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극에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상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유지돼온 생태계 먹이사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피해 그룹이 동물 플랑크톤(zooplankton)이다.
이 작은 생물체는 그동안 바다에 떠다니는 해빙(sea ice) 표면에 있는 조류를 먹고살았는데 해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를 먹고살던 먹이 사실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고서가 과학자들에 의해 발표됐다.

장수거북 산란지 못 찾아 방황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Scottish Association for Marine Science)는 동물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새우-어류-바다표범-북극곰으로 이어지는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19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지난주 프랑스 HCI(Hubert Curien Institute)는 장수거북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장수거북(leatherback turtles)의 산란을 위한 필사적인 여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프랑스 해변에 살고 있는 장수거북의 산란 여행을 추적한 결과 어미들이 온도가 올라간 해안을 피해 낮은 수온의 해변을 찾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 속에서 도착지가 북대서양, 심지어 캐나다 북동부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란을 위해 서늘한 물속에 사는 먹이를 필요로 하는 장수거북에 있어 높은 수온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HCI는 “어떤 경우 장수거북이 다른 곳에서 산란지를 찾지 못하고 원래 살고 있던 프랑스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동물들의 수난은 바다가 아닌 산악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북아메리카 고산지역에 사는 새앙토끼(pika)가 대표적인 경우.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햄스터 크기로 작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이 새앙토끼는 수풀과 인접한 고산지대에 살고 있었는데 그동안 날씨가 고온 건조해지고 눈이 거의 오지 않으면서 지금은 서식지를 모두 떠나 있는 상태다.
관련 논문은 최근 ‘포유동물 저널(Journal of Mammology)’에 게재됐으며, 논문 제목은 ‘Pika (Ochotona princeps) losses from two isolated regions reflect temperature and water balance, but reflect habitat area in a mainland region’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간과해왔다며, 온도 상승으로 인해 새앙토끼와 같은 작은 동물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나크 나비 월동 못해 개체소 급감
지구온난화로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ies)도 멸종사태를 맞고 있다.
캐나다 남부와 미국 동북부에 서식하는 모나크 나비(일명 제왕 나비)는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3000km 이상 떨어진 멕시코 중부지방으로 서식지를 옮긴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원 서식지로 돌아오는 여행을 반복해왔는데 최근 컬럼비아 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쪽으로의 이주가 6개월 정도 지연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꿀을 생산하는 식물의 개화시기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살 곳을 찾지 못한 모나크 나비의 95%가 지난 20년간 멸종됐으며, 5%에 불과한 나비들 역시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논문 제목은 ‘Monarch butterfly population decline in North America: identifying the threatening processes’이다.
북아메리카 북동쪽 대서양 연안 해역 메인만(Gulf of Maine)에 살고 있는 바다오리 퍼핀(puffins)은 대구류의 일종인 헤이크(hake)와 청어를 먹고산다.
그러나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페이크와 청어들이 북쪽으로 서식지를 이전했다. 어쩔 수 없이 퍼핀은 은대구(butterfish)를 먹기 시작했으나 크기가 너무 커서 삼킬 수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새끼 은대구를 먹이로 삼았지만 개체수가 적어 생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태어난 퍼핀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존율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발생한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멸종 사태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약 4억 8000만 마리의 호주 야생동물이 죽거나 심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호주 산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역학 관계를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9월, 10월, 11월이 기온, 강우량, 습도, 풍속 등에 있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사상 최악의 상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불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인류가 사랑했던 동물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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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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