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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김민재 리포터
2025-07-03

휴 다행이다, AI 예술은 아직 인간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감각 없는 AI, 창작의 깊이를 잃는다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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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술은 아직 인간의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 영화 시나리오까지 척척 써내는 시대가 되었다. 창작자의 입장에선 정말 허무함을 느낄만한 일이다. 몇 날 며칠 혹은 몇 년이나 머리를 싸매던 자신만의 창작물이 AI는 너무도 쉽게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은 겉보기에는 인간이 만든 것 같아도 실제로는 '공허하고 얕다'는 치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AI를 이용해 본 독자라면 대부분 눈치 챈 사실이겠지만 이러한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은 겉보기에는 인간이 만든 것 같아도, 실제로는 '공허하고 얕다'는 치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Getty Images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은 겉보기에는 인간이 만든 것 같아도, 실제로는 '공허하고 얕다'는 치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Getty Images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AI와 인간 창작의 근본적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대형 언어 모델(LLM)이 꽃과 같은 감각적 개념을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연구를 이끈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치후이 쉬(Qihui Xu) 연구원은 "대형 언어 모델은 장미 냄새를 맡을 수도, 데이지 꽃잎을 만질 수도, 야생화밭을 걸을 수도 없다"며 "이러한 감각적, 운동적 경험 없이는 꽃이 무엇인지 그 풍부함 속에서 진정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감각 없는 AI, 창작의 깊이를 잃다

AI가 인간의 창작을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몸'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작은 오감을 통한 경험과 기억,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지만 AI는 단순히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결과물을 생성할 뿐이다.

연구진은 LLM이 감각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테스트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특히 정서적 자극 정도, 시각적 상상 능력, 운동이나 행동 기반 표현 등의 요소를 중점적으로 측정하였다 ©Getty Images
연구진은 LLM이 감각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테스트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특히 정서적 자극 정도, 시각적 상상 능력, 운동이나 행동 기반 표현 등의 요소를 중점적으로 측정하였다 ©Getty Images

연구진은 LLM이 감각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테스트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특히 정서적 자극 정도, 시각적 상상 능력, 운동이나 행동 기반 표현 등의 요소를 중점적으로 측정하였다. 예를 들어 인간이 꽃을 경험할 때 냄새를 맡거나 몸통을 사용해 꽃잎을 만지는 행동을 하는 정도를 분석했다. 이러한 개념들은 우리에게는 코와 몸에 대한 친밀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실체하는 몸이 없는 LLM에게는 훨씬 어려운 과제로 인식될 수 있다. 연구 결과 LLM은 단어는 잘 표현하지만 인간이 경험하거나 느끼는 감각이나 운동 행동과의 연결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 남부 오리건 대학교의 인지과학자 마크 런코(Mark Runco)는 "AI는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의성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는 만족시키지만 공허하고 얕은 것들을 자주 생산한다"고 평가했다.

 

시각 학습 AI도 한계는 명확하다

연구진은 매우 흥미롭게도 시각 학습을 포함한 AI가 텍스트만으로 훈련된 AI보다 인간의 표현 방식과 더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LLM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되지만 일부 LLM 중에는 정지 이미지와 동영상을 통한 시각적 학습이 포함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 AI 기술 발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다감각 정보 처리 능력의 구현이다 ©Getty Images
현재 AI 기술 발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다감각 정보 처리 능력의 구현이다 ©Getty Images

시각 학습이 포함된 LLM은 시각 관련 차원에서 인간의 표현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였고 텍스트만으로 훈련된 다른 LLM들을 능가했다. 이 테스트는 시각 학습에만 제한되었고 촉감이나 청각 같은 다른 인간의 감각은 제외되었다. 이는 AI 모델이 훈련 데이터로 받는 감각 정보가 많을수록 감각적 측면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이 가진 종합적인 감각 경험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AI 기술 발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다감각 정보 처리 능력의 구현이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인간의 뇌와 달리 AI는 각각의 감각을 별도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의 AI는 달라질 수 있을까?

연구진은 LLM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AI가 인간의 개념을 더 잘 포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쉬 연구원은 "미래의 LLM이 센서 데이터와 로봇공학으로 강화되면 물리적 세계에 대해 능동적으로 추론하고 행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몇몇 전문가들은 감각적 AI의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컴퓨터 과학자 미르코 무솔레시(Mirco Musolesi)는 "다감각 정보로 훈련된 AI가 다중 모달 감각적 측면을 문제없이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런코는 더 발전된 감각 능력을 갖춘 AI라도 여전히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꽃과 같은 대상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 프로그램은 몸도, 기억도, '자아'도 없다"며 "동물이나 인간처럼 세상을 경험하거나 상호작용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AI 기술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Getty Images
실제로 최근 AI 기술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Getty Images

실제로 최근 AI 기술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멀티모달 AI 모델들이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일부 연구에서는 로봇과 AI를 결합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감각 경험이 단순히 정보 처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감각은 진화의 산물이며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목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만의 감각적 기억과 창작의 연결고리

인간의 경험과 기억은 감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순간을 넘어서는 뇌와 몸의 상호작용이다. 장미의 향기나 꽃잎의 부드러운 감촉은 어린 시절의 즐거운 기억이나 성인이 된 후의 설레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경과학에서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이는 특정 냄새나 맛이 과거의 생생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 과자의 맛이 주인공의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에서 따온 이름이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후각과 미각은 다른 감각들과 달리 뇌의 변연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감정과 기억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시각이나 청각 정보는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로 전달되지만, 냄새와 맛은 편도체와 해마로 직접 전달되어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과 기억 형성을 일으킨다.

AI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반의 감각-기억-감정 연결 체계를 갖지 못한다. 설령 미래에 AI가 다양한 센서를 통해 감각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이 정보들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기억 및 감정과 연결되어 창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런코는 "AI의 창작 결과물은 여전히 공허하고 얕을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이는 창작이 단순한 정보 조합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 기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AI의 창작물이 기술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질 수 있지만 인간의 깊이 있는 감정적 경험과 개인적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Getty Images
AI의 창작물이 기술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질 수 있지만 인간의 깊이 있는 감정적 경험과 개인적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Getty Images

창의성 연구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창작 과정에서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이는 인간의 사고가 단순히 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감각 경험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따뜻하다'고 표현할 때 우리는 실제 온도뿐만 아니라 감정적 친밀감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I가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갖춘다 하더라도 몸을 통한 직접적인 세계 경험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의성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AI의 창작물이 기술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질 수 있지만 인간의 깊이 있는 감정적 경험과 개인적 기억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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