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떨어진 물방울이 표면에 퍼지지 않고 물방울 상태로 튀는 것처럼 뜨거운 액체 방울이 차가운 물체 표면에서 공처럼 튀어 오르는 현상이 포착됐다.
홍콩시립대 핑안 저우 교수팀은 10일 과학 저널 뉴턴(Newton)에서 연료와 같은 성질을 가진 유성 액체인 헥사데칸(n-hexadecane)의 상온 및 고온 상태 방울을 차가운 표면에 떨어뜨리는 실험에서 고온 상태 방울이 공처럼 튀어 오르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뜨거운 액체 방울은 아래쪽에 형성되는 얇은 공기층의 힘으로 차가운 표면에 충돌한 후 튕겨 나간다며 이 현상은 연료 연소와 엔진 효율을 개선하고 화재 확산을 늦추는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작은 호버크라프트처럼 얇은 증기층을 타고 떠다니는데 이를 라이덴프로스트 효과(Leidenfrost effect)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액체 방울 튐 현상은 자가세정, 결빙방지, 열전달,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ing) 등에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연구는 주로 표면공학에 중점을 두어왔고 액체 방울 복잡성의 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열이 액체 방울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n-헥사데칸과 대두유, 실리콘 오일로 된 상온과 고온(120℃) 연소 상태 및 고온 비연소 상태의 액체 방울들이 차가운 표면에 떨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상온의 액체 방울은 차가운 표면에 닿는 즉시 퍼지면서 달라붙었지만, 고온 연소 상태 및 비연소 상태 방울은 표면에 퍼지다가 다시 방울 상태를 회복하고 튀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모델과 고속 및 열화상 카메라로 움직이는 액체 방울을 촬영해 분석한 결과 뜨거운 액체 방울이 차가운 표면에 가까워질수록 바닥 쪽이 위쪽보다 더 빨리 냉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온도 차이가 액체 방울 내부의 순환을 촉진해 더 뜨거운 액체가 가장자리에서 바닥 쪽으로 흐르면서 공기를 함께 끌어당긴다며 이 공기가 쿠션을 형성해 액체 방울이 표면에 닿는 것을 막고 다시 튀어 오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액체 방울의 자연 냉각으로 물질 전달에 변화가 일어나는 '마랑고니 효과'(Marangoni effect)가 방울 아래쪽 기체막을 두껍게 만들어 반동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뜨거운 프라이팬이 기체막을 만들어 물방울이 튀게 하는 라이덴프로스트 효과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플라스틱 필름 표면과 엔진 표면에 발수 코팅한 다음 화재 확산과 연료 연소 효율을 측정한 결과, 고온 액체 방울이 플라스틱 표면에 닿는 면적이 줄어 화재 피해가 4분의 1 이하로 줄었고, 발수 코팅 엔진에서는 연료 방울이 표면에 붙지 않고 구슬처럼 뭉치면서 완전히 연소했다.
저우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직물과 같은 가연성 물질을 불에 타는 액체 방울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화재 영역을 줄이고 확산속도를 늦추면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Newton, Pingan Zhu et al., 'Self-lubricated bouncing of hot droplets', https://www.cell.com/newton/fulltext/S2950-6360(25)00006-4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3-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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