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필즈상 해설 강연이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6~7일 이틀간에 걸쳐 진행중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Fields Medal)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올해 수상의 영광은 코처 비르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익샤이 벤카테슈 스탠퍼드대 교수, 알레시오 피갈리 취리히공대 교수, 페터 숄체 본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파노에서 비르카까지… 수학탐험의 길을 열다
필즈상 해설 강연 첫날인 6일에는 코스텍 박지훈 교수가 ‘파노에서 비르카까지’란 제목으로 코처 비르카 교수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비르카 교수는 파노 대수공간 종류의 유한성을 증명했다. 또 최소공간도출방법(Minimal Model program)에 대해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필즈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수공간이란 다변수 다항식들의 공통해들로 구성되는 공간이다. 간단한 예로 직선이나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 평면, 구면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차수가 낮은 다항식(n차 이하)의 해들로 구성된 공간을 ‘파노 대수공간’이라고 정의한다.
박 교수는 “이런 3차원 파노 대수공간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학자가이탈리아 대수기학자 지노 파노다. 그는 20세기 초 ‘초단면이 K3이고 이를 다시 초단면으로 잘랐을 때 특정한 형태의 곡선이 나온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그 뒤를 이은 러시아의 대수기하학자 바실리 이소코프스키는 파노 대수공간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켰다.
그는 접공간을 이용해 파노 대수공간을 포괄적으로 정의했을 뿐 아니라 ‘파노 대수공간’이란 이름도 명명했다.
박 교수는 “이소코프스키는 3차원 매끄러운 파노 공간을 17가지 기본형으로 분류했고, 3차원 4차 초곡면의 비유리성을 증명했다”며 “파노 대수공간을 러시아 대수기하학계의 중심 연구 과제로 부상시켰다”고 말했다.
또 “소위 최소공간도출방법 이론이 나오고, 그것과 함께 파노 대수공간의 중요도가 한층 더 부각되면서 전 세계 많은 대수기하학자들이 이를 깊이 있게 연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 후학들 중 한 명인 비아체슬라바 쇼쿠로프는 3차원 매끄러운 파노공간의 기본형 분류에서 직선과 매끄러운 곡면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3차원 최소공간도출방법의 확장 및 4차원, 더 나아가 모든 차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토대를 쌓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 교수는 “쇼쿠로프의 제자인 비르카는 최소공간도출방법 이론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30년간 기하학자들의 애를 먹인 난제였던 BAB 추축의 완전한 증명을 2016년에 발표해 올해 필즈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파노에서 비르카에 이르기까지 수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갈리의 필즈상 수상은 거인의 어깨에 선 덕분
두 번째로 하승열 서울대 교수가 ‘최적운송이론의 젊은 마스터 피갈리’에 대해 해설 강연을 했다.
아레시오 피갈리는 ‘최적운송이론과 최적운송이론의 편미분 방정식, 거리 기하학, 확률론 응용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올해 필즈상을 수상했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에는 EMS Prize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수학회에서 35세 이하의 훌륭한 업적을 낸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피갈리의 주요 업적인 최적운동이론에 대해 하 교수는 “‘전국의 여러 물류창고에서 신발가게로 신발들을 보내려고 할 때 운송비용을 가장 적게 들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선형계획법 문제이고, 이를 일반화한 것이 최적운송이론이다”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확률분포의 최적운송이론을 다루고 확률측도들로 구성된 공간의 성질을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피갈리에 대해 소개하며 “그는 최적운송이론을 수학과 물리학의 여러 분야에 적용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매우 뛰어난 문제풀이형 수학자”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피갈리는 박사과정을 1년 만에 끝냈던 천재다. 하지만 그가 필즈상을 수상할 만큼 성과를 낸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혼자만의 연구뿐 아니라 여럿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소통하는 것이 수학적 연구 성과를 내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설 강연 뒤에는 김민형 고등과학원 CMC 석학교수의 사회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토의에는 이날 강연을 진행한 박지훈, 하승열 교수가 참석했다.
주제는 ‘수학 천재와 그의 선후배들’과 ‘수학은 문제풀이 학문인가’였다.
토의의 결론은 수학은 일부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수학 난제 해결은 수학 천재가 혼자서 이뤄낸 것이 아니며, 선배들이 쌓아놓은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의미다.
또 수학에는 이론을 개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학을 문제풀이 학문으로 한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필즈상 해설 강연 이틀째인 7일에는 김완수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이 페테 숄체의 업적을, 임선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익샤이 벤카테슈의 업적을 소개할 예정이다.
7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되는 해설 강연 참석은 카오스재단이나 고등과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신청이 가능하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9-0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