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8일 포털이나 인터넷 미디어 게시판에 글을 올릴 경우 본인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명예훼손이나 인격침해를 막기 위해 하루 방문자 수 30만 명이 넘는 포털 사이트와 20만 명 이상의 언론사 사이트를 대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는 것. 임수경 씨 아들 사망 사건, '개똥녀' 사건 등 인터넷 상에서 상식 이하의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으로 가득 찬 비뚤어진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는다는 것이 도입의 배경이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사이버 폭력 방지'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관련 업계도 각기 입장을 내놓았다.
◇"사이버 폭력 방지"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당사자들인 네티즌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인터넷 실명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찬반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3만4천593명의 응답자 중 찬성이 1만7천403명(50.3%)으로 다소 우세했다. 반대는 1만5천293명(44.2%)이었다. 1천897명(5.5%)은 '판단 유보'로 응답했다.
또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6월15일부터 7월8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총 9천981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은 6천524명(65.36%), 반대가 3천239명(32.45%)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네티즌은 218명(2.18%)이었다.
본인 확인제를 찬성하는 네티즌은 대부분 익명성을 이용한 타인 비방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네티즌(rlaxogns1k2)은 "익명성을 이용해 너무나도 심한 악플과 타인 비방글 들이 판을 치고 있다.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좀더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실명제를 찬성한다"고 밝혔다.
속칭 '알바' 등을 통한 인터넷 여론의 왜곡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본인 확인제를 찬성하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반대 측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한 네티즌(jkss1357)은 "토론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으로 의견을 내놓을 경우 피해를 두려워 할 것이며 이는 명백히 인터넷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 외 정보 공개로 인한 명의 도용행위 등 부작용을 경계하기도 했으며,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 침해"
한편 정부 여당의 인터넷 실명제 도입 방안에 대해 인터넷 언론매체 측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 여당은 인터넷실명제 상시화 법안을 철회하라"며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도입을 반대했다.
협회는 "지난 5ㆍ31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을 대상으로 강제화된 인터넷실명제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견 표현을 가로막고 인터넷언론의 공론장 역할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상을 목도했다"면서 "실명제 추진방안은 인터넷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인터넷 공론장을 침묵의 공동묘지로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빅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개인적으로 네티즌들도 의사 표현에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황우석 사태를 보면서 익명에 의한 내부 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득과 실을 따져볼 때 악플에 의한 폐해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실명제를 하면 잃는 게 많다고 보며 국가가 개입할 때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의사 소통 영역을 국가가 직접 규제하고 나서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공공의 토론 광장인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로부터 실명을 인증받고 공공담론에 참여하라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효성에도 의문"
황 교수는 또한 "본인 확인제가 인터넷 포털이나 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며 표현 문화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형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ID 추적 등을 통해 혐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면서 "사전 예방을 위해 실명 확인을 하겠다는 것은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털업계 측도 '제한적 본인 확인제'의 도입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HN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ID 생성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고 댓글 등을 쓸 때 로그인을 해야 하는 등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실명제 도입으로 특별히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실명 확인이 가능한 근거가 현재로서는 주민등록번호밖에 없는데 지난번 '리니지' 게임 대규모 명의 도용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주민등록번호가 너무나 많이 노출돼 있어 주민등록번호만을 갖고 실명제를 실시했을 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면서 "다른 실명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특별한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저작권자 2006-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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