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월)부터 오는 4일(금)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5년 소프트웨어(SW) 주간’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더불어 ‘상상을 현실로, 소프트웨어가 미래다’라는 주제 아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첫날 30일에는 ‘2016년 SW산업 전망 컨퍼런스’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주관으로 그랜드볼룸 103호에서 열렸다. 내년도 SW산업정책을 수립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산·학·연 등 국내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기술 동향과 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의 참석자가 자리했다.
“모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거듭난다”
컨퍼런스 첫 발표자인 IT분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코리아의 최윤석 상무는 ‘2016년 디지털 기술 트렌드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최 상무는 “디지털 비즈니스가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는 말로 시작하며 “일부 기업은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 노력하는 반면에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ICT 관련 비즈니스 매출액은 3조7천억 달러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5배가 넘는다. 성장 속도도 연평균 6.4%로 타 산업보다 유리한 전망을 보인다. ‘디지털 비즈니스’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인프라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
사람(people), 사물(things), 산업(business)을 하나로 묶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전자장치는 300억 개를 돌파했고 그 중 70억이 개인기기다. 사업체의 숫자만 해도 2억5000만 개에 달한다. 돌이킬 수 없는 디지털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은 어느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까.
최 상무는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새 분야가 아니라 “이미 있는 비즈니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사회 트렌드와 정책 규제에 맞춰 모양새를 다듬은 것”이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다.
지난달 말 정부가 인터넷 은행을 허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얼굴을 확인하고 실명을 인증하는 기존 제도를 고쳐서 비대면 방식의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바꾸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을 만나 탈바꿈하고 거듭난다는 예측이다.
거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10대 금융업체에 속하는 거대 은행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BBVA)도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곤살레스(Francisco Gonzalez) CEO는 “금융업은 디지털 혁명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미 8년 전부터 대비책을 강구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트너가 세계 CEO들을 대상으로 ‘올해와 내년에 중시될 최우선 전략 5가지”를 조사한 결과, 54%가 ‘성장’을 꼽았고 그 다음 25%는 ‘기술’을 선택했다. ‘직원’과 ‘고객’도 중요도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을 앞서지 못했다. 5년 후에는 매출의 41%가 디지털 기반이 된다는 예측도 등장했다.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다양한 기술을 융·복합시켜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디다스는 센서를 내장시킨 스마트 축구공 ‘미코치(MiCoach)’를 선보인 바 있다. 공을 차면 속도와 궤적을 기록하고 계산해 데이터로 확보한다. 이를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 전송하면 실시간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정밀 분석을 통한 코칭도 가능해진다. 스포츠용품 제조사에서 테크놀로지 기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타겟 시장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기저귀 제조업체 하기스는 소변이나 대변이 감지될 때 스마트폰으로 SNS 메시지를 보내는 제품 ‘트윗 피(Tweet Pee)’를 내놓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판매하면 기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에게 적용하면 요양병원과 돌보미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사물인터넷을 넘어 종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디지털 산업 자체도 변화를 겪고 있다. 가트너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2016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Top 10 Strategic Technology Treands 2016)’에서 “알고리듬 기반의 SW 위주로 디지털 산업이 재편된다”고 예측했다. 기술을 이용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기기에 통신기능을 탑재시킨 사물인터넷(IoT)은 당연한 기술이 되었다. 앞으로는 하드웨어와 인프라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정보까지 하나로 합치는 이른바 ‘메시 네트워크(Mesh Network)’가 대세가 된다.
일반 가정도 변화에서 비껴갈 수 없을 정도다. 2020년에는 스마트홈 관련 지출이 650억 달러를 넘어설 예정이며 2021년이면 매시간 1백만 대 이상의 사물인터넷 기기가 생산된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스마트홈(Connected Smart Home)’ 개념이 보편화된다는 가정을 하고 지금의 산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상무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CEO의 말을 인용하며 미래 상황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외부의 변화 속도가 내부보다 빠르다면 그 기업은 이미 낭떠러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후 이동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국내 SW 전문가들이 전망한 2016년 SW 산업 이슈’에 대해, 조원우 GE코리아 전무가 ‘GE의 산업인터넷 비전 및 추진 방향’에 대해,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이 ‘핀테크 시장 동향 및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남영호 국민대학교 교수가 ‘중국 SW 시장 현황 및 동향’을, 김명호 마이크로소프트 상무가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의 현황 및 전망’을,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센터장이 ‘산업혁신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방향’을 설명했다.
한편 ‘2016년 SW산업 전망 컨퍼런스’가 진행되던 동안 그랜드볼룸 105호에서는 ‘창의·도전형 SW R&D 지원사업 성과보고회’가, 101호에서는 ‘SW산업인의 날’이 함께 열렸다.
- 임동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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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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