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AI를 교육의 미래로 제시하고, 학교 현장에도 관련 플랫폼과 연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매일 교실에서 학생을 마주하는 교사들은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대학원의 케이티 데이비스(Katie Davis) 교수 연구팀은 생성형AI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미국의 한 대규모 공립학교구에서 교사 22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ACM 인간-컴퓨터 상호작용학회(CHI 2026)에서 발표했다. 대상이 된 학교구는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교사 특화 AI 플랫폼인 매직스쿨 AI(MagicSchool AI)를 일찌감치 채택하고 교사 연수까지 병행해 온 곳으로, 연구팀은 비교적 조건이 갖춰진 환경에서도 교사들이 AI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서 경계를 긋는지를 추적했다.
왜 쓰는가: 번아웃 직전의 교사들이 찾은 출구
교사들이 생성형AI를 도입한 가장 강력한 동기는 번아웃 예방이었다.
연구 대상 학교구는 학생 3만 8,000여 명 규모로, 130개국 이상 출신 학생이 재학 중이며 160개 이상의 언어가 쓰인다. 다문화·다언어 환경에서 행정 업무, 학부모 소통, 개별 학생 지원까지 떠안은 교사들에게 생성형AI는 숨통을 틔우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었다.
갈럽·월튼 가족재단(Gallup-Walton Family Foundation)이 2025년 미국 공립학교 교사 2,2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를 주 1회 이상 활용하는 교사는 한 주에 평균 5.9시간을 절약하고 있으며 이는 학년 기준으로 약 6주 치 업무 시간에 해당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고등학교 다문화언어교육(CLDE) 담당 교사는 "AI가 내 삶에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는 일과 삶의 균형이다. 지쳐 있을 때 아이디어를 지원해 주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사회 담당 교사도 수업계획서 작성, 채점, 자료 제작에 학생 곁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며, AI가 그 행정적 부담을 덜어줄수록 교실에서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국어 지원도 빠질 수 없는 활용 영역이었다. 초등 STEM 담당 교사는 한 해에도 난민과 이민자 학생이 매주 들어오는데 교실에서 네 가지 언어가 동시에 쓰일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영어뿐이라며, 수업 자료 번역과 언어 지원에 AI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CLDE 담당 교사도 다국어 학생을 위한 문장 시작틀이나 시각 자료를 AI로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지원도 도입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구가 공식적으로 AI 활용을 권장하면서 교사들은 눈치 보지 않고 실험해 볼 여지를 얻었다. 또한, 급여 호봉 승급과 연계된 연수 과정에 AI 교육이 포함된 것도 동기가 됐다. 시간이 부족한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는 첫 시도의 문턱을 낮춰줬고, 여기에 SNS나 동료 교가 직접 시연하는 활용 사례가 입소문을 더해 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갔다는 평이다.
왜 꺼리는가: 시간 부족, 낙인, 그리고 환경 걱정
도입을 막는 요인도 단순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장벽은 역설적이게도 시간이었다. 새 도구를 익히고 프롬프트를 다듬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일을 늘린다는 것이다. 초등 교사는 "프롬프트를 넣었는데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계속 수정해야 하는데, 그냥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부정행위라는 낙인도 걸림돌이었다. 학생이 교사의 ChatGPT 화면을 보고 "선생님 치팅하네요"라고 말하거나, 학부모가 AI 사용 사실을 알면 항의할까 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보고됐다. 고등학교 CLDE 담당 교사는 "교육자라면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AI가 다 해준다면 나는 뭘 하는 건가"라는 자기 의구심도 드러냈다.
지난해 랜드연구소 조사에서 학생의 절반은 실제로 AI를 쓰지 않았더라도 부정행위로 오해받을까 봐 걱정한다고 답했을 만큼, 이 낙인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밖의 저항 요인도 나타났다. 일부 교사는 AI 서버 운영에 쓰이는 냉각수와 탄소 발자국을 이유로 사용을 줄이거나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는 "우리는 이미 빠른 속도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데, AI가 그 속도를 더 높이는 건 아닌가"라며 AI 사용에 대한 장기적인 우려를 말했다.
경계는 어디인가: 전문직 판단과 관계적 교육의 수호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 교사들이 각자 AI와 타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교사는 수업 자료 초안을 AI로 뽑되 반드시 손을 봤고, 어느 교사는 학생 성장을 볼 때는 허용하고 최종 평가에서는 닫았다. 공통된 정책도, 정해진 기준도 없지만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적 가치관과 원칙을 갖고 있었다.
핵심은 AI 출력물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과학·사회 교사는 "수업계획을 그냥 생성시켜서 아무 검토 없이 실행에 옮기는 건 안 된다. AI는 지원 도구이지, 의존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등학교 사회 교사도 "AI는 시작점일 뿐이다. 반드시 되돌아가서 수정하고, 학생에게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AI 노출 범위도 교사들이 직접 조율했다. 한 교사는 특정 기술의 최종 숙달을 평가할 때는 AI를 허용하지 않지만, 성장 과정을 볼 때는 허용한다는 기준을 스스로 세워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사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AI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침식하는 것이었다. 데이비스 교수는 "기계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학생 대부분은 그냥 출력된 정보로는 배우지 못한다. 가르침과 배움은 사회적 과정이다. 아이들은 관계가 필요하고, 그 요소가 사라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지속 가능한 AI 도입을 위해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학교구 차원의 명확한 정책과 활용 가이드라인, 둘째, 교실 현실에 연결된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 연수, 셋째, 학생 AI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적 편성이다. 특히 AI 사용 여부를 개별 교사의 재량에만 맡길 경우 학교 간 자원 격차가 학생의 AI 경험 격차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팀은 교사들은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분별할 수 있는 전문적 판단력을 갖춘 행위자라며, 기술 도입 설계 단계부터 교사를 공동 설계자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교실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정책 문서가 아니라 매일 학생 곁에 서 있는 교사들의 경험과 판단에서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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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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