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로봇’. 공존할 수 있을까?
기술적 연구는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진행돼 왔으나, 지금까지도 감성과 로봇에 대한 가치와 온도 차가 너무도 극명한 게 사실이다.
사람의 고유한 특성으로 꼽히는 감성과 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로봇은 각각 인간과 기계를 대표하며 대립항으로 여겨져 왔다. 사람의 감성을 표현하는 로봇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실제 복잡하고 미묘한 사람의 감성을 읽기에 로봇은 차가운 기계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딥러닝, 빅데이터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반의 시스템이 이 간극을 줄여가고 있다.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감각적 자극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반응을 인지하여 사람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건강관리 및 질병 연관성을 추적하는 기술에서 최근에는 사람의 내적 감정상태와 변화를 추정하여 그에 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까지, 감성 컴퓨팅 기술은 휴먼증강 관점의 기술로 확대 발전하는 추세다.
사람의 감성에 가까운 기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감성의 ‘0’, 외부 자극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반응
“나는 감성적 인간인가, 이성적 인간인가?”
어떠한 선택을 두고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주제다.
감성(感性)이란 외부의 자극을 감각·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고유한 인식 능력을 의미한다.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뜻하는 ‘이성’에 대응하여 사용한다.
둘 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지만,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감성과 이성 사이에 위계가 생겨났다. 또 산업화를 통해 고도의 생산성 향상이 우선시 되었던 때에도 역시 감성과 이성은 병립할 수 없었다. 감성은 마치 현실 도피를 위한 구실로 여겨졌을 정도.
그러다가 1960년대에 인간의 주체성과 본연의 가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감성에 관한 관심이 점화되었다. 물론 당시에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적 성격이 짙었지만, 꽤 획기적인 모멘텀이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심리학, 과학,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성이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시하며, 감정정보를 통해 사고와 행동을 하는 ‘감성지능’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다.
김선희 고려대 교수에 따르면 "감성지능은 자기 인식 능력, 자기 관리 능력, 관계 관리 능력, 타인 인식 능력 등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실제로도 감성 컴퓨팅의 프로그램은 이들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성에 기술을 더하다
감정인식 기술은 딥러닝, 빅데이터를 포함한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감정인식, 감정생성 등으로 확장돼 발전한다.
감정인식 기술은 위 기술들 중 가장 오래 연구되어 온 기술이다. 음성, 언어적 내용, 얼굴 표정, 제스처, 심박수, 뇌 활동 등 생리적 신호를 분석하여 감정 상태를 인식한다.
감정생성 기술은 외부의 자극에 자동적인 감정반응을 생성해야 한다. 따라서 마치 사람과의 소통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와 자동차 산업.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인공감성지능 기술을 적용한 헬스케어 제품을 상용화하고, 관련 기술들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로봇을 활용한 사회적 약자 편익 도모를 위해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서울 마포구는 우울증, 인지장애 노인들의 돌봄 수행을 위해 반려 로봇을 지원했다. 반려 로봇은 사람의 생체정보와 감정 상태를 분석하여 활동감지 및 응급지원을 하고, 120만 건의 회화를 탑재하여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대인관계가 단절된 노년층 및 1인 가구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또한 인공감성지능 기술을 적용한 감성주행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차는 운전자의 생체정보와 감정 상태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음악, 온도, 조명 등 실내 환경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운전자의 표정, 목소리에 녹아있는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눈 깜박임, 하품 신체적 산만도, 피로도까지 감지하여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감성주행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돼 안전성과 편의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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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3-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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