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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미경 리포터
2022-06-13

보랏빛 노을을 보려면, 바로 지금! (完) 봄꽃으로 수놓인 노을로 봄을 배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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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링크 [사타의 봄여행기] 인스타그램의 시민과학! #제주 야생 돌고래 생태 연구

기사링크 [사타의 봄여행기] 바다의 푸른색은 모두 달랐다

기사링크 [사타의 봄여행기] 울릉도 바다가 유독 아름다운 이유?

바닷가 숙소에서 보이는 창밖으로 찍은 아침노을의 모습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해돋이와 해넘이는 살아온 모든 날에 하루도 빠짐없이 있었을 텐데도, 이토록 다채로운 빛깔을 띤다는 것을 이제껏 알지 못했다. 선연한 오렌지 빛이나 강렬한 붉은 빛의 노을 또한 장관이었지만, 분홍색과 보라색 꽃으로 뒤덮이는 듯한 하늘과 바다의 모습은 정말로 특별했다. 여행길 내내 매일 해돋이와 해넘이를 감상하며 깨달은 것은, 봄꽃의 색을 띠는 노을은 바닷가에서 유독 잘 보인다는 것과, 봄의 끝물이 다가올수록 더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구름이 있으면 오히려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청명한 하늘에서 보이는 선명한 붉은색 노을도 물론 아름답지만, 좀 더 특별한 색채의 노을을 보고 싶다면 어느 정도 구름이 있는 날씨여야 한다. 오렌지 빛 노을을 태양 빛과 지구 대기가 빚어낸다면, 핑크빛과 보랏빛 노을은 구름이 함께 빚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돋이나 해넘이 때 낮은 각도로 비춰오는 태양광선은 구름의 바닥을 비춘다. 이 때 붉은빛 또는 흰빛이 섞인 분홍빛이 구름을 물들인다. 그렇게 푸른색의 배경하늘에 분홍색 구름이 겹쳐지며 오묘한 보랏빛 노을을 빚어내는 것이다.

동해바다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6월 5일 포항, 동해)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하늘과 바다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갔다. 6월 5일 오전 4시 42분부터 4시 53분까지 약 10분 동안 촬영한 모습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특히 가벼운 뭉게구름 형태인 층적운이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기사링크 - ‘오늘 여러분의 하늘에는 어떤 구름이 함께하나요?’) 보랏빛 노을을 보려면 구름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색깔의 근원인 태양빛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도록 적당히 얇은 구름이어야 한다. 또한 구름 속 물방울 양이 많을수록 빛의 산란이 더욱 두드러져 아름다운 색채를 감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하층 공기는 습하고 상층은 안정되어 있어 수직으로 성장하지 못한, 적당히 얇고 모양도 예쁜 구름인 층적운이 있을 때에 더욱 환상적인 빛깔을 볼 수 있다.

 

봄의 끝과 여름의 초입, 바다에서 보아야

직진하던 빛이 물질과 반응하여 방향이 바뀌는 것, 간단히 말하자면 빛이 물질 알갱이(입자)와 부딪쳐 이리저리 흩어져나가는 것을 ‘산란’이라 한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파장이 각기 다른 색색의 빛들이 섞여온다. 각 색깔의 빛이 공기 중 입자에 어떻게 반응하고 흩어지는지 그 특성이 색깔마다 다르기에 노을지는 하늘은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보여준다.

태양빛 백색광은 각기 다른 파장의 온갖 색깔의 빛이 혼합되어 있다. ©GettyImagesBank

태양에서 오는 빛과 부딪칠 입자가 많을수록 빛이 더 많이 산란되고 곳곳에 흩뿌려져 더욱 생생한 분홍색 또는 보라색을 만들어낸다. 대기 중 물 입자 외에도 먼지나 오염물질 역시 빛을 흩뜨려 퍼뜨리는 주역이다. 바닷가는 충분히 대기가 습해 공기 중 물 입자가 많은 데에다 염분 분자까지 있어 연무가 자욱이 낀 날만 아니라면 금상첨화다.

같은 이유로 어느 정도 습기가 있는 날을 택하는 것도 좋은데, 한국 계절의 특성상 여름이 깊어질수록 ‘적당히 얇은 구름’이 뜨는 날을 잡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보랏빛 노을을 보려면 봄의 끝 무렵이자 여름의 첫 무렵이 지금이 적기라 할 수 있겠다.

 

하늘은 그 자체로 파란색이다

대기 중 입자로 인한 빛의 산란으로 하늘이 푸른색을 띠고,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노을지는 때에는 푸른색이 산란되고 남은 붉은색을 띤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파생되기도 한다. 바로 먼지나 수증기 등 부유물질이 있어야 하늘이 푸른색을 띤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도 19세기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지구 대기는 그 자체로 푸른색을 띠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GettyImagesBank

‘레일리 산란’으로 많이 알려진 물리학자 레일리는 대기 중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지구 대기에서도 하늘은 푸른빛을 띤다고 처음 주장했다. 질소와 산소의 대기 분자들이 만드는 산란이 하늘을 파랗게 칠한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관측과 실험들이 1900년대에 속속들이 발표되었다. 지구의 파란 하늘색은 대기층의 두께, 질소와 산소 분자의 성질(에너지 준위 구조, 선택율) 등 지구 대기 고유의 특성이 파란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에서는 어두운 붉은 하늘과 푸른 노을을 볼 수 있다. ©NASA-JPL-Texas A&M-Cornell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유일하게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행성인 화성의 노을은 지구와 달리 푸른색이다. 이 역시 화성대기의 고유특성 때문인데, 대기의 밀도가 지구의 1%밖에 안 되는 데다 대기성분 역시 이산화탄소와 산화철 먼지로 가득 차있다. 푸른빛을 산란시켜 푸른 하늘과 붉은 노을을 만드는 지구와는 달리, 붉은 먼지투성이인 화성은 붉은빛의 산란이 많아 불그죽죽한 하늘과 푸른 노을을 지닌다.

지구의 노을은 푸른빛이 산란되고 남은 붉은빛을 띤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지구의 노을은 푸른빛이 산란되고 남은 붉은빛을 띤다.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여행을 마치며

모처럼 일출‧일몰 명소를 찾았는데 구름이 낀 것을 보고 내심 실망하고 있던 때였다. 그 덕에 분홍빛과 보랏빛으로 물드는 다채로운 노을이 존재함을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적당히 청명한 공기와 적당한 습기와 적당한 구름이라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높은 확률로 해돋이나 해넘이 구경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명한 계절과 청명한 날씨를 고르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하늘과 바다를 뛰노는 갖가지 색채는 여러 조건을 감수할만한 특별함이 있다. 해는 매일 뜨고 지며 하늘은 매일 다른 색깔의 노을을 빚어낸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맑은 날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더 많아지기 전에, 지금, 봄꽃으로 물들이는 노을로 봄을 환송하는 것은 어떨까.

김미경 리포터
95923kim@naver.com
저작권자 2022-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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