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해 수천 가지 화학 반응 조건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정밀한 지도로 그려낼 수 있는 화학 실험 플랫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화학 반응을 단순한 선형 반응이 아닌 다양한 갈래로 분석해 고전 화학 반응에서도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인공지능 및 로봇 기반 합성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단장 연구팀이 빠르고 정밀하게 화학 합성물을 실험·생성하는 AI·로봇 플랫폼을 개발한 연구 결과를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실제 화학 반응은 단순한 화학 방정식과 달리 같은 재료를 써도 양이나 온도를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복잡한 네트워크 형태로 이뤄져 있다.
연구팀은 하루에 1천회 화학 실험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화학 반응이 어떤 길을 따라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시각화하고 특정 조건에서 나타나는 숨은 화학 반응 경로까지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물질을 써도 반응 조건을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생성물로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성 물질까지도 밝혀냈다.

대표적으로 연구팀은 150년 전 처음 보고되고 항생제나 항암제 등 의약품 제조에 쓰이는 '한츠슈 피리딘 합성 반응'을 지도화하고 전체 반응 네트워크를 재구성했다.
이 반응은 의약품의 기본 골격인 피리딘 구조 합성에 쓰이는데 기존에는 7가지 생성물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네트워크를 통해 9개의 새로운 중간체와 생성물을 새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이차전지 등에 쓰이는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의 금속 조성 756가지를 합성해 기존 촉매보다 높은 효율성과 정밀도를 보이는 최적 조합을 찾아내고, 새로운 생성물 4종을 찾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오랜 기간 연구된 고전적 화학 반응에서조차 미지의 경로가 있음을 밝혀내 화학 합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율성과 정밀성을 높이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도 성공했다.
또 AI 활용에 필수인 데이터 축적의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이기도 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 1 저자인 얀카이 지아 IBS 선임연구원은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을 고도화하여 새로운 화학 물질 발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며 "새롭게 찾은 분자들을 신소재 연구에 실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쥐보프스키 단장은 "화학 반응을 직선이 아닌 네트워크 형태로 바라보는 것은 앞으로의 화학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AI와 로봇 활용을 통해 화학 합성의 효율성과 다양성을 크게 높이고 미래 신약 개발과 소재 혁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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