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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3-07-03

태양빛으로 물 분해 수소를 생산하다 [인터뷰] 황성필 명지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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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또한 매장량이 제한된 화석연료 사용은 비용이 높고 자원고갈의 문제가 있어 각국은 지속가능한 천연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풍력을 이용하거나 태양광을 이용한 태양전지 등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태양연료(Solar Fuel)는 태양에너지의 보관과 운송이 간편하며 LPG 충전소와 같은 현재의 사회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점이 강조된다.

태양연료 중에서도 수소는 많은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물질이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을 수 있는데, 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전기로 깨끗하게 변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소경제(Hydrogen economy)’ 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하지만 태양광으로 수소를 발생시킬 때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을 사용하게 된다. 빛 에너지를 흡수하는 반도체 물질과 에너지를 흡수한 고에너지 전자가 물을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을 빠르게 도와줄 촉매가 필요한데 이 촉매로 백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싼 백금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담이 되므로 많은 연구자들은 백금의 양을 줄이거나 새로운 촉매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금 사용량을 줄이다

▲ 황성필 교수 연구팀. 좌측부터 임보라(석사과정), 계주홍(석사졸업), 황성필 교수, 신문철 (석사과정) ⓒ한국연구재단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원자 한 겹으로 이뤄진, 두께 0.22nm의 단원자층 백금촉매를 이용, 태양광 수소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명지대학교 화학과의 황성필 교수 연구팀이 백금촉매의 노출면적을 넓혀 기존보다 1/200 수준의 백금으로 같은 양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태양빛을 받아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태양광 수소생산’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태양빛에서 전기를 발생하는 태양광발전(Photovoltaic Cell)이 신재생에너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낮 시간에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배터리 등의 저장장치로 저장해야만 겨울 혹은 야간에 사용할 수 있죠.

만약 태양광을 전기가 아닌 수소, 알코올, 가솔린 등의 연료물질로 변환시킨다면, 연료인 화학물질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와 같이 사용할 수 있어 배터리 등의 저장장치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생활방식을 거의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태양광 수소 생산 과정에는 백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황성필 교수의 연구 역시 태양광 수소생산에서 고질적 문제로 손꼽히는 높은 생산단가를 극복하는 것이 연구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기존의 연구는 백금을 반구(半球) 모양으로 만들어 반도체에 부착했지만, 이는 반구 내부의 백금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백금을 낭비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리 연구팀은 실리콘 반도체 위에 백금보다 저렴한 금으로 나노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두께 0.22nm의 단원자 층으로 된 백금을 얇게 도포했습니다. 이로써 반구 안의 사용되지 않는 백금 양을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백금의 양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개발된 새로운 백금촉매는 그 성능 역시 기존의 백금촉매에 비해 약 3배의 활성도 증가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백금 단원자 층 안에 있는 금 나노구조물이 단순 지지체 역할에서 나아가, 백금촉매와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화학적 성질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태양광 수소생산 과정에는 두 가지 특성이 조화를 이뤄야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빛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반도체물질 특성이고, 두 번째는 반도체에서 빛에너지로 생산된 고에너지 전자가 물을 환원 분해할 때 도움을 주는 촉매의 특성이죠.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후자인 ‘촉매’에 초점을 맞춘 사례입니다. 우리 연구팀의 연구는, 백금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과 백금 나노구조가 벌크 백금의 성질과 전혀 다른 물성을 가져 적은 양으로 높은 효율의 촉매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인정을 받은 셈이죠.”

융합발상으로 기존 한계를 극복하다

▲ 실리콘 기판위에 금나노구조와 단원자층 백금을 제조한 모습 ⓒ한국연구재단

황 교수팀의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기존 학계에서도 백금촉매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었다. 이와 관련해 황 교수는 “거의 유사한 방법이 시도됐고, 꽤 좋은 결과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전기화학적인 도금방법인 underpotential deposition(UPD)과 Galvanic exchange를 이용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단, ‘연료전지(Fuel Cell)’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 그룹에서 백금촉매 양을 줄이기 위해 연구돼 왔죠. 저희 연구는 동일한 방법을 전혀 다른 연구목표인 ‘태양연료’에 적용하면서 어려움을 해결하고 분석해낸 것입니다.”

기존의 방법과 거의 동일하다면, ‘과연 어떤 점이 창의적이라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황 교수는 “이와 유사한 질문을 실제 논문 심사과정에서도 받았었다”라며 운을 뗐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과연 있을까요. (웃음) 저는 ‘창의적 발상’이란 기존에 알려진 지식의 조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짜 맞춰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과거의 지식을 공부해 본인의 분야에 새롭게 적용해 보는 접근법을 사용해 왔죠. 이런 점에서, 우리팀의 연구 역시 전기화학, 연료전지, 태양연료 분야 등 서로 동떨어져 있던 지식을 한데 모아 태양연료분야에 적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의 퍼즐을 맞춘 해당 연구는, 지난 2008년 황 교수가 학교에 부임하면서 함께 시작됐다. 2011년 첫 석사과정 학생을 지도하며, 독창성 있는 연구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그는 수원 나노종합기술원에서 활동하던 오일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실리콘과 금속을 다루는 기법을 습득하게 됐고, 이때부터 태양광수소발생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실리콘과 금속 다루는 법을 익히면서, 실리콘의 나노구조를 이용한 태양광수소발생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새로운 분야인 만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연구를 꾸준히 해 작년에는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죠.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연구의 세부주제는 계속 고민거리였어요. 그러다가 기존의 연구영역을 확장하자는 생각으로 촉매분야를 탐구하기로 결정했죠.”

이렇게 시작된 이번 연구는, 나노과학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의 온라인 판에 게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주제를 조사하고 조립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던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실리콘과 금속의 계면 물성조절이 가장 힘들었어요. 예로 백금의 촉매활성면적(Electrochemical Surface Area)을 측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백금전극일 때는 매우 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금속․반도체에 적용될 때는 전하전달이 매우 복잡하게 연관되죠. 때문에 아마 지난해 가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모두 사용한 것 같네요.”

황성필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백금의 필요량을 줄여 태양광수소생산 현실화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이야기했다.

“과학적으로는 촉매의 전자효과를 확인한 점이 큰 수확입니다. 전자효과는 단원자 층 백금의 오비탈과 지지체인 금의 오비탈이 겹쳐져 새로운 성질을 가지거나, 금·실리콘 계면의 전자전달이 백금·실리콘 계면의 전자전달과 달라진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백금뿐 아니라 다른 저렴한 금속도 전자효과를 이용해 태양광 수소발생에 적합한 촉매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죠.”

해당 연구는 태양광수소생산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종의 모델연구이기 때문에 값이 비싼 금(Au) 위에 단원자막을 도포했다”며 “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더욱 저렴한 비용의 금속이나 물질을 지지체로 이용하고 백금 단원자막을 형성하는 게 효과적일 것” 이라며 가격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추후 연구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앞으로 태양광수소생산과 관련된 나노전기화학, 특히 나노와이어와 촉매와 나노패터닝 및 플라즈몬의 거동 등에 대해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황성필 교수. 그는 “다양한 전기화학연구와 함께 진행중이기에 빠른 연구 성과를 얻기는 힘들지만 성실한 학생들과 함께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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