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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3-06-26

메타물질 적용한 스텔스기 개발될까 새로운 종류의 메타물질 개발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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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종류의 메타물질 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과대학 연구진은 통신장비에서 빛의 분포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새로운 메타물질은 광파의 표준 특성을 변경할 수 있다.

현재 통신기술에서 사용되는 전자부품은 다른 유형의 장비에 비해 부피가 크다. 또 그런 장비는 일반적인 마이크로 전자회로와 통합하기 어려운 단점을 지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이스라엘 연구진은 빛 분포를 제어하는 새로운 유형의 메타물질을 개발했으며, 이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통신장비를 만드는 길을 열었다고 한다.

▲ 해리포터 영화 속에 나오는 완벽한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선 메타물질을 이용해야 한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스틸컷

한편,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최근 빛의 전기장과 자기장 성분들에 모두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메타물질 원자를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의 연구들에서는 전기장에 반응하는 것과 자기장에 반응하는 것의 두 가지 성분들로 구성된 원자가 만들어졌었다. 이런 조합방식은 개별 성분들이 서로 다른 색의 빛과 상호작용을 하며, 넓은 파장 범위에 걸쳐서 겹치도록 만들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자신들이 만든 메타물질이 이 범위를 크게 넓혔다고 주장했다. 초승달과 비슷한 모양을 지닌 이 메타물질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스펙트럼의 여러 영역에서 약 250nm(나노미터)의 파장 범위에 걸쳐 음의 굴절률을 나타낸다는 것. 따라서 초승달의 기하학적 형태를 조절하거나 원자의 크기를 축소시킬 경우 400~700nm 범위의 전체 가시광선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흔히 메타물질이라고 하면 투명망토부터 떠올리기 쉽다. 해리포터 영화 속에 나오는 완벽한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선 메타물질을 이용해 특정한 공간을 파동이 피해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투명망토를 언급하곤 한다.

'음의 굴절'을 지니는 메타물질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물체에 반사된 빛의 알갱이가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물질은 빛이나 전파가 그 물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대신 물체의 주위를 돌아 계속 진행하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메타물질이 어떤 물체를 감싸고 있을 경우 우리는 그 물체를 보지 못하고 그 뒤에 있는 물체를 보게 된다.

빛이 물체를 만나지 않고 휘어 감듯이 지나가게 하려면 아주 특별하게 빛을 굴절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계 물질들은 빛을 굴절시킬 때 양의 방향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투명한 유리컵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양의 굴절’ 때문이다. 그런데 메타물질은 자연스런 굴절과는 다른 ‘음의 굴절’을 지님으로써 그 안의 물체는 보이지 않고 뒤 배경만 보이게 만든다.

자연계에는 음의 굴절을 지니는 물질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메타물질은 금속이나 실리콘 등의 인공 소재로 만들어진다.

희랍어로 ‘범위나 한계를 넘어서다’라는 뜻을 지닌 메타물질에 대해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낸 이는 영국의 존 펜드리 교수다. 그는 한 소재회사의 의뢰를 받아 연구하던 중 물질의 내부 구조를 미세한 수준에서 인위적으로 바꿀 경우 빛에 대한 성질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1999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거기에 관심을 가져온 미국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2006년 최초로 메타물질을 이용해 아주 작은 구리관을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메타물질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전자기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 그것도 파장 3㎝의 마이크로파에 한해서만 물체 주변을 돌아가게 했다.

게다가 메타물질이 그 마이크로파를 일부 흡수해 약간의 그림자가 생겼으며, 입체가 아니라 2차원 평면에 한해 투명하게 볼 수 있었다.

2008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그물망 구조와 수nm 굵기의 은으로 만든 메타물질을 개발해 파장이 가시광선의 1.8~2.4배 되는 근적외선에서도 물체를 볼 수 없게 만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메타물질이 물체를 안 보이게 하려면 너비가 빛의 파장의 10분의 1 수준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듀크대 스미스 교수가 파장 3㎝의 마이크로파에 적용한 메타물질은 너비가 3㎜ 정도였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마이크로파나 적외선보다 훨씬 짧은 400~700nm 정도이다. 따라서 파장 500nm인 초록빛에 적용되는 메타물질의 경우 너비를 50nm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 과학으로 이 정도 너비의 물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 작은 조각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야 하는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이다.

또 가시광선에 적용되는 메타물질을 만든다고 해도 한 가지 색깔의 빛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빛에서 물체를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난제로 남아 있다.

차세대 스텔스기에 메타물질 적용 예상

하지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듀크대의 스미스 교수팀과 연세대 김경식 교수는 외부 자극을 받아도 투명화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광학굴절률 값을 스스로 조절하는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또 올해 3월엔 텍사스주립대 연구진이 두께가 66㎛(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구리 테이프로 만든 메타물질을 적용시킨 메타스크린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 가장 얇은 두께인 이 메타스크린은 파동을 물체 주변으로 우회시키는 종전 기술과 달리 파동을 상쇄시켜 물체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다.

▲ 지난 3월 한반도 상공에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 ⓒ연합뉴스
그럼 과연 과학자들은 단지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 이토록 메타물질 연구에 매달리는 것일까. 메타물질은 빛뿐만 아니라 레이더에서 쏘는 전자파나 잠수함 탐지를 위해 소나에서 발사하는 음파의 파동도 물체를 돌아가도록 만든다.

따라서 메타물질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스텔스 잠수함, 투명전차 등을 만들 수 있다. 1991년 걸프전에 처음 참전한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40여 대가 3일 동안 이라크의 주요 군사시설을 폭격했는데도 불구하고 단 1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의 반사파를 최소화하는 데 비해 메타물질은 기본적으로 반사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므로 그 위력이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만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메타물질이 도입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으며, 영국의 뉴사이언티스트 지는 메타물질을 이용한 투명전차 기술이 2039년경에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3-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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