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헝클어진 머리에 흰 가운을 입은 채로 어지럽혀진 책상 혹은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일 것이다. 마치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방문자도 드물어 사회와는 단절돼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모든 과학자들이 결코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미지는 아마도 ‘과학’과 ‘사회’가 단절돼 있던 과거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과학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도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은 우리 삶 깊숙이, 그리고 여러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인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는 과학기술이 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물론 이 외에도 과학기술과 사회는 밀접하게 엮여 있다.
과학-기술-사회의 관계 설명하는 STS
하지만 이와 같은 관계가 좋게 시작한 것만은 아니다. 과학기술이 무기개발에 사용되며 전쟁을 더욱 참혹하게 만들었고 산업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 배출로 각종 환경오염을 가져왔다. 공장 자동화는 실업자를 불러왔고 생명에 관련된 과학기술들은 윤리적 문제도 발생시켰다.
이전에는 없던 과학기술과 사회의 충돌은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에너지, 환경, 자원, 인구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에서도 과학, 기술, 사회는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게 됐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해졌다.
1980년, 영국의 과학 교육학자인 자이만은 그의 저서 ‘과학과 사회에 대한 교수‧학습(Teaching and Learning about Science and Society)’에서 이 세 요소를 합성한 STS(Science, Technology, Societ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 후로 STS는 과학, 기술, 사회 사이에서 맺어진 관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됐으며 학계와 교육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대가 흐를수록 그 중요성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과학창의재단 본사에서 ‘제3회 STS 네트워크 포럼’이 개최됐다. STS 네트워크 포럼은 STS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 간의 교류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사회의 과학소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분기별 2~3회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행사이다. 3회를 맞은 이번 포럼은 ‘건전한 시민을 위한 과학소양 : 앎의 과학에서 삶의 과학으로’라는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진행됐다.
첨단과학사회에서 갖춰야 할 과학적 소양
우리 주변에선 과학을 너무 몰라서 혹은 너무 잘 알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나 대상을 맹신하는 경우, 혹은 잘못된 과학지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경우, 그리고 과학지식을 오남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
과학적 소양은 1847년 윌킨슨이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라는 강의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과학적 소양을 설명하는 정의나 정리는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및 사회와 연결해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즉, 과학적 소양이 풍부하다면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부산대학교 생물교육과 서혜애 교수는 과학적 소양을 ‘대중 매체의 과학 관련 논쟁, 토론에 지적으로 참여하고 대화를 나누는 능력’, ‘국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과학 관련 쟁점을 확인하고 과학 기술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능력’ 등의 더 발전된 형태의 개념으로 정리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선 과학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적 소양은 과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서 교수는 “STS 접근방법이 과학적 소양을 과학교육의 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세이버 투스 교육’을 소개하며 과학적 소양의 교육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전했다. 구석기 시대 최초 학교의 교육과정은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몽둥이로 말 때려죽이기’, ‘횃불로 검 모양 이빨을 가진 호랑이 물리치기’의 세 교과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빙하기를 맞아 환경이 변해 상황도 달라졌다.
물고기는 손 대신 그물망으로 잡아야 했으며, 말 대신 염소를, 호랑이 대신 곰을 잡는 방법들이 발명됐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세 교과를 그대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과거 교과의 문화적 가치를 내세우며 나타난 결과이며 이것이 바로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이다.
현대사회 속의 과학은 급격히 발전하며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과 같이 과학교육은 오래 전부터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흥미 및 참여도도 떨어뜨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최근 교과부가 제시하고 있는 융합과학교육을 통해 곧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을 멸종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과학기술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소양은?
그런가 하면 반대로 과학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사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그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도 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법무부의 법교육팀 손영배 검사는 ‘과학기술과 법’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손 검사는 자신의 업무 경험 및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법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전했다.
과학기술인들이 저지르는 불법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해당사항이 얼마 없을 것 같지만 매우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존재한다. 허위 보고를 통해 연구비나 재료비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편취하는 사기죄,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횡령죄, 지적재산권 침해죄 등이 그것들이다. 그것이 의도적이었든, 잘 모르는 상태였든, 엄연한 범죄임은 확실하다.
물론 과학기술인들이 법률에 대해 모두 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범법행위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IT와 관련된 기업들의 경우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에 과학기술인들이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과학기술인은 하부 단계에서 범죄에 이용당하고 배후의 사채업자 등이 막대한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손 검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을 몰랐다는 것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손 검사는 “법률을 몰랐다는 것은 처벌 제외 사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 검사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으로 ‘학회에서 과학기술 주제 외에도 주기적으로 관련된 법률, 이슈가 된 사건을 다룰 기회를 가지는 것’, ‘의심이 드는 경우 법률 전문가와 상의할 것’, ‘과학기술과 관련된 외부인과의 주요사항은 구체적인 서면을 남겨두는 것’ 등을 꼽았다.
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소양’이 필요한 만큼, 그 과학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도 ‘사회적 소양’이 필요한 셈이다.
이런 이미지는 아마도 ‘과학’과 ‘사회’가 단절돼 있던 과거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과학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되는 사례도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은 우리 삶 깊숙이, 그리고 여러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인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는 과학기술이 사회의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물론 이 외에도 과학기술과 사회는 밀접하게 엮여 있다.
과학-기술-사회의 관계 설명하는 STS
하지만 이와 같은 관계가 좋게 시작한 것만은 아니다. 과학기술이 무기개발에 사용되며 전쟁을 더욱 참혹하게 만들었고 산업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 배출로 각종 환경오염을 가져왔다. 공장 자동화는 실업자를 불러왔고 생명에 관련된 과학기술들은 윤리적 문제도 발생시켰다.
이전에는 없던 과학기술과 사회의 충돌은 19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에너지, 환경, 자원, 인구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에서도 과학, 기술, 사회는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게 됐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해졌다.
1980년, 영국의 과학 교육학자인 자이만은 그의 저서 ‘과학과 사회에 대한 교수‧학습(Teaching and Learning about Science and Society)’에서 이 세 요소를 합성한 STS(Science, Technology, Societ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 후로 STS는 과학, 기술, 사회 사이에서 맺어진 관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됐으며 학계와 교육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대가 흐를수록 그 중요성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과학창의재단 본사에서 ‘제3회 STS 네트워크 포럼’이 개최됐다. STS 네트워크 포럼은 STS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 간의 교류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사회의 과학소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분기별 2~3회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행사이다. 3회를 맞은 이번 포럼은 ‘건전한 시민을 위한 과학소양 : 앎의 과학에서 삶의 과학으로’라는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진행됐다.
첨단과학사회에서 갖춰야 할 과학적 소양
우리 주변에선 과학을 너무 몰라서 혹은 너무 잘 알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나 대상을 맹신하는 경우, 혹은 잘못된 과학지식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경우, 그리고 과학지식을 오남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과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
과학적 소양은 1847년 윌킨슨이 ‘모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라는 강의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과학적 소양을 설명하는 정의나 정리는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및 사회와 연결해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즉, 과학적 소양이 풍부하다면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부산대학교 생물교육과 서혜애 교수는 과학적 소양을 ‘대중 매체의 과학 관련 논쟁, 토론에 지적으로 참여하고 대화를 나누는 능력’, ‘국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과학 관련 쟁점을 확인하고 과학 기술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능력’ 등의 더 발전된 형태의 개념으로 정리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선 과학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적 소양은 과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서 교수는 “STS 접근방법이 과학적 소양을 과학교육의 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세이버 투스 교육’을 소개하며 과학적 소양의 교육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전했다. 구석기 시대 최초 학교의 교육과정은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몽둥이로 말 때려죽이기’, ‘횃불로 검 모양 이빨을 가진 호랑이 물리치기’의 세 교과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빙하기를 맞아 환경이 변해 상황도 달라졌다.
물고기는 손 대신 그물망으로 잡아야 했으며, 말 대신 염소를, 호랑이 대신 곰을 잡는 방법들이 발명됐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예전의 세 교과를 그대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과거 교과의 문화적 가치를 내세우며 나타난 결과이며 이것이 바로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이다.
현대사회 속의 과학은 급격히 발전하며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과 같이 과학교육은 오래 전부터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흥미 및 참여도도 떨어뜨린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최근 교과부가 제시하고 있는 융합과학교육을 통해 곧 세이버 투스 교육과정을 멸종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과학기술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소양은?
그런가 하면 반대로 과학계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사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그것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도 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법무부의 법교육팀 손영배 검사는 ‘과학기술과 법’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손 검사는 자신의 업무 경험 및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법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전했다.
과학기술인들이 저지르는 불법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해당사항이 얼마 없을 것 같지만 매우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존재한다. 허위 보고를 통해 연구비나 재료비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편취하는 사기죄,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횡령죄, 지적재산권 침해죄 등이 그것들이다. 그것이 의도적이었든, 잘 모르는 상태였든, 엄연한 범죄임은 확실하다.
물론 과학기술인들이 법률에 대해 모두 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범법행위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IT와 관련된 기업들의 경우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에 과학기술인들이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과학기술인은 하부 단계에서 범죄에 이용당하고 배후의 사채업자 등이 막대한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손 검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을 몰랐다는 것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손 검사는 “법률을 몰랐다는 것은 처벌 제외 사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손 검사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으로 ‘학회에서 과학기술 주제 외에도 주기적으로 관련된 법률, 이슈가 된 사건을 다룰 기회를 가지는 것’, ‘의심이 드는 경우 법률 전문가와 상의할 것’, ‘과학기술과 관련된 외부인과의 주요사항은 구체적인 서면을 남겨두는 것’ 등을 꼽았다.
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소양’이 필요한 만큼, 그 과학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도 ‘사회적 소양’이 필요한 셈이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1-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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