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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9-27

“북극식물 키 커지며 온실가스 배출 늘어” 키 작은 식물들, 단열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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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따라 우리 연안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난류 어종이 많이 잡히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어종뿐만 아니라 식생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작물의 북방한계선이 점차 북상함에 따라 제주도에선 감귤 대신 바나나, 파파야 같은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추운 북극지방도 온난화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영국 에딘버러대 과학자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6일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북극지방의 식물들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점차 키가 커져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극 툰드라지대인 동그린란드 스코어스비 순트의 시드캡(Sydkap) 지역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Hannes Grobe, AWI
북극 툰드라지대인 동그린란드 스코어스비 순트의 시드캡(Sydkap) 지역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Hannes Grobe, AWI

지난 30년 간 북극과 툰드라 지대 식물 키 커져

북극하면 일반적으로 얼음으로 이뤄진 광대하고 황량한 풍경을 연상한다. 그러나 사실은 수백종의 키 작은 관목과 풀, 그리고 여러 내한성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이 식물들은 탄소 순환과 에너지 균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 30년 간 냉대의 침엽수림대와 극지방 빙설지대 사이 툰드라 지대 식물들이 기상 변화의 영향으로 키가 커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 고유 식물 종들의 키가 커지는 것은 물론, 북극의 남쪽 지역에서는 키가 큰 식물 종들이 툰드라 지대를 가로질러 퍼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이다. 향기풀은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넘어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져갔다.

지도상으로 본 북극 툰드라지대.  CREDIT: Wikimedia Commons / Katpatuka
지도상으로 본 북극 툰드라지대. CREDIT: Wikimedia Commons / Katpatuka

영국 자연 환경 연구위원회(NERC)가 지원한 이번 연구에는 에딘버러대 지구과학대 이슬라 마이어스-스미스(Isla Myers-Smith) 박사와 프랑크푸르트 셍큰베르크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BiK-F) 안네 비요르크만(Anne Bjorkman) 박사의 주도 아래 130명의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북극과 고산 툰드라의 수백개 지역에서 6만개 이상의 관찰 자료를 분석해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

비요르크만 박사는 “북극과 툰드라 고산지역의 급속한 기후 온난화는 식물계의 구조와 식물상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광대하고 민감한 생태계의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북극지방은 오랫동안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대상이 되어왔다. 그 이유는 북반구의 영구동토층이 전 세계 토양 탄소의 30~50%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30개국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협동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툰드라 지대 식물들의 키가 커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북반구 북부와 알프스 지방에서 자라는 장미과 담자리꽃의 꽃씨 모습(왼쪽). 오른쪽은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 지구온난화로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져갔다.  CREDIT: Anne D Bjorkman / Christian Fischer
세계 130개국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협동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 툰드라 지대 식물들의 키가 커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은 북반구 북부와 알프스 지방에서 자라는 장미과 담자리꽃의 꽃씨 모습(왼쪽). 오른쪽은 유럽 저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벼과 다년생 목초인 향기풀(Vernal sweetgrass). 지구온난화로 북극 툰드라지대로 퍼져갔다. CREDIT: Anne D Bjorkman / Christian Fischer

식물 키 커지면 토양 탄소 배출량 늘어

비요르크만 박사는 “키 작은 식물들은 더 많은 눈을 가두어 놓을 수 있고, 그 눈은 밑에 있는 땅의 단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겨울에 빨리 얼어붙지 않도록 한다”며 “키 큰 식물들이 늘어나면 얼어붙은 탄소 저장고의 해동을 가속화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식물의 키가 커지는 현상은 몇몇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고 툰드라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하고 “만약 식물들의 키가 지금과 같은 비율로 자란다면 이곳 식물군의 키는 금세기 말까지 20~60% 커지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이어스-스미스 박사는 “환경과 식물 특성 사이의 연관관계를 정량화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툰드라 생태계가 있는 북반구까지는 관련 연구가 거의 확장되지 않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급속하게 온난화되는 지역에서 식물이 담당하는 역할의 근원을 탐구하는 생물군 규모(biome-scale)의 연구를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캐나다 엘스미어 섬에서 식물들의 크기를 재고 있다.  CREDIT: Anne D Bjorkman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캐나다 엘스미어 섬에서 식물들의 크기를 재고 있다. CREDIT: Anne D Bjorkman

토양 습도가 식물 특성 변화에 큰 영향”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알래스카와 캐나다, 아이슬란드, 스칸디나비아 및 러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수집한 북극 툰드라 식물군에 대한 데이터 세트를 보유하게 됐다. 유럽 알프스 산맥과 콜로라도 로키 산맥 고지대도 이번 연구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기온과 토양 습도 그리고 식물의 형태와 기능을 나타내는 핵심 특성 사이의 관계를 평가했다. 이와 함께 식물의 키와 잎 면적을 분석하고, 목질과 상록성(evergreenness)을 비롯해 특정한 잎 면적, 잎의 질소 함량과 건조물질 함량 등을 추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식물의 키만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실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어스-스미스 박사는 “대부분의 기후변화 모델과 연구가 기온 증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에 비해 우리 연구는 토양의 습도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식물 특성 변화에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헬렌 비드먼(Helen Beadman) NERC 극지방 기후와 날씨 부문 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극지방과 고지대 식생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필수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관목의 생장과 확장은 북극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초래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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