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결함 있는 제품을 내놓으면 해커들이 그 결함을 이용해 전산망에 침투하고 대기업들은 그런 해커들을 '제재'하기 위해 애쓰는 그동안의 대결구도가 허물어지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해커들의 '연례 학술회의' 격인 '블랙 햇(Black Hat) 콘퍼런스'에 마이크로소프트(MS)나 시스코시스템스 같은 대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거나 재정적 후원을 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에 새 개인용컴퓨터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윈도 비스타'를 내놓을 예정인 MS는 '비스타'의 시험판을 회의에 참석한 보안전문가 3천여명에게 배포했다.
지난 3월 전산보안 관련 토론회에 해커들을 초청했던 MS는 당시 일부 참가자가 중요한 결함을 지적해 수정할 수 있게 해줬던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도 비슷한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의 '블랙 햇' 회의 참석자들 중 자사 제품의 결함에 대해 언급한 사람들을 법정에 세우려고까지 했던 시스코는 이번에는 이 회의의 중요한 재정 지원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시스코의 최고보안담당책임자 존 스튜어트는 "올해에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MS와 시스코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상당수의 자사 직원들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 회의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런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대해 참석자나 업계 전문가들은 '흥미있다'는 반응이다.
암호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PGP 코퍼레이션의 존 칼라스 최고기술개발책임자는 "곰에 맞서기 위해 곰 굴에 들어간 셈"이라고 평했고 컨설팅업체 언스트 앤드 영의 마이크 자노스코 보안분야 분석가는 "대담한 행동"이라는 의견을 보였다.(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 저작권자 2006-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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