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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의 새로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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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시대: 연결을 끊어야 진짜 연결된다 - 디지털 네이티브들의 놀라운 고백

솔직히 스마트폰 없는 삶이 가능할까 싶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세상에 푹 빠져 살고 있는데, 조금만 뒤처져도 소외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53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오프라인 클럽(The Offline Club)'이 하는 일이 바로 SNS에서 벗어나자고 설득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 독특한 운동이 유럽 곳곳으로 퍼지면서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들이 오히려 디지털에 지친다는 새로운 현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16~21세 젊은이들의 거의 절반(46%)이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Getty Images

흥미롭게도 16~21세 젊은이들의 거의 절반(46%)이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Getty Images

최근 영국 표준연구소가 조사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16~21세 젊은이들의 거의 절반(46%)이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살고 싶다고 답한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이들이 정작 디지털 과부하를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건 응답한 사람들 중 70% 가까이가 소셜미디어를 쓴 후 기분이 나빠진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절반 정도는 밤 10시 이후 특정 앱과 웹사이트 접근을 막는 '디지털 통금시간'을 지정하는 데 찬성했다. 

미국 해리스 폴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많은 청년들이 틱톡,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독일 디지털 협회 비트콤에 따르면 16~29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오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크게 줄이고 싶어 하고 있다.

 

스크린을 현실로 바꾸는 실험

이런 갈증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오프라인 클럽이다. "스크린 타임을 리얼 타임으로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클럽은 네덜란드의 세 청년, 일리야 크네펠하우트, 요르디 반 베네콤, 발렌타인 클록이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간단하다. 현실에서 진짜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다. 모임의 규칙도 확실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완전 금지. 대신 참가자들은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하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그냥 편하게 쉰다. 며칠에 걸친 워크숍은 '디지털 디톡스 휴식(Digital Detox Retreat)'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이제 런던, 파리, 밀라노, 코펜하겐, 베를린까지 번졌다. ©Getty Image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이제 런던, 파리, 밀라노, 코펜하겐, 베를린까지 번졌다. ©Getty Image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이제 런던, 파리, 밀라노, 코펜하겐, 베를린까지 번졌다. 일부 식당과 클럽에서도 손님들에게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런던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끄고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스마트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 각국 정부도 나서는 디지털 규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디지털에서 벗어나고 싶어할까?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쓰면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수면장애, 중독 증상 등 여러 정신건강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초 BMC 의학저널에 실린 연구를 보면 3주 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줄였더니 우울 증상이 27%나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5년 동안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때 디지털 미디어를 더 많이 쓰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OECD는 아직 이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실히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기술부 장관 피터 카일은 최근 가디언 인터뷰에서 의무적인 디지털 통금시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etty Images

영국 기술부 장관 피터 카일은 최근 가디언 인터뷰에서 의무적인 디지털 통금시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etty Images

이런 분위기에 맞춰 각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 기술부 장관 피터 카일은 최근 가디언 인터뷰에서 의무적인 디지털 통금시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 제한을 13세에서 15세로 올리려 하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간 곳은 호주인데 작년 말 소셜미디어 사용 연령을 16세로 올린 바 있다. 덴마크는 학교에서 태블릿과 스마트폰 사용을 거의 전면 금지했다. 덴마크 교육부 장관 마티아스 테스파예는 2024년 "우리가 디지털화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으로 돌아가는 세대

네덜란드 오프라인 클럽 창립자들은 이런 변화에 맞춰 더 많은 모임을 주최할 계획이다. 여러 도시에서 오프라인 이벤트가 점점 더 자주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진짜로 원하는 걸 반영하는 사회적 움직임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오프라인 인플루언서'들의 성공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측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때로는 연결을 끊어야 진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과 함께 자란 세대가 스스로 디지털 해독을 찾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운 역설이다. ©Getty Images

디지털과 함께 자란 세대가 스스로 디지털 해독을 찾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운 역설이다. ©Getty Images

디지털과 함께 자란 세대가 스스로 디지털 해독을 찾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운 역설이다. 온라인을 통해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세대가 오히려 이 연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걸 보여준다. 

오프라인 클럽의 확산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현실에서의 진짜 만남과 경험을 원하고 있다. 이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6-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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