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유럽 입성과 '디지털 주권'의 양면성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에 맞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대륙 곳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미국 중심의 데이터 독점을 막고 유럽 자체적인 기술 자립, 즉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초 인프라로 꼽힌다.
하지만,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거대한 계산 인프라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유럽 지자체와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전력 및 수자원 소비량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자립을 도모하는 동시에, 대륙의 제한된 자연 자원이 급격히 고갈되는 이른바 '자원의 역설'이라는 심각한 이념적·환경적 갈등에 직면해 있다.
수자원 및 전력 고갈의 메커니즘과 '자원 흡수' 인과관계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와 마찰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은 초고밀도 서버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기 위한 '막대한 수자원 및 전력 소비'에 있다. 독일 경제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력 1kWh를 소비할 때마다 서버 냉각용으로 평균 0.4~4.4리터의 물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수자원이 증발하거나 고온의 상태로 배출된다.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유럽의 여름철 기후변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의 용수 사용은 농업용수 및 주민 생활용수 고갈을 직접적으로 가중시킨다. 또한 핀란드 국영 전력망 전력공사(Fingrid)의 분석에 따르면, 계획된 모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전력 소비량이 단숨에 40%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총 발전량(약 1GW)에 맞먹는 규모로, 지역 전력망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전기 요금 상승을 유발한다.
프랑크푸르트·도심을 넘어 시골 마을까지 번진 거센 반발
기존에 데이터센터는 통신망과 전문 인력이 집중된 대표적 도시 거점인 FLAP-D(프랑크푸르트,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더블린) 지역에 주로 입지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전력망이 용량 초과에 도달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벨기에 브뤼셀, 혹은 프랑스·오스트리아의 조용한 농촌 마을로 부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거센 주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오스트리아 크론스토르프(Kronstorf)에서는 구글의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었으며, 베스트셀러 작가 샐리 루니(Sally Rooney)는 아일랜드 킬랄라(Killala) 마을의 데이터센터 허가를 취소시키는 캠페인을 성공시켰다. 프랑스 에트레셰(Etrechet) 마을에서는 원전 1기 분량의 전력을 소모하는 구글 데이터센터 유치가 추진되자, 결정권 부재에 대한 무력감을 호소하며 시장을 포함한 지방의원들이 집단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로의 전환과 EU의 친환경 규제
갈등이 격화되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500kW 이상의 설비 용량을 가진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전력 및 물 사용 실태를 엄격히 평가하고, 폐열 재활용률에 따라 효율 등급을 부여하는 신규 투명성 제도를 도입했다.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EU 집행위 수석부위원장은 "데이터센터 용량을 3배로 늘리는 것이 전력망과 수자원, 주민들의 전기 요금 부담을 3배로 늘리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통제 의지를 밝혔다.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건립 중인 대형 데이터센터는 물을 전혀 소비하지 않고 전력 소모를 30% 절감하는 순환 냉각 시스템을 채택했다. 또한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독일 등지에서는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열교환기를 통해 지역 난방망(District Heating)으로 공급하여 인근 주택가에 난방을 제공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 확보와 지역사회의 생존권 보장 사이에서, 유럽은 AI 시대의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 시험대에 올라 있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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