측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국내 한 반도체회사에서만 한 대당 가격이 200억 원인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를 약 300대 정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죠.”
제갈원 박사가 속한 연구팀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 타원계측기를 교정할 수 있는 박막두께 인증표준물질을 보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반도체 소자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성능이 계속해서 향상되고 원가절감이 요구되면서 이들 제조공정은 급속한 미세화를 겪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측정 장치 간 교정을 위한 인증표준물질뿐 아니라 측정기 자체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보다 미세한 공정을 측정하기를 원했어요.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산업체의 요구를 계기로 기존 성능과 비교해 대폭 향상된 성능의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 개발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죠. 2년 전까지 새로운 광학적 구조를 가진 분광 타원계측기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실험실 수준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해당 프로토타입을 업그레이드해서 시제품 수준의 장비를 완성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갈원 박사팀이 개발한 이번 계측기는 나노박막두께를 0.02 나노미터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KRISS의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가 정확한 측정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개의 편광자 구조를 이용해 광원부와 광감지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 요인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분광타원계측기는 단 두 개의 편광자를 사용했어요. 때문에 이번에 개발한 계측기보다 정확도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우리 연구팀은 빛의 파동방향을 제어하는 한 개의 편광자를 추가해 오차 요인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반도체 박막의 두께측정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해당 제품은 전량 폐기하거나 불량을 수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공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막 두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갈원 박사는 “정확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생산업체 측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반도체 소자와 디스플레이 제품들은 여러 박막을 적층하거나 식각해서 최종 제품을 만들게 돼요. 이들 제품은 동작과 기능에 따라 두께와 형상에 대한 설계치가 정해지고, 측정기들은 설계치에 맞게 공정이 진행되는지를 확인하죠. 현재 반도체 소자제조 공정에서 하나의 10 나노미터 박막두께 시편을 수백 대의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를 사용해 박막두께를 측정할 경우 각각은 0.01 나노미터 이하의 측정 정밀도를 갖춰야 합니다. 더불어 서로 다른 장비들에 의해 측정된 박막두께 값들이 0.03 나노미터 오차 범위 내에서 속할 수 있게 측정 정확도가 충족돼야 하죠. 만약 측정기 정확도가 떨어지면 생산업체는 이를 전량 회수해 추가 공정을 진행해야 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이뤄지게 돼 있어요.”
특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는 대량생산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한 번의 측정 오차가 천문학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산업체에서는 정밀도와 정확도가 뛰어난 측정 장치와 이들을 주기적으로 교정하는데 활용되는 인증표준물질들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지식재산권과 연구비 확보, 가장 어려운 문제
제갈원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디스플레이 측정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의가 있다. 효과적인 성능과 연구성과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해당 연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유기적으로 엮인 팀플레이를 통해 대부분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 나갔어요. 다른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대동소이 하듯, 저희 연구팀 역시 보다 높은 정밀도의 다채널 분광타원계측기 개발의 시작은 기존 시스템에서 성능저하를 야기하는 문제점 분석부터 시작했죠. 원인을 분석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가능성 타진을 위한 기초 실험을 바로 진행했어요. 가능성이 확인된 후 부터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을 들자면 지식재산권 확보와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연구비와 시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었죠.”
기존에 없던 구조나 타원계측기 자체에 새로운 광학적 구조를 연구팀이 제안해서 만드는 것이므로, 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자체도 연구팀이 원하는 성능과 기능을 구현해야 했다. 그 가운데에는 연구팀이 특별히 원하는 부품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게 대부분 힘들어요. 게다가 기성품이 아닌 스페셜 오더(order)를 해야 하죠. 한 두 개의 특수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든다고 할 때도 제작비는 껑충 뛰게 돼요.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연구비는 많이 들죠. 이는 자연히 연구비 확보에 대한 어려움과 연결되고요. 연구 자체 뿐 아니라 각각 단계와 과정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주변의 상황을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힘들었습니다.”
제갈원 박사는 앞으로 전체 편광상태의 빛을 다룰 수 있는 뮬러행렬 분광타원계측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이야기 했다. 뮬러행렬 분광타원계측기는 전체 편광상태의 빛을 다룰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더욱 미세화 되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의 나토패턴 형상과 이방성을 가지는 나노소재의 특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개발한 장비는 바로 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높은 완성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기술이전 시 나타날 수 있는 업체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기초기술연구회 ‘상용화 기술개발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장치를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수행 중에 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국내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뿐 아니라 측정 장비 업체역시 우리팀의 연구결과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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