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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기자
2011-07-14

현재 북극곰 조상은 아일랜드 불곰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알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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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북극 지역에서 서식하는 모든 북극곰들의 조상은 영국 인근의 아일랜드에 살던 암컷 불곰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분석한 결과다.

▲ 현재 모든 북극곰의 조상은 아일랜드 지역에 살던 암컷 불곰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생물학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는 ‘현재 북극곰의 모계 조상은 오래 전 혼 종된 아일랜드 조상(Ancient Hybridization and an Irish Origin for the Modern Polar Bear Matriline)’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아일랜드 곳곳의 동굴에서 발굴된 불곰의 이빨과 뼈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고, 이를 현재 유럽과 캐나다 등지에 서식하는 북극곰 DNA와 비교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1만~3만8천 년 전 빙하기에 불곰과 북극곰 만나

연구진을 이끈 배스 샤피로(Bath Shapiro) 펜실배니아주립대 진화생물학 교수는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부터 1만년에서 3만8천 년 전 빙하기에 살았던 아일랜드 불곰에게서 현재 북극곰과 동일한 유전자 특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빙하기 이전인 3만8천년에서 4만3천 년 전에 살았던 아일랜드 불곰은 현재 동유럽 지역에서 사는 불곰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했다. 빙하기 이후인 3천년에서 5천 년 전에 살았던 곰들은 현재 유럽 지역에 서식하는 곰과 유전자 지문이 비슷했다. 빙하기에 살았던 곰만이 현재 북극곰의 조상이라는 의미다. 기존에는 알래스카 지역의 불곰이 북극곰의 조상으로 지목되어 왔다.

연구진은 빙하기에 북대서양이 얼어붙었을 때 북극곰이 아일랜드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불곰과 마주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기후변화 덕분에 두 종이 만나 교배에 성공한 것이다. 공저자인 옥스퍼드대 케리드웬 에드워즈(Ceiridwen Edwards) 박사는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북극곰의 진화에 있어 환경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북극곰과 불곰은 전혀 다른 종으로 분류된다. 현존하는 육식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큰 흰색 북극곰은 북극의 얼음지대에 살지만 덩치가 작은 불곰은 털이 짙은 갈색이며 숲 속에 살고 잡식성이다. 이빨 구조도 습성도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종은 교배해서 번식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오늘날 캐나다 북부에 서식하는 곰들은 북극곰과 불곰의 교배종이다. 공저자인 마크 토머스(Mark Thomas)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진화유전학 교수는 “실제 생물계에서는 서로 다른 종도 교배와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 간에는 종을 구별하는 정확한 방법에 대한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조상 알아내

연구진은 세포핵이 아닌 미토콘드리아 내의 유전자 정보에 주목했다. 세포핵 내의 DNA는 부모 양쪽에게서 전해지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 즉 어머니에게서 딸로만 전해진다. 모계를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하면 조상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알 수 있다. 최초의 인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알아내는 연구에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 사용된다. 참고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호흡과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구성성분이다.

▲ 서식지 파괴로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불곰과의 교배를 통해 습성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불곰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빙하기에 처음으로 북극곰의 유전자와 섞인 후 세대를 거치면서 전체 북극곰으로 퍼져나갔다. 북극곰이 불곰의 특성을 공유한 덕분에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극곰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현재의 북극곰을 불곰과 교배시켜 특성을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얼음 서식지가 줄어들어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북극곰을 연구하며 보존 노력을 계속해온 스티븐 앰스트럽(Steven Amstrup)은 “북극곰이 짧게는 2만년, 길게는 15만년 동안 진화해왔다”며 “50년 후면 북극의 얼음이 거의 다 녹을 텐데 그 안에 북극곰을 진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동욱 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1-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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