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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5-08-26

‘컴퓨터 사피엔스’ 시대 열리나 요리하고 예술 이해하는 컴퓨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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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류는 생각하는 능력을 가짐으로써 벽화와 같은 예술 문화를 발전시키고 도구 및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 문명을 발달을 이루었다.

그런데 인간 외에 또 하나의 ‘생각하는 종’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 바로 컴퓨터다. ‘창의력’과 ‘타인에 대한 개성 판단 능력’ 등 인간만이 누리는 특성을 컴퓨터들이 시연해 보이기 시작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과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본아뻬띠’이 제휴해 개발한 ‘셰프 왓슨’이라는 인지컴퓨팅 요리 앱이 지난달 30일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본아뻬띠에서 제공한 1만여 가지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이 컴퓨터 셰프는 개인의 보유 식재료 및 선호 음식 등을 감안해 그에 맞는 다양한 요리법을 제시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셰프 왓슨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요리사들로부터 학습한 부가적인 지식으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새로운 요리를 창작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즉, 데이터 안에 숨겨진 패턴과 관계를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창의적인 셰프 컴퓨터인 셈이다.

'셰프 왓슨'은 개인의 보유 식재료 및 선호 음식 등을 감안해 그에 맞는 다양한 요리법을 제시해준다.
'셰프 왓슨'은 개인의 보유 식재료 및 선호 음식 등을 감안해 그에 맞는 다양한 요리법을 제시해준다. ⓒ '셰프 왓슨' 웹페이지 캡처 화면(IBM)

특히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채식주의자 등 제한된 음식 재료로 인해 자신에게 맞는 요리를 하기 힘든 이들도 셰프 왓슨을 통하면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이 앱에는 사용자들이 셰프 왓슨을 통해서 발견한 창의적인 요리 아이디어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왓슨은 요리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에도 재능을 보이고 있다. IBM 연구진은 왓슨에게 특정 색깔이 인간의 심리 및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입력시켰다. 예를 들면 노란색은 혁신, 회색은 미래주의와 관련이 깊다는 등의 방식이다.

또한 수많은 미술작품의 해석 논문 등을 통해 특정 이미지가 어떤 심리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색깔을 어떻게 조합해야 미학적인지 분석하게끔 했다. 스테판 홀딩이라는 아티스트는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왓슨이 코치해주는 색깔 조합에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입혀 한 편의 벽화를 완성시켰다.

인간보다 스케치 잘 인식하는 프로그램 등장

사물의 모양을 간추려서 그린 스케치는 선사시대부터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인식하는 것은 추상적이며 변화가 많으므로 어려운 일에 속한다. 특히 색상 없이 흑백의 선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스케치한 사물을 인지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스케치어넷(Sketch-a-Net)’이 바로 그 주인공.

최근 영국 머신 비전 컨퍼런스(BMVC)에서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스케치한 사물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74.9%의 성공률을 보였다. 같은 시간 내에 사람들이 보인 성공률은 73.1%였다. 특히 특정한 조류 변종인 ‘갈매기’, ‘플라잉 버드’, ‘스탠딩 버드’, ‘비둘기’의 경우 42.5%의 정확도로 구별했다. 그에 반해 사람들은 24.8%의 정확도밖에 보이지 못한 것.

스케치의 인식 문제는 과학적인 시각적 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원하는 가구나 패션 액세서리 같은 아이템을 찾을 때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것보다 스케치를 입력해 검색할 수 있다면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흔히 자기 자식에 대해 “넌 커서 00가 되는 게 좋을 거야”라고 충고하곤 한다. 이는 옆에서 지켜본 자식의 개성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한 개인의 개성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내리기 위해선 컴퓨터에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올해 초 케임브리지대학과 스탠포드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컴퓨터가 가족이나 친구보다 사람의 개성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여기서 컴퓨터가 한 개인의 개성을 판단하는 근거 자료로 삼은 것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였다.

이 연구에서 컴퓨터는 10개의 페이스북 라이크(Facebook Likes)를 분석함으로써 직장 동료들보다 더 정확하게 실험참가자들의 개성을 예측했다. 또한 70개의 라이크를 분석할 경우에는 친구, 150개의 경우 가족 구성원, 300개의 경우 배우자들보다 더 정확하게 개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평균적으로 약 227개의 라이크를 가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의 데이터만으로도 한 개인의 개성을 가족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연구결과는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의 발전에 대해 중요한 단계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뇌 모방한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컴퓨터 사피엔스'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컴퓨터 사피엔스'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 ScienceTimes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창의성을 지니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뇌’다. 따라서 사람의 뇌를 모방한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IBM은 지난해 12월에 16만5000개의 신경접합부를 가짐으로써 신경세포망처럼 동작하는 실험용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신경접합부를 만드는 데 이용된 것은 바로 ‘상변화 메모리(phase-change memory)’다. 상변화 메모리는 0 또는 1의 디지털 비트 정보를 나타내는 2가지 상태 사이에 서로 변환될 수 있는 세포들의 격자로 구성돼, 기존의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보다 정보를 더 빠르게 쓰고, 더 많이 집적시킬 수 있다.

또한 상변화 메모리는 재프로그램 하는 것이 간단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여 배울 수 있는 신경모사 시스템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에서 사용한 상변화 메모리는 시제품이지만 수년 내에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인간의 뇌도 아직 과학적으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뇌처럼 완벽히 작동하는 신경모사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발전 추세로 볼 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컴퓨터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종족이 지구상에 출현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5-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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