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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객원기자
2013-05-08

‘라즈베리 파이’는 음식이 아닙니다 과학·기술·교육·오락 무궁무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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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 파이’라는 말에 빨간 빛깔의 달콤한 디저트를 생각하고 군침을 흘린다면 컴퓨터 마니아라 할 수 없다. 초소형 저가 컴퓨터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 '라즈베리 파이'는 어린이 컴퓨터 교육을 위해 개발된 초소형 저가 컴퓨터다. ⓒraspberrypi.org
번듯한 케이스 하나 없이 부품이 노출된 형태지만 크기도 신용카드 정도로 작고 가격도 22파운드(약 3만8천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능은 컴퓨터 운영체제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서 기초 수준의 컴퓨터 교육을 실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덕분에 2012년 초 10개의 시제품이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올라왔을 때 최종 가격이 총 1만6천 파운드(약 2천700만 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선주문만 수백만 건이 밀려들었고 언제쯤 정식 판매가 이루어지냐는 문의도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지난 3월 30일 미국에서 출시된 25달러 모델은 하루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의 매력은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 덕분에 갖가지 장비를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과학자와 마니아들은 기상 관측, 자동문 제어, 미니 노트북, 초소형 로봇, 입는 컴퓨터, 게임기 등 온갖 종류의 과학기술 장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미국 출시 하루 만에 품절 사태

지난 200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컴퓨터연구소의 에벤 업튼(Eben Upton) 연구원은 ‘원 랩톱 퍼 차일드(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고 저렴한 고성능 컴퓨터를 개발해 어린이 한 명당 한 대의 교육용 노트북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2009년에는 ‘라즈베리 파이 재단(Rasberry Pi Foundation)’이라는 이름으로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신용카드 크기의 컴퓨터다. 산딸기와 비슷한 라즈베리 파이라는 열매 이름은 작고 앙증맞은 컴퓨터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최근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일반형과 고급형의 두 가지를 출시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25달러짜리 일반형 모델이 미국 판매 개시 하루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엄청난 인기 때문에 추가 주문도 불가능한 상태다. 고급형은 유럽과 우리나라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 작고 앙증맞은 라즈베리 로고가 초소형 컴퓨터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raspberrypi.org
현재 판매되는 제품은 브로드컴이 제조한 반도체를 CPU와 그래픽 칩 겸용으로 사용한다. 메모리 용량도 516메가나 되어 간단한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무게도 45그램에 불과하며 건전지만으로도 작동한다.

저장매체로는 하드디스크가 아닌 디지털 카메라용 SD메모리를 사용했지만 HD급 화질을 송출하는 HDMI 커넥터가 부착되어 있어 고해상도의 화면을 제공한다. USB와 유선인터넷 연결은 기본이다.

덕분에 각국의 손재주 좋은 애호가들은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를 상상력과 결합시켜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학, 기술, 교육, 오락 등 안 쓰이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라즈베리파이 재단 홈페이지(www.raspberrypi.org)와 아르스테크니카(Ars Technica), CNN 등 외국 매체에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과학, 기술, 교육, 오락 등 온갖 분야에서 활용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게임기다.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볼 수 있었던 업소용 게임기 틀에 라즈베리 컴퓨터를 내장시켜 실제와 동일한 성능을 완성시켰다. 영국에서 개발된 이 게임기는 258파운드(약 45만원)의 가격에 실제로 팔려나갔다. (동영상 참조 http://youtu.be/KXOruCKBE4U)

카메라와 GPS 등을 풍선에 매달아 대기권 상층부 40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려 보내는 기상 관측장비에도 라즈베리 파이가 탑재되었다. 가로 430, 세로 240픽셀 크기의 사진을 30초마다 찍어 SD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송수신기를 통해 지상으로 보낸다. 프로젝트명은 ‘하늘에 뜬 라즈베리 파이(Rasberry Pi in the Sky)’다. (블로그 참조 http://www.daveakerman.com/?p=592)

음성으로 차고 문을 여닫는 것도 가능하다. 다크세러피(DarkTherapy)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라즈베리 파이 포럼에 독창적인 장치를 소개했다.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를 켜고 “차고 문 열어(Open the garage door)”라고 말하면 집에 설치된 라즈베리 파이가 센서와 모터를 조작해 차고의 문을 연다. (동영상 참조 http://youtu.be/NUJ5z76Xv5o)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노트북을 보급하겠다는 라즈베리 파이 재단의 원래 취지를 대신 실현한 사람도 있다. 모토로라에서 전화기 연결용으로 개발한 스크린에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를 연결해 컴퓨터용 운영체제를 구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만원 안팎이면 저가형 노트북 한 대가 생기는 셈이다. (동영상 참조 http://youtu.be/yZkz_a52I6s)

4대를 하나로 합쳐 고성능 PC 만들기도

최근에는 라즈베리 파이를 다른 부품과 결합시켜 고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한 벤처 회사까지 등장했다. ‘당신이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유두(UDOO) 프로젝트는 라즈베리 파이를 아두이노(Arduino) 보드와 결합시켜 새로운 컴퓨터를 탄생시켰다.

2005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아두이노 보드는 센서와 모터 등 기계장치를 손쉽게 제어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브루노 시노플리(Bruno Sinopli)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이끄는 프로젝트 팀은 4대의 라즈베리 컴퓨터를 분해해 핵심 부품을 떼어내고 아두이노 보드에 결합시켜 작은 크기의 고성능 PC를 완성했다.

▲ 유두(UDOO) 프로젝트는 4대의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를 아두이노 보드와 연결시켜 고성능 PC로 재탄생시켰다. ⓒudoo.org
장난감 자동차에 카메라를 탑재해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닌텐도 게임기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오락을 즐길 수도 있다. 지능형 LED 전등을 만들거나 저렴한 가격에 무선전자태그(RFID) 인식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갖가지 운영체제를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어 교육 프로그램에도 활용 가능하다.

라즈베리 파이 CPU 4개를 하나로 합쳤으니 요즘 유행하는 쿼드코어의 성능을 발휘하는 셈이다. 메모리도 1기가나 되고 인터넷 속도도 라즈베리 파이의 열 배에 달한다. 유두 프로젝트 측은 2만7천 달러의 개발비를 모금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이미 25만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좋다.

내부의 부품이 그대로 드러나 어찌 보면 기괴한 몰골을 지닌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 그러나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성능으로 누구나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런던디자인박물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디자인상’ 정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7월 7일까지 런던을 방문하면 예술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라즈베리 파이 컴퓨터를 구경할 수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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